#PSH독서브런치220
1. tvN 드라마 <미생에서 원 인터내셔널(극 중 회사 명칭) 신입사원 장백기(강하늘 분)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파리 교환학생 및 대기업에서의 여러 인턴 경험을 갖춘 인재입니다. 철강팀으로 배치받은 후 한동안 일을 받지 못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사수 강 대리(오민석 분)에게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냐"며 따집니다. 강 대리는 "나는 아직 장백기 씨가 충분히 교육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며 단순 엑셀 정리 작업을 지시합니다. 장백기의 엑셀 파일은 '듣도 보도 못한 양식'으로 작성된 것이었고 장백기가 '기본'을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한 강 대리는 장백기에게 계약 서류들을 건네주며 오탈자 검증 및 우편 발송 준비 작업을 지시하죠. 이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서류들을 계약직 사원에게 던지며 강 대리에게 "저는 사업을 만들려고 왔습니다. 정산해 주고 표 만들고 업체 리스트 뽑고 오타 체크하려고 이 회사 들어온 거 아니란 말입니다. 이런 잡일은 인턴 때 충분히 했고, 지금은 실무직 (계약직) 사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제가 왜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십니까"라고 대들죠. 강 대리는 "장백기 씨는 우리 팀에서 지금까지 아무것도 배운 게 없습니까? ...철강은 보수적인 사업입니다. 장기간에 걸쳐서 한 가지 아이템이 조금씩 시장에 맞게 변형되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원은, 당장의 화려한 언변이나 포장에 능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보다 멀리까지 묵직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어야 합니다"라고 차분히 타이르죠. 하지만카지노 게임 사이트는"그렇다면 저는 더더욱 잘못된 대우를 받았네요. 말씀하신 그 '기본'은 학교, 인턴, 신입 교육 때 충분히 다졌습니다. 제게 '기본'을 가르친다는 건 핑계일 뿐이고, 그냥 저를 싫어하시는 걸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데요"라고 받아칩니다.강 대리는 "교육에는 배운 걸 확인하는 시간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철강팀 관련해서 신입인 장백기 씨가 읽어야 될 파일은 산더미입니다. 그러나 장백기 씨는 오자마자 사업 보고서부터 들이밀었습니다. 철강팀 아이템 관련 파일들을 읽기도 전에 말이죠. 스스로를 드러내고 돋보이고 싶은 의욕이 앞서면 조급해지는 법이죠. ... 잘못된 걸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줬습니다. 다른 팀이야 어떤지 몰라도, 그게 내 방법입니다"라고 말합니다.
2.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강 대리가 장백기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기본'은 엑셀 양식 숙지, 계약 서류 점검, 우편 발송 방법 배우기, 기존 서류 스터디 등 기술적인 (테크니컬한) 것이라고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한 후 드라마를 다시 보니 어쩌면 강 대리가 장백기에게 정말로 가르치고자 했던 것은'존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즉, 기존 업무 방식과 양식에 대한 존중, 계약직 사원에 대한 존중, 강 대리의 업무 지시에 대한 존중 등을 가르치고자 했던 것이죠. 류동민 충남대 교수는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즐겁고 보람차게 살아갈 수는 없다.취미로 책을 읽으면 즐거운 오락이 되지만, 교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책을 읽으면 지겨운 일이 된다. ... 이 ‘지겨운 밥벌이’를 서로 조금씩이라도 이해하면서 순간의 짧은 즐거움이나 보람이라도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후쿠하라 마사히로 작가는 『하버드의 생각수업』에서 이렇게 쓰기도 합니다. "직장에도 나와 의견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 한두 명쯤은 있을 것이다. 성격이 맞지 않는다기보다는 업무에 대한 사고방식이 서로 융화되지 않는 유형이다. ... 물론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금방 관계가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서로가 '저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나는 사물을 느끼는 방식, 인식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르구나'라고 이해한다면 여기에서 시작되는 커뮤니케이션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돌이켜 보면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꼭 '테크니컬한 일을 잘하는 사람'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을 하며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사람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유시민 작가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글쓰기에 관해 쓴 다음의 글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정보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쓰려면 철저하게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잘 모르는 전문용어나 이론을 끌어올 때는 문맥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으로 설명을 붙여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무작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욱여넣으면 텍스트 밀도가 너무 높아진다. 틀리게 쓴 것도 아니요 흉하게 쓴 것도 아니지만, 그런 글은 독자를 괴롭힌다. 읽기가 힘들고 이해하기가 어려우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독자가 공감할 수 없다."
1+2.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과 의사의 서재』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몇 년 전부터 공감과 위로의 말을 던져주는 책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종류의 책들을 보다 보니, 좋은 말들이 모두 그게 그거 같고 밍밍하고 심심하게 느껴졌다. ... 몸에 좋은 소리를 하는 책만 보기보다 가끔 정신 번쩍 들게 쓴소리를 하되, 인생 멘토카지노 게임 사이트 설득되는 기분이 드는 책을 가끔 섭취해줘야 한다.약하게 만든 독소를 주사해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예방접종과 같은 이치다. ... 중.고교 시절을 돌이켜 보면 기억나는 선생님이나 선배 중에 이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한 명은 꼭 떠오르지만, 좋은 말만 해주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이상하게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는 싫었지만 분명히 영향을 준 것이다.책도 그렇다. 삶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스타일의 책도 필요한 이유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결국 어떤 계기에 의해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강 대리를 존중하며 같이 일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어쩌면 강 대리는 장백기에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쓴소리를 해줬던 좋은 선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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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월급쟁이는 구조적으로 소모품, 일회용품의 처지와 같다고 생각하며 저 또한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는 점을 늘 인식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다만, 언젠가 다가올 '내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시점'을 조금이라도 미룰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 제가 다른 사람들카지노 게임 사이트 '같이 일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을 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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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