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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각성을 만든다

(feat. 네그로니)


낯선 곳에 던져졌다_ 현실은 훈련소가 아니었다


네그로니를 처음 마셨을 때,
솔직히 ‘맛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기대와 예상과 달라서였던 것 같다.

입 안에 확 퍼지는 묘한 쌉쌀한 맛,
혀끝을 무디게 하는 알코올의 잔향.
그리고 입천장에 남는 어딘지 낯선 카지노 게임.


첫 대면할 당시에 나는
이게 왜 인기 있는 술인지 잘 이해가 안 갔다.


그 기분이 떠올랐던 순간이 있다.
카지노 게임er로서회사에 첫 발을 들였던 때였다.


나는 진짜 막 전장에 당도한 훈련병 같았다.

용어, 보고의 흐름, 프로세스, 팀 간의 복잡한 관계…
어떤 것도 기존에 배운 것과 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기분이었다.

때론 그 기분이 발가벗겨진 기분처럼도 느꼈다.


그치만 모두 자연스럽게 일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 흐름에서 한참 비켜난 곳에 서 있다고 느꼈다.

마치 단체 줄넘기 중간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처럼.

있는 대로 눈치만 보며 주저하기 바빴다.


누가 말해준 것도, 알려준 것도 딱히 없이

물어 물어 겨우 겨우 하긴 했다지만
모든 것을 ‘안다고 가정된’ 사람만이 살아남는 곳 같았다.


그건 마치, 달달한 칵테일이 전부인 줄 아는,
캄파리에 대해선 잘 모르는 어떤 입으로
캄파리부터 들이부어 삼키기 직전의 그기분이었다.



보이지 않는 언어들_ 카지노 게임에 정신이 드는 순간


솔직히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 대화,
매일 새롭게 등장하는 시스템과 툴들,
“원래 그렇게 해왔어”라는 말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카지노 게임 조금씩 각성으로 이어졌다.


입사 몇 달 후,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화면을 바라보던 어느 날,
나는 카지노 게임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 내리고 있었다.


아니 그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건 생각보다 감정의 일이고,
수치보다 관계의 일이며,
기획보다 상황의 일이라는 걸.


그 모든 걸 알아차리기까지,
나는 꽤 오랫동안 카지노 게임을 곱씹었다.


네그로니도 그랬다.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 카지노 게임 속에는 명확한 구조가 있었다.


캄파리의 알싸함,
스위트 베르무트의 달큰함,
그리고 진의 단단한 중심.


세 가지가 정확한 비율로 섞일 때
비로소 그 복합적인 여운이 완성된다.

뭐랄까,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이해가 되었다.

더 정확히는 납득되었다고 해야겠다.


카지노 게임 현실도 마찬가지였다.
무작정 복잡해 보이던 것들이
조금씩 구조를 갖기 시작했고,
쓴 감정은 균형을 만들어냈다.

"원래 그렇게 헤왔어"라는 말에

실은 모든 비밀이 숨어 있었다.


'가치'라는 것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해야 했다.



멘토링을 시작하게 된 심보_ 왜 이걸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게 제일 아쉬웠다.
이 구조를, 이 카지노 게임을,
누군가 한 번쯤 알려줬다면
조금은 덜 당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는 모든 신입이 겪는 혼란인데,
아무도 그것을
‘공식적인 단계’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통과의례일 뿐,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해 본 내 소감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가르쳐야 할 근본이었다.


카지노 게임er로서는 언제나친절한 설계를 말하지만,
정작 그 카지노 게임를 만드는 사람들은
비친절한 온보딩을 감내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에서 사용자 경험은 중요하지만,
카지노 게임er의 현장 경험은 뒷전이었다.
그건 어쩌면
칵테일 메뉴에는 늘 올라 있지만
손님은 이름만 보고 주문하는
낯선 술 한 잔처럼 느껴졌다.


물론 알 수가 없었고,

알려준들 알 리도 없긴 했다.

그래도 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나는 끝내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억울함이 사실 멘토가 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아무도 ‘네그로니가 어떤 맛인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은 것처럼.

사실 먹어봐야 아는 것이기에.

아쉬움조차도 몫이었던 것이다.



익숙해질수록, 구조가 보였다_ 카지노 게임의 잔, 네그로니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이 세계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진한 진의 베이스가 팀의 방향이라면,
스위트 베르무트는 팀원 간의 조율이었고,
캄파리는 수많은 변수와 감정의 층이었다.


카지노 게임는 그 셋을 정확히 섞어야
비로소 사람을 설득할 수 있었다.

균형이 없는 무대 위에선

제아무리 이성적으로 맞아도 힘을 잃었다.


혼자 끙끙대며
시나리오를 쳐내던 숱한 밤들,
피드백을 다시 받고
상세 내용을 변경했던순간들.

아, 이제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업무만을 위한 어떤 '무드'가 있었다.


모든 게 다시,
한 잔의 조합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였을까.

네그로니의 맛도 생각보다
빨리 이해할 수 있었다.


혼자 바에 앉아,
바텐더가 눈앞에서 따라주는 그 붉은 액체를
천천히 바라보며
그 안의 구조를 처음으로 느꼈다.


캄파리는 더 이상 낯설지 않았고,
그 여운은 묘하게
회사에서 마주한 현실의 기억과 닮아 있었다.



쓴 현실을 나누는 이유_ 누군가는 이걸 알아야 한다


그건 단순히 맛의 문제도,
실력의 문제는 더욱 아니었고

사람들의 문제 또한 아니었다.


카지노 게임을 견디고,
그 안에서 구조를 찾고,
균형을 맞추는 모든 과정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었다.


처음 마셨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술이,
이제는 어떤 밤엔
가장 잘 어울리는 잔이 되었다는 사실처럼.


카지노 게임라는 이름도,
네그로니라는 잔도
이제는 조금은 내 안에서
익숙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금 누군가,
입사 초기의 나처럼
한 잔의 쓴 현실을 마시고 있다면 그 카지노 게임,

당신이 설계자가 되어가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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