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유자
2020년 여름에 발간되었던 124호를 기점으로, 『연세』는 축소 발행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129호는 조금 더 적은 다섯 개의 글로 독자분들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음 130호는 겨울이 아닌 봄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코로나 이후 거듭해 마주하고 있는 위기를 딛고, 『연세』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고자 결정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매서웠던 여름의 열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잦아들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해가 쨍쨍하다가도 변덕스럽게 소나기를 퍼붓고 사라지는 하늘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는 조금 잠잠하길 바랍니다. 편집위원들은 더위와 비를 피해 온라인으로 회의를 갖는 날이 많았습니다. 물론,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도 비대면 만남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작열하는 백양로를 걷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학생회관과 도서관에 잊지 않고 틈틈이 『연세』를 채워두기 위해 학교로 향하곤 했습니다. 비치한 교지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 새삼스레 신기합니다. 이 글은 누가 읽는 걸까요. 보이지 않는 독자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긴 글을 읽는 일도, ‘학교’라는 공통의 의미 아래 모이는 일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럼에도 『연세』는 이 시기에, 학생의 시선으로, 기성 언론에서 담지 않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소통하기를 멈추지 않고자 합니다.
이번 『연세』 카지노 게임 사이트호의 주제는 ‘위기’입니다. 각자가 감내해야만 했던 위기와 사회가 마주한 위기, 그리고 그 둘을 잇는 가교를 글에 담았습니다. 기고글 <아픔은 각자의 몫이 아니야에서는 혼자서 감내해야만 했던 피부염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20대의 아픔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20대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조심스레 진단하고, 불안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존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편집위원 여름의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장애인은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재난을 다룹니다.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고 사회가 마스크를 강제할 때, 누군가의 일상은 더 크게 흔들립니다. 글쓴이는 장애인의 삶을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살펴보며 장애를 취약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해 비판합니다.
약자에게 더욱 위협적인 재난은 비단 사회적 재난만이 아닙니다. <빌런도 영웅도 없는 시나리오는 기후위기의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룹니다. 변해버린 기후 시스템,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자연재해’, 기후위기가 촉발하는 사회적 위기를 살펴봅니다. 시나리오의 결말이 무기력한 냉소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합니다.
인터뷰 기사인 <비건을 위한 안전하고 편리한 숲, 엔포레에서는 비건 스타트업 엔포레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생의 생생한 창업 이야기, 비거니즘과 비즈니스가 교차하며 생기는 여러 딜레마, 비건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만한 여러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숨구멍을 트이게 만드는 엔포레와의 대화입니다.
마지막 글은 사회과학대 교지 <연희관 015B와 함께 기획한 <동물 動物입니다. 언론출판협의회에서 주고받은 비평으로 시작하게 된 이번 기획은 ‘비인간동물’에 관한 짧은 글을 엮어 만들어졌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색안경을 벗고 조심스레 도시를 활보하며, 동물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네 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위기를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좌절하고 주저앉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복’만이 위기를 마주할 유일한 방법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위기에 휩쓸려 도달한 곳에 새로운 희망이 있으리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번 『연세』의 주제는 위기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제시하는 129호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2021년 카지노 게임 사이트호 편집장 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