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차지
지난 겨울의 음울한 공포가 차라리 그리워질 만큼 이번 여름은 혹독합니다. 전례 없는 강수량과 폭염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양 코로나 19는 다시 확산일로입니다. 우리 사회의 말단부터 제물로 삼는 일련의 재해를 바라보니 저 위의 신을 찾던 고대인들의 심정이 이해 가기도 합니다. 다시 캠퍼스에서 만나 뵈려던 『연세』의 계획도 중간고사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겠습니다.
125호의 주제는 가을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카테고리의 제목을 전부 대중가요의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개중에는 저도 잘 모르는 곡도 있습니다만, 우리 자신들보다 훨씬 거대한 문제를 걱정하느라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는데 남이 골라준 이름 모를 곡들이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앞머리에 학내기획을 실어오던 『연세』의 전통을 살려, 첫 카테고리 ‘교실 이데아’에선 학생사회와 학교 본부의 실정을 다뤘습니다. 판데믹 이후 학생 사회와 학생들의 물리적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멀어졌습니다. 이런 와중 중앙운영위원회의 연이은 기권 행보는 학생 사회의 존재 의의를 새삼 고민하게 합니다. 수습편집위원 안즈의 「[학내기획]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그들의 ‘선택적 정치’」는 학생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치적 중립성으로 포장된 무책임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학내기획] 사학비리, 예견된 결과」에서 수습편집위원 지긍은 한동안 학교를 떠들썩하게 한 비리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이번 여름 연세대학교의 종합감사 결과가 발표되며 학교 본부에 대한 불신이 다시금 확산하였습니다. 글은 단지 학교의 부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립학교법의 한계와 허울뿐인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문제 삼으며 제도 차원의 개혁과 학생들의 참여를 촉구합니다.
『연세』는 거의 매 호 페미니즘에 대한 글을 실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여성에 대한 고찰을 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카테고리 ‘Single Ladies’는 여학생들의 비밀 이야기와 전집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위인전만 꺼내 보던 일을 추억합니다. 단짝 친구와 화장실에 간 기억이 있나요? 아니면 같은 여자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경악한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女女」는 여성의 우정을 다룹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여성의 동경과 질투, 애정과 증오를 돌아봅니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교실을 기억하시는 분들께 즐거운 글이 되었으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허스토리가 뿌리내린 자기만의 방에 대하여」는 여성과 역사 사이의 긴장을 탐구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여성이 중심이 된 사회는 없었다는 현실인식은 많은 여성을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저명한 학자들을 풍성하게 인용한 이 글에서 수습편집위원 유랑은 역사의 중심에 여성을 두길 주저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하하하송’은 쉬어가는 카테고리입니다. 「취미열전」에서 여섯 명의 편집위원들은 각자의 취미를 소개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신의 오랜 열정을 들여다보며, 저희 일동은 스스로에게서 의외의 단면들을 발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이상한 사람들의 취미 이야기에서 재미를 느끼셨으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때아닌 자아 성찰이 유행입니다. 자신의 MBTI 유형을 모르는 동년배는 드물 리라 예상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하철 환승칸에 타길 좋아하는 수습편집위원 지긍은 「안녕하세요 ENTJ A형입니다」에서 MBTI와 사주역학 등 일련의 비과학적 성격 이론을 살핍니다. 두부 자르듯 사람을 구분 짓는 성격 이론의 허점을 꾸짖으면서도, 그들의 가치를 재치 있는 글로 풀어냅니다.
네 번째 카테고리 ‘희한한 시대’는 사회의 어두운 면에 집중합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처럼 우리는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부유하고 전지전능해졌지만 경쟁은 언제보다도 치열하고 서로를 향한 차별은 여전합니다. 「나와 당신의 경쟁에 묻는 안부」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저자의 글입니다. 수습편집위원 재주는 고등학교에서 자퇴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를 지치게 하는 경쟁의 근본을 의심합니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채용 사건을 향한 청년 세대의 분노를 지적하는 동시에 그들의 절망을 어루만지는 이 글이 경쟁사회에 익숙해져만 가는 우리에게 자문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6월 장혜영 의원을 필두로 10명의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를 가진 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수습편집위원 안즈의 「차별금지법이 뭐길래」는 이런 의심들에 명쾌한 설명을 제공온라인 카지노 게임. 기존 체제의 한계와 해외의 선례를 차례대로 설명하며 저자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지막 카테고리 ‘내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자성 가득한 글로 채웠습니다. 수습편집위원 달백의 「이건 슬픈 자기소개서」는 진기한 기록입니다. 무신경한 무리의 중심에 있었던 경험과 이후의 변화를 담담한 문체로 고백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타공인 인싸이자 현직 남성 페미니스트인 저자의 자기소개서를 흥미롭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종생기」에서 기고자 R은 사회에 나간 페미니스트들의 근황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반항적이고 불만 가득한 페미니스트들이 일터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실감각이 부족한 그들은 분명 가혹한 이 세상에서 도태되리라는 저주에 가까운 예언도 많습니다. 그러나 기고자 R이 발견한 것은 현실에 치이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희망을 지켜나가는 평범한 청춘이었습니다.
혼란한 시국과 판데믹에 대한 한탄으로 가득한 지난 124호를 내며 저는 한 가지 희망을 품었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있으니 다음 호에는 보다 재치 있고 즐거운 글을 선보일 수 있겠다고요. 하지만 125호를 마무리하는 지금 그 희망은 덧없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역병은 거짓말처럼 다시 번지고 있고 지난 위기를 겨우 버틴 이들이 이번에도 견뎌낼지 불확실하기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우리는 역사를 여러 동강 내어 황금기와 암흑기로 나누기를 좋아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인위적인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조금만 견디면 갑자기 희망의 시대가 열리리라 기대한 제 순진함을 탓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도래니, 되돌릴 수 없는 변화니 하는 거창한 선언은 걷어치우고 우리 앞에 당면한 문제들을 직면하는 일이 먼저라는 오래된 진리를 재확인한 셈입니다. 『연세』는 언제나 커다랗고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묻히는 속삭임들을 전하겠습니다. 125호가 이 우울한 가을에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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