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출근길
비가 내린다. 굵지도 얇지도 않은 비가 내린다. 차갑지도 않고 많은 비도 아니다. 우산을 써도 되고 안 써도 불쾌하지 않다. 올해 처음 내리는 봄비. 이제 봄은 왔다.
돌곶이역에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승객 여러분은 … 모두 하차하신 후 안전하게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승강장 안내방송이 오늘따라 크게 울려 퍼졌다. 낭랑한 목소리였다.
"이번 정차카지노 게임 상월곡,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역입니다. … 생활 속 과학을 체험하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다채로운 강연과 전시공간이 마련된 사이언스 스테이션이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이용을 …"
'참 길게도 나오네.'
열차는 무심하게 출입문을 열고, 승객들을 태우고, 출입문을 닫고, 출발했다. 열차는 터덕터덕거리다가 히이이잉 소리를 내며 속도를 올렸다. 열차 소음에 안내방송이 흐릿하게 들려왔다.
"이번 정차카지노 게임 월곡, 동…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
'월곡이면 월곡이고 동덕여대면 동덕여대지, 월곡, 동덕여대카지노 게임 뭐람.'
다음 역 이후로도 덧붙인 이름이 계속되었다.
"이번 정차카지노 게임 고려대, 종암역입니다."
"이번 정차카지노 게임 안암, 고대병원앞역입니다."
'이 정도면 카지노 게임 하나씩은 있어야 하는 거군!'
다음은 동묘역이다. 이 카지노 게임 또 어떤 이름을 가졌을 까.
"이번 정차카지노 게임 동묘앞역, … 1호선 열차로 갈아타실 분은 …"
동묘앞역은 카지노 게임 없었다. 대신에,
"흥인지문, 복추어탕 … 8번 출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열차는 동일한 음성으로 충실하게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6호선 신당역까지 여덟 정거장, 그중 네 정거장이 카지노 게임을 갖고 있었다.
열차를 갈아탔다.
줄의자에 앉은 중년의 여자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을 열고 검은색 … 그거를 …"
여자의 얼굴은 붉으락한 표정으로 전화 속 상대방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영상통화로 해!"
전화를 끊더니 휴대전화의 검은색 화면을 보며 머리를 가다듬었다.
"동그라미를 돌려 … 맞춰 … 그렇지. 냉장고를 열고 … 검은색이야. 그렇지!"
여자는 통화를 마친 후 눈에 보이게 심호흡을 했다. 안도의 한숨 같기도 하고 지쳐가는 모습 같아 보이기도 했다.
2호선도 별칭이 있는 정거장이 나타났다. 왕십리역은 성동구청역의 이름을 갖고 있었고 뚝섬역은 이름은 아니지만 '서울숲으로 가실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안내 방송을 해 주었다. 구의역은 광진구청역을, 강변역도 동서울터미널역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다.
열차가 한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어느덧 비는 그치고 하늘은 희뿌옇게 개어 있었다. 북쪽의 희끗희끗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고 앞쪽으로 보이는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히날리는 구름이 햇빛을 옅게 반사하며 지상을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햇빛은 열차 안으로도 들어와 벽이며 의자며 바닥에 반사되어 실내를 환하고 몽환적으로 바꾸었다. 실내의 가득한 밝음에 눈을 가늘게 뜨며 쳐다봤다.
'인생이 이렇게 밝음으로 가득했으면 …'
마음속으로 희구의 감상이 떠올랐다.
"이번 카지노 게임 잠실나루, 수협중앙회공제보험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
'참, 계속이네.'
나를 드러내는 모습이 어찌 하나뿐일 까. 하나 정도는 더 있지 않을까. 그런 모습에 어울리는 이름을 하나 찾아볼 까. 아니면 내 인생의 꺼짐을 흩날리고 밝음을 기원하는 의미로 별칭을 하나 만들어 볼까.
생각들이 이어지는데,
내 열차의 마지막역을 뽐내듯이 알려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 카지노 게임 잠실, 송파구청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