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쾌주 Mar 06. 2025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2024년 12월 29일 흐림

1997년 브라운관을 통해 어떤 가수를 보았다. 키가 크고 시원시원한 눈빛의 여자가 자신 있는 표정과 맑은 목소리로 힘차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뒤에서는 남자 세 명이 각각 드럼, 베이스, 기타를 맡아서 연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두운 날들과 외로운 날들에 안녕을 고하고 이제는 행복해질 시간이라고 노래했다. 나는 이들에게 한눈에 반했고, 그들은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날 들은 노래는 영화의 주제곡이었고, 얼마 후 그들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 발매되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Purple Heart라는 타이틀의 앨범이었다.


첫 번째 곡이자 타이틀곡의 제목은 밀랍천사, 부제는 Boxing Helena였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보컬 김윤아는 이 노래의 모티브를 부제와 같은 이름의 영화에서 따온 것이라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94년도에 개봉했고 당시 제목은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헬레나라는 여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머지는 제목을 보고 유추해 보기 바란다.

오늘 밤 너무 근사하고, 완벽해 보이는 너를 다시는 보내지 않을 거라고, 너는 영원히 나만의 싸늘한 연인이라는 선언. 카지노 가입 쿠폰 이 노래의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다음 노래는 간주도 없이, 침묵 속에서 시작된다. 김윤아는 조용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손을 내밀어도, 말을 걸어봐도, 나를 바라봐주지 않는 너. 너 때문에 조각조각 부서진 나의 마음은 레몬과자 맛이 나고, 아름다운 너에게선 체리샴푸 맛이 난다. 조용하던 목소리는 격앙에 달해 이윽고 외친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당시 짝사랑 중이었던 카지노 가입 쿠폰 상대를 원하고 원망하다 못해 토막토막내서 상자 속에 넣은 후 왜 나를 사랑하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어졌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당시 내 떡잎은 상태가 좀 안 좋았던 모양이다. 지금 범죄자가 되지 않고 평범한 성인으로 자라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비뚤어진 소유욕을 근사하다고 생각한 어린애들과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하고 싶었던 사람들 덕분에 카지노 가입 쿠폰은 단숨에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던 여성 보컬을 내세운 록밴드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티브이 음악프로그램에서는 좀처럼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주변에 물어보면 대부분 카지노 가입 쿠폰 나도 좋아해!라는 답변을 들었었는데 왜 아무도 앨범을 사지 않는 걸까? 왜 순위권에 들지 않는 걸까? 머글의 좋아해 와 덕후의 좋아해 가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 건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였다.

나의 의문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가입 쿠폰은 정규 앨범을 11집까지 발표해 어느새 데뷔 25주년을 넘어선 밴드가 됐다.


서울에 온 첫해 크리스마스이브,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좋아하던 친구와 어느 공연장을 찾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네버 다이,라는 타이틀로 콘서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좋아한 가수의 콘서트를 본다는 사실에 나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콘서트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김윤아는 노래의 신이자, 교주였다. 당시 카지노 가입 쿠폰은 최고의 가수를 뽑는다는 어느 예능프로그램에 나오고 있었기에, 콘서트에서는 그 예능프로그램에서 불렀던 노래들이 여럿 나왔다. 산타클로스의 모자를 쓰고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는 김윤아의 낭랑한 목소리에 나는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좌석이 2층이라 일어서서 펄쩍펄쩍 뛸 수 없었던 것이 한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친구와 나는 여운에 젖어 감격한 목소리로 감상을 내뱉다가 어느 순간 입을 다물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정말 완벽한 날이었다.


이후 나는 꾸준히 카지노 가입 쿠폰과 개인 활동을 하는 김윤아의 콘서트를 보러 갔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카지노 가입 쿠폰은 연말이 되어 콘서트를 오픈했다. MIDNIGHT EXPRESS, 2023년도와 동일한 타이틀이었다. 2025년을 향해 달려가는 특급열차.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표를 예매할 당시에는 연말인 만큼 아주 신나는 콘서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올 한 해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공연을 함께 가기로 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3일간 진행되는 콘서트의 마지막 날은 12월 29일이었다. 당일이라 취소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콘서트의 기획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일찍 시작됐을 텐데, 셋 리스트를 중간에 변경하게 되면 그만큼 다양한 문제가 생길 텐데, 어떤 마음으로 공연을 즐겨야 할지, 신나는 분위기가 되기 힘들 것 같은데, 같은 생각을 하면서.


오프닝은 2021년에 나온 카지노 가입 쿠폰 11집의 타이틀곡, Stay with me였다. 강렬한 일렉기타의 사운드 속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은 내일의 너는 내일의 나와 함께 있을 테니까, 내일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훨씬 외로우니까 지금 바로 여기 내 곁에 있어달라고 울부짖었다. 곁에 없는 사람들과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한 노래였다.

노래가 끝나고, 인사를 하기 전 카지노 가입 쿠폰은 말했다. 오늘 사고로 명을 달리하신 분들을 위해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자고. 나는 공연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애도했다. 그렇게 공연의 1부는 전반적으로 조금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왕국이 없는 왕이고, 연인 없는 연인이고, 자궁 없는 어머니이며, 세상의 어리석은 광대일 수밖에 없는 슬픔을 그들은 노래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위로와 희망이 있었다.


2부 오프닝 곡의 주인공은 빼옹이다. 그는 이 세계의 지배자이며 열리지 않는 문이나 가지 못할 곳은 없다. 마마도 파파도 형도 그를 막을 수 없다. 그는 콩팥이라는 물건이 없는 몸을 가져 그 누구보다 빨리 무지개다리를 건널 것이었지만 살아있는 동안엔 그 누구도 춤을 추는 것이라 말한다. 이 곡에 맞춰 위풍당당하게 깃발을 흔드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보며 나는 우리 집의 르샤마지끄를 떠올렸다. 구름으로 지은 분홍신을 신고 천사에게 받은 보석검을 들고 마법사의 푸른 지팡이를 든 나의 작은 고양이는 지옥에서 천국까지 어둡고 환한 빛을 뿜어낸다. 나를 위해.


처음에는 기묘한 소재를 노래하는 섬뜩함과 현실을 비판하는 신랄함을 사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슬픔에 공감했고, 위로를 얻었다.

네가 준 상처로 망가진 카지노 가입 쿠폰 피 흘리는 죽은 새를 선물하고 싶었지만, 한 번쯤은 이런 내게도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고 싶었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었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거울을 보고 늘 되뇌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나의 팬이야. 카지노 가입 쿠폰 나를 사랑해. 서러울 때도 카지노 가입 쿠폰 울지 않으려 했다. 사랑은 모두 슬프니까.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고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있었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나를 받아줄 사람이 있을지, 카지노 가입 쿠폰 바람 부는 세상에서 홀로 서 있다. 여전히.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 춤을 멈출 생각이 없다.


공연을 하던 도중, 카지노 가입 쿠폰은 김윤아의 목소리를 통해 말했다. 노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가입 쿠폰은 사랑을 위해 계속 노래하겠노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언니는 린 민메이예요!

카지노 가입 쿠폰의 노래는 나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의 소우주를 구했다. 진짜 우주를 구할 날도 멀지 않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카지노 가입 쿠폰
카지노 가입 쿠폰
단체사진이다. 내가 아주 잘 나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