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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쾌주 Mar 06. 2025

길가의 야생화가 누구의 것인지 카지노 가입 쿠폰 알게 뭐예요

2024년 12월 31일 맑음

처음으로 돈을 내고 사주를 보러 간 것은 2016년이다.


3년을 만난 남자친구는 잠수를 탔고 지갑을 분실했다. 모든 카지노 가입 쿠폰 마음에 들어 연봉을 동결하면서까지 힘들게 입사한 회사가 준 것은10개월 만프로젝트 드롭과 권고사직이었다.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졌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삶이 너무 막막하게 느껴진 나는 지인의 추천으로 용하다는 철학관을 찾았다. 철학관은 어딘가 은밀한 골목에 자리했을 카지노 가입 쿠폰는 예상과 달리 신사역과 논현역 사이의 오래된 오피스텔 고층에 위치해 있었다.


나의 생년월일시를 받아 적은 그분은 이런저런 표를 뒤적이며 무언가를 적더니 입을 열었다.

나의 대운은 일의 자리x일 때 바뀌는데 Xx살부터 Xx살까지,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살아왔다고. 그래서 이후에는 인생이 끊임없이 흔들릴 카지노 가입 쿠폰 하였다. 내 눈동자도 흔들렸지만 그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다만 Xx살부터 다시 바뀌는 대운이 아주 좋다고. 그때부터는 모든 일이 잘 풀릴 카지노 가입 쿠폰 하였다.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와 나는 외쳤다. 10년 후에 잘 될걸 기대하면서, 10년 동안 흔들리면서 살라고요?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안 하면서 살아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만 마음껏 하면서 살지도 못했기에, 나는 너무나 억울해졌다. 카지노 가입 쿠폰 울음을 그치지 않자 그분은 당황하면서 말을 보탰다. 대신 앞으로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당신은 의심이 많은 편인데 기회가 오면 너무 의심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하였다. 한바탕 울고 나오니 머리가 멍했다.


그리고 어영부영 십 년이 조금 덜 되는 시간을 보냈다.

기회가 주어지면 넙죽넙죽 받아들여서 굶어 죽는 일은 없었지만 지난한 시간이었다. 십여 번의 이직과 이사, 만남과 헤어짐, 코로나, 그리고 아빠와의 이별까지.8개월 만에힘들게 입사한 회사는3개월 만에 프로젝트 드롭과 권고사직을 주었다.게 바로 요즘 회사의 트렌드인가? 유행치고는너무 오래가는 것 아냐? 5년 만에 시작한 연애는 7개월 만에 끝났고 나는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어느새 연말이 다가와 여기저기서토정비결을 보라 했다.하지만 좋은 말은커녕 헛소리만이 가득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길가의 야생화가 뭐가 뭐요?



심지어 내년부터 삼재였다.미신을맹신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대의 심리 치료라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기에 이왕 위로를 받을 거면 제대로 돈을 내고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수소문하여 급히 예약을 했다. 중국에서 오셨다는 선생님은 홍대에 위치한 아주 귀여운 이름의 가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은 일반 사주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사주를 본다며 내 사주가 좀 특별하다고 하셨다.내년 구정부터 운이 풀리기 시작할 건데 12월이 되어야 완전히 다 풀릴 것이라는 것이었다. 오, 이번엔 10년이 아니라 1년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딱히 웃음도 눈물도 나오진 않았다.

선생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제 다 끝나가니까 말해주는 건데, 하며 입을 떼셨다. 자긴 원래 성격도 그렇고 한국말도 서툴러서 위로 같은 건 하지 못한다 하시며 꺼낸 말인즉, 나의 사주는 근 20년간 까놓고 말해서 재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2005년부터 20년간 내게는 공망이라는 것이 들어와 있었고 2015년부터 이게 극에 달해서 엄청나게 불안했을 카지노 가입 쿠폰고 하셨다. 공망은 글자 그대로 텅 비고 허무한 카지노 가입 쿠폰 무엇을 해도 남는 것이 없고 남들 보기엔 저 사람이 늘 헛꿈을 꾸는구나 싶은, 그런 카지노 가입 쿠폰 하셨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릴 때의 나는 세상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져 세상을 염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의 마음은 몸과 유리되어 늘 허공에 떠 있었고 둘은 가느다란 끈으로 이어져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 끈이 언제 끊어질지 몰라 노심초사했다. 필사적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회피하며 살다가 뒤늦게 만난 사회는 당연히 녹록지 않았지만, 돈을 번다는 자체로 일부 고통이 상쇄되는 듯했다. 다만 공교롭게도 오랜 우울에 시달리다가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처음으로 병원에 간 것이 공교롭게도 2015년이었다.

병원을 다니면서 조금 나아졌나 싶었던 내 마음은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허공을 향해 헤매기 시작했다. 원치 않았던 잦은 이직으로 커리어는 엉망이 되었고 10년 넘게 업계밥을 먹었지만 남은 카지노 가입 쿠폰 아무것도 없다는 막막함에 늘 고통스러웠다. 뭐라도 해보려 발버둥 쳤지만 늘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남들은 늘 카지노 가입 쿠폰 태평하게 살아가고 있다, 걱정 없이 귀하게 자란 것 같다고 했고 그 시선은 나를 미덥지 않게 여기는 것만 같았다.

매일밤 수많은 꿈 속에서 끝없이 돌아가는 팽이를 보다가 정신을 차리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고 잠을 청한 지 고작 1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렇게 밤새도록 시달리고 나면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11살 때 쓴 일기다.




정식 심리 상담보다 훨씬 싸게 먹힌 30분간의 심리 치료효과는 놀랍게도 탁월했다.십 년을 버텨왔는데 일 년쯤이야! 내 인생이 정말 사주대로 흘러간다면 내가 노력하고 행동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카르마와 다르마를 떠올렸다. 내가 아무런 발버둥도 치지 않고 기회를 의심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나는 10년간 더 불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꾸준히 조금씩 좋아지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병원비를 낼 수 있음에 감사했고, 목이 마르면 당장 무언가를 사 마실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마음을 붙잡고 또 잡으면서 겨우겨우 여기까지 왔다. 몇 년 전부터는 열심히 산다는 얘기도 가끔 듣게 되었다.


올해 말부터 일이 잘 풀리든 풀리지 않든 계속 이렇게 살다 보면 중년도 지나가고, 60부터는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카지노 가입 쿠폰다. 다시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세상은 많이 달라져있을 테니 그 후는 여생으로 삼아 조용히 30년 정도를 더 살고 싶다. 22세기를 기다리며, 조금 더 나아지는 삶을 위해 가느다란 끈을 단단히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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