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 (소나무, 2014)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인류가 문명을 일궈오며 꾸준히 부딪혀 온 과제였다. 최근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현재 어떤 가치를 내려놓고 어떤 가치를 붙들어야 하는가? 참 어려운 문제다. 이 책의 저자는 동양 철학의 거장인 노자와 장자 그리고 공자, 맹자를 아우르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추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경계의 사유를 펼쳐놓았다.
이 책은 노자와 장자, 공자와 맹자 그리고 현대의 여러 철학자들이 펼쳐놓은 거대한 서사를 정교하게 엮어낸 하나의 철학적 지도로 볼 수 있다. 저자는 '노자는 은둔형 철학자'라는 세간의 통념을 깨부수고, 그가 얼마나 현실에 밀착한 문명론 자였는지를 생생하게 풀어낸다. 풍비박산 난 옛 봉건 질서 속에서 공자가 천하무도를 탄식하던 순간, 노자는 도리어 변화를 긍정하는 감각을 길어 올려 또 다른 문명의 가능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동양 철학은 딱딱한 규범이나 관념의 틀로 굳어질 뻔하였으나, 저자는 노자와 장자를 고리타분한 텍스트로 가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만물은 그 반대편을 향해 쉼 없이 움직인다."라는 반(反)의 관념을 통하여 동양 사상이 우리 시대에 어떻게 다시 숨 쉴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공자식 정명(正名’과 노자식의 비명(非名)이 충돌하고, ‘친친’과 ‘무친’이 기묘하게 교차하며, 그 사이에서 우리는 ‘무위(無爲)’에 담긴 자발성의 힘을 재발견한다.
이러한 사유의 진폭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것은 책이 후반부카지노 쿠폰 다루는 생태학적 성찰이다. 노자의 자연관은 현세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일 뿐 아니라, 우리가 삶을 유지하고 지속해 가는 태도 자체를 바꾸는 강력한 제언이기도 하다. 자연 속카지노 쿠폰 ‘스스로 그러한(自然)’ 질서를 본받아, 인간이 제도와 규범의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생명력 넘치는 '틈'카지노 쿠폰 자라나도록 내버려두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은 새로운 문명을 향한 하나의 예고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알던 지식과 세계관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다시 세워지는 광경을 체험하게 된다. 고단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책카지노 쿠폰 만나는 노자와 장자는 그저 ‘탈속’의 대명사가 아니다. 그들은 역동하는 변화를 거부하지 않으며, 오히려 혼돈과 경계를 즐기면서 꾸밈없는 본성을 지키는 법을 가르쳐 준다.
찡따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책이란, 현재 내가 밟고 서 있는 지평선 너머 또 다른 지평선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이 바로 그런 책이다. 낯선 사유와 맞닥뜨릴 때 느끼는 당혹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의 전율,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마주하는 세계의 잔잔한 울림까지 이 모든 과정을 한 권에 녹여내었다.
이 책의 목차만 보면 단순하게 철학적 고찰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어떤 태도로 사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렇게 우리는 '이것'을 버리고 '저것'을 선택하게 된다. 그 선택의 순간 우리는 비로소 노자와 장자가 말하던 생명력 넘치는 자유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읽고 싶지만 귀찮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네 개의 목차카지노 쿠폰 다뤄지는 내용을 다소 구체적으로 다루겠습니다.
1) 노자와 장자, 그리고 현대의 철학자들
저자는 노자의 사상을 정밀하게 해부한다. 노자에 대해 흔히 알려진 '은둔자'라는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모색한 철학자였음을 강조한다. 흔히 노자를 '정치와 현실을 등진 채 초월적인 세계로 물러난 인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노자가 공자와 마친가지로 현실 사회를 깊이 고민했으며, 공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내고자 한 또 다른문명론자*였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 문명론자란, 단순 기존의 문명을 따르거나 유지하는 사람이 아닌, 문명의 본질과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새로운 틀을 구상하려는 사상가를 뜻한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인공지능과 인간관계에 대해 새롭게 사유하는 것일 수 있으며,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경제 체제를 탐구하는 탈성장 이론가들로 비유할 수 있다. 반대로 비문명론자는 기존 문명의 틀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문명을 변화나 흐름 속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보면 된다. 이 관점에서 공자를 비문명론자로 볼 수 있겠지만, 그는 기존의 문명 질서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반대로 노자는 문명의 틀 자체를 해체하고 새롭게 구상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저자는 공자와 노자의 충돌 지점을 짚었다. 공자는 서주(西周) 시대로부터 이어진 예(禮)와 신분 질서를 복원함으로써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으려 했다. 이에 비해 노자는 모든 사물과 개념이 대립되는 쌍과의 관계 속카지노 쿠폰만 존재 의의를 발견한다는 '반(反)' 개념을 주창했다. 다시 말해, 노자에게 세상은 고정된 본질, 권위로 설명될 수 없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의미가 결정된다고 본 것이다. 이는 공자가 지향한 안정적이고 정비된 구조인 예와 신분 체계와 충돌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노자의 관점카지노 쿠폰 신분 질서를 미리 정해두고 그 위에 규범을 쌓는 방식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오히려 인간이 지닌 본연의 생명력과 자발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카지노 쿠폰 저자는 노자를 단순하 '은둔' 또는 '탈속(脫俗)'의 상징으로 보지 않는다. 흔히 '무위(無爲)'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오해하지만, 이 책카지노 쿠폰 말하는 무위란, "자연(自然)의 원리에 순응하며, 인위적 구속을 가능한 한 줄여서 생명력이 최대치로 발현되도록 하는 태도"로 재해석했다. 고로, 노자의 정치관은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 해결방식으로서, 억지로 제도나 규범을 덧씌우는 대신 백성 개개인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하자는 주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저자는 노자와 장자가 현대 철학자들의 사유 체계와도 맞닿아 있음을 부각했다. 예를 들어 해체주의나 포스트모던 철학이 고정 불변의 본질을 해부하여 다양한 주체의 가능성을 끌어들이려 했다면, 노자와 장자는 이미 고대 중국에서 '해체와 재구성'의 논리를 바탕으로 기존의 권위와 제도를 상대화하고, 새로운 관계 맺음의 방식을 살폈다. 이는 동양철학이 서양철학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간 것으로 보는 일반적인 통념을 허무는 관점을 , 저자는 두 문화권의 철학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살펴보길 권한다. 그러므로, 노자와 장자의 철학은 결코 자기들만의 고립된 세계관이 아닌, 서양의 현대 철학에서 논의되는 해체나 탈중심화(décalage) 같은 개념들과도 맞물리는 보편적인 통찰을 담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목차에서 보여준 바는 노자가 장가와 사회를 거부하는 은둔형 사상가가 아니었고, 기존 문명의 토대를 흔드는 또 다른 문명론자였다는 점이다. 공자가 구성한 유학적 패러다임과 다르게, 노자는 인간과 사회를 결박하는 규범과 질서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보았고, 이를 '무위'라는 개념 하에 더욱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으로 재정의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현대의 다양한 철학적 조류와 결합할 여지를 남기며, 맞물리는 지점에서 노자 사상이 지닌 새로운 길을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2) 경계 위를 걷는 철학
저자는 반(反)이라는 개념이 노자 철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주목한다. 노자는 세상을 고정된 실체나 본질로 이해하는 게 아닌, 서로 대립하는 범주들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밀고 당기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장(場)으로 파악했다. 도덕경(道德經) 2장에서 제시된 ‘난(難)과 이(易), 장(長)과 단(短)’ 같은 대립 쌍은 그 전형적인 예다. 우리는 흔히 어려움과 쉬움을 완전히 상반된 상태로 여긴다. 하지만 노자에 의하면 이 둘은 독립된 채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려움을 경험해야 비로소 쉬움을 인식할 수 있고, 쉬운 일을 하다 보면 또다시 어려운 국면에 부딪히는 법이다. 긴 것과 짧은 것도 마찬가지다. 어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긴'이라고 불리던 것이 '짧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고로, '반(反)'은 모든 존재와 개념이 대립관계 속에서 상호 정의되고,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反)'의 사유가 단지 철학적 관념을 넘어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환경 문제다. 인간 중심적 사고는 자연을 극복하거나 정복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나머지, 무분별한 개발과 자원 착취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노자의 시각으로는 자연과 인간 역시 하나의 대립 쌍으로서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자연이 파괴되면 궁극적으로 인간도 생존 기반을 잃게 되며, 이는 근대 이래 강화되어 온 발전주의, 소유 중심의 가치관이 얼마나 일방적인 발상이었는지를 드러낸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 자연(自然)은 인간이 사실상 자연적 질서에 거스르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태도를 의미한다. 고로 이는 곧 현대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세계관으로 바라볼 수 있는 셈이다.
저자는 '반(反)'의 논리가 인간관계나 문화적 다양성의 영역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보았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배경을 가진 상태로 만나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그 갈등은 일방이 완전히 승리하거나 다른 한쪽이 완전히 굴복하는 식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입장들이 부딪히고 섞이면서 예상치 못한 해법이 나오기도 하고, 원래의 입장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노자의 사유에 입각하여 바라보면, 이러한 대립과 교차가 오히려 공동체와 개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으며, 그 대립이 반(反)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재조정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가치관이나 사회 구조를 다시 들여다 보고, 그 속카지노 쿠폰 어떤 갈등과 충돌이 발판이 되어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결국 이 장에서는 노자는 '고정된 것'을 해체하고 다른 가능성을 살피게 만드는 철학자로 그려진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노자의 철학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새롭게 조명해 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자 역시 이를 단순 학문적 호기심 차원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 삶의 방식에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실제적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지점에서 반(反)이라는 개념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자,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참신한 해법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3) 틈새를 견디는 긴 호흡
이 책의 후반부에 이르면, 저자는 노자의 시선을 빌려 공자를 다시 들여다 보고, 공자의 입장카지노 쿠폰 도가 사상을 재평가하는 '교차 독해'를 시도하게 된다. 이는 단순 유가와 도가의 대립형식을 벗어나, 두 사상이 서로 어떻게 보완하고 자극해 왔는지 깊은 차원카지노 쿠폰 살피기 위함이다. 주목할 지점은 공자가 말한 직(直)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인간 내면의 진실성과 사회규범 간의 긴장 관계를 재조명한다.
이 책은 '툭 하고 드러나는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직을 설명했다. 이는 관념적 규범이나 제도의 틀에 앞서, 인간이 스스로 자각하는 내면의 정직하고 솔직한 마음을 가리킨다. 흔히 유가는 예를 중시하는 다소 경직된 규범 철학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공자 사상의 뿌리에 직(直)이라는 개인적 정직성과 자발적 실천이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처럼 직(直)은 단순히 남에게 성실한 모습을 보이거나 도덕적 완벽함에 매달리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그 정직함을 통해 타인과 직접 소통하는 실천적 기반이 된다. 그 결과 유가가 추구하는 바는 결코 딱딱한 제도 유지가 아닌, 사람들이 진솔하고 올곧은 마음을 잃지 않은 채 서로 어우러지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된다.
이 맥락카지노 쿠폰 공자 이후 순자의 '예'라 는 개념도 함께 다룬다. 순자는 인간의 욕망이 무제한으로 뻗어나갈 때 발생하는 혼란을 방지하고, 사회적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예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렇다고 하여 순자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무조건 억압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순자의 예 또한 공자의 직과 마찬기지로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기 위한 도덕적, 사회적 장치였고,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의 자유로운 마음과 공동체의 질서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저자가 이러한 유가 전통을 단순히 옹호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오히려 도가적인 관점에서 유가를 되돌아보며, 그 한계를 짚어낸다. 노자의 무위가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삶의 태도, 반(反)이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전복적인 성격은 유가가 제도와 질서를 거듭 강조하는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공자의 직과 순자의 예가 개별 인간의 진솔함을 회복하려 했다는 사실은, 도가 사유가 흔히 받은 '현실 참여를 포기한 은둔 철학'이라는 비판을 다른 각도에서 풀어볼 지점으로 작용한다. 고로 저자는 이러한 교차 독해를 통하여 유가와 도가가 서로 대립만 일삼았다는 통념을 뒤엎고 전통 철학의 다채로운 면모와 변주의 가능성을 깊게 탐구했다. 이러한 재평가를 통하여 독자는 노자와 장자, 그리고 공자와 순자가 처한 시대적 맥락을 들여다보며, 지금 우리 사회의 문화, 정치, 윤리적 문제를 다시금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4) 불안은 탄성을 낳는다.
마지막 장에 이르면, 저자는 인간 문명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경계 짓기와 구분의 문제를 직접 다룬다. 사람들은 "무엇이 나이고, 무엇이 너인가" 또는 "어디에서 우리를 구분 짓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긴장과 불안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노자와 장자가 말한 무친(無親)’이나 ‘무위(無爲)'라는 개념은 기존의 딱딱한 권력 구조나 일방적인 지배, 복종 관계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유연하게 서로를 이어주는 권력의 형태를 제안한다. 이는 '심업(心業)이라는 표현과도 맞물린다. 그렇게 사람들이 마음의 작동 방식을 스스로 자각하고, 권위를 강압적으로 행사하기보다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정해 가는 방법을 보여 준다. 한편 이 책은 갈등과 분열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세계에서도, 불안이 꼭 해롭지만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히려 그런 불안이 새로운 통찰이나 가능성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탄성(彈性)'으로 비유하며, 불안정해 보이는 경계 지점에서야말로 인간이 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로, 노자와 장자의 철학이 지향하는 것은 모든 구분을 무화(無化)하는 게 아니라, 구분과 충돌에서 비롯되는 불안이 어떻게 생동감 있고 창의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마치며)
이 책은 단순 동양철학사에 그치지 않는다. 시대가 직면한 문제와 동양 철학 사이의 접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노자와 장자라는 도가철학을 경험하면서도 공자와 맹자의 유가적 가르침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은 우리의 사유의 폭과 깊이를 한층 더 키워준다. 그러므로 '노자는 은둔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은 단순 역사적 사실을 재발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궁리하기 위해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금 펼쳐 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함의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이 가리키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동양, 서양 철학의 사유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 순간에도 생동하는 사유의 장으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다. 다른 하나의 길은 실천적 길이다. 개인적 불안부터 사회적 갈등까지 만연한 문제들은 무친(無親)과 무위(無爲)처럼 도가가 제시한 통찰을 통하여 유연하게 풀어 가자는 메시지다. 우리가 흔히 '필요 없다'라고 치부해 온 생각과 태도가 사실은 새로운 문명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으며,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오히려 바꿔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시 시킨 것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바로 그 전환점에 서 볼 것을 권유한다. 노자와 장자의 높은 시선에서 던진 메시지를 귀담아듣고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다시 말해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움을, 이상을 버리고 구체적인 현실을 택해보라는 말이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마음이 열려있는, 개방적인 분이실 것 같으니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놓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 최진석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정치 관련 댓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정치에 뛰어들면서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가 구체적인 정치에 왜 뛰어들었는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부족했다.', '무모했다.' ‘잘했다’ 란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잘했냐', '못했냐'가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냐', '방관했냐'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지식인들은 우아하게 체스판 앞에 앉아 기물을 움직이려고만 하거나, 고상하게 논평만 하고 있을 뿐, 진흙탕 위에서 직접 싸우며 해결하려고 하질 않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철학자 최진석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용기 있는 지식인 중 한 명이자,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갖춰야 할 태도라 생각합니다.
아! 뭐야? 벌써 토요일 오후 12시잖아?
소중한 주말중 토요일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다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