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 당선작
걸어가는 시금치 같다.
배정된 여고의 지정 교복을 처음 봤을 때의 감상이다. 흰색, 검은색 같은 무난한 색을 놔두고 왜 하필 초록색이었을까. 촌스럽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학교 건물마저 교복과 같은 색이라니. 옥상 꼭대기에 박힌 육망성 모양의 창문은 사이비 종교의 아지트를 연상케 했다. 기독교 미션스쿨을 표방하는 학교라 다윗의 별을 상징으로 가져왔다는데, 내가 알 턱이 있나. 친한 카지노 게임 추천들과 뿔뿔이 흩어진 사춘기 소녀는 잔뜩 뿔이 났었다.
그 겨울, 같은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절반 이상이 초록색 고등학교로 올라왔다. 그런데도 교실에는 익숙한 얼굴이 없었다. 습관처럼 일찍 등교해 맨 앞자리를 잡고 앉았다.들어오는 아이마다 낯선 얼굴이었다. 가져온 노트에 그림을 그리며 의기소침해 있는데, 누군가 톡톡 말을 걸었다.
안녕? 옆에 앉아도 돼?
응.
나중에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이 카지노 게임 추천는 내 첫 응답이 싸가지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바로 옆 중학교에서 올라온 아이는 두 명의 카지노 게임 추천와 함께 이 반에 배정됐다. 여자애들 사이에서 셋은 애매한 숫자다. 둘 아니면 넷. 이렇게 짝수로 다니지 않으면 한 명이 소외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처음부터 그걸 염두에 두고 한 명을 더 물색했다.감이 좋고 똑 부러지는 카지노 게임 추천였다. 그 계획적인 레이더망에 걸린 게 바로 나였다.
옆으로 주르륵 앉은 그녀의 카지노 게임 추천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얼굴을 익힐 시간도 없이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지구과학을 담당하는, 마르고 큰 키의 남자 선생님이었다.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썰렁한 농담을 던졌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교실은 신학기 특유의 긴장과 흥분, 서먹함이 섞여 단단하게 굳은 젤리 같았다.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시작된다며 모두 강당으로 모이라고 하셨다. 친한 카지노 게임 추천, 안 친한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눈치를 보며 삼삼오오 떼를 지어 밖으로 나갔다.
새로 만난 카지노 게임 추천 3명과 화장실에 들렀다. 말을 걸어온 카지노 게임 추천와는 짧은 사이에 어색함이 풀려, 앞으로 좋은 카지노 게임 추천가 될 것 같았다. 볼일을 마치고 치마를 가다듬으며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큰 고비를 하나 넘긴 기분이었다.손을 씻고 밖으로 나오자, 나머지 카지노 게임 추천 중 하나가 계단 위에 서 있었다. 인기척이 느껴졌을 텐데도 딴 곳만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이 멋쩍은가 싶었다. 어색한 공기를 풀어보려고 용기를 내어 말을 붙였다.
벌써 배고프네. 얼른 점심시간 됐으면 좋겠다, 그치?
그 시절에는 항상 배가 고프지 않았던가. 잡담 주제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생긋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는데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위에서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는 그녀가 명백한 거절의 눈빛을 보내왔다. 분을 바른 것처럼 하얀 얼굴이 가면처럼 딱딱했다. 그녀를 둘러싼 카지노 게임 추천 향한 거부감이 오라처럼 일렁였다.
왜 저러지. 내가 뭐 실수했나.
나머지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각자 다른 친구의 팔짱을 끼고 강당으로 향했다. 이상했다. 그렇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또래 아이는 처음이었다. 곧 내 기분도 불쾌해졌다. 그 애가 카지노 게임 추천 내려다보던 시선이 자꾸 생각났다. 마치, 거기에 내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사람 하카지노 게임 추천 단숨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법이 있다면, 그 애는 그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설령 앞으로 친한 사이가 된다 해도 잊힐 것 같지 않았다. 마음 깊이 상처받았다.
단지 내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랫집 아주머니의 눈동자는 그 아이를 꼭 닮아 있었다.작은 호의는 통하지 않았다. 매번 기대하고 매번 좌절했다. 누군가가 카지노 게임 추천 싫어한다는 건, 아무리 물을 줘도 자라지 않는 씨앗을 돌보는 일과 같았다. 이유를 알기 위해 땅을 파면 팔수록 손끝은 새까매졌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무력감에 스스로를 탓하는 순간마저 있었다. 결국,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관계는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 누군가를 내가 좋아하느냐, 아니냐는 상관없었다. 열린 문 안으로 밀려드는 물결을 따라 억눌린 감정들이 범람했다. 지붕에 올라가 홍수에 떠내려가는 희망을 바라보며, 이제는 건지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아주머니의 차가운 눈초리에 드디어 씨앗을 포기하기로 했다. 더는 마음을 소진하고 싶지 않았다. 삶을 누군가의 불안과 분노에 저당 잡히지 않기로 했다. 닿지 않는 호의는 회수당했다. 나도 내 마음을 카지노 게임 추천 권리가 있으므로.
몇 개월 뒤면 전세 계약이 끝난다. 미련도 기대도 내려놓은 채,카지노 게임 추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아주머니가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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