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가입 쿠폰에서는 '킴취' 먹지?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는 '킴취' 먹지?"
2021년 5월 무렵,
식당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 프랑스 신부님이 나에게 물어보셨다.
프랑스에서 지낸 지 3년, 그리고 이곳 낭트 신학교에서 지낸 지 1년이 되던 나는,
오랜만에 듣는 '김치' 단어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동시에 신부님의 정확하지 않은 '김치' 발음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실례되지 않게 조심스레 발음을 수정해 드렸다.
"신부님, 죄송한데요, '킴. 취.'가 아니라 '김. 치.'가 정확한 발음이에요"
킴을 좀 더 부드럽게 발음하면 된다고 말씀드리자, 신부님은 본인이 듣기에 '김'이나 '킴'이나 똑같은 발음으로 들린다고 웃으며 대답하셨다. 내가 애써 '킴'과 '김'의 발음 차이를 알려드리기 위해 다시 말씀드렸지만, 어렵다며 그냥 웃으셨다. 그렇게 테이블에 앉아있던 네 명 모두 웃으며 식사를 이어갔고 식사의 대화 주제는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점, 발음, 식사 문화, 예절 문화 등이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신부님은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목요일 저녁에 식사를 개인으로 할 예정인데, 그날 괜찮으면 네가 카지노 가입 쿠폰음식 맛 좀 보여줄 수 있을까? 진짜 카지노 가입 쿠폰음식 맛이 궁금해서 그래. 식사 준비 비용은 신학교에서 환불해 줄 수 있어".
나는 참 좋은 제안이라며 바로 받아들였다. 나는 곧 말로 설명만 하던 한국 음식들을 직접 맛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뻤다. 그와 동시에, 약간 걱정도 되었다. 어떤 메뉴를 고를지에 대한 걱정, 인원수에 따른 재료의 양에 대한 걱정, 그리고 한국과는 다른 재료를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 지에 대한 고민 등이었다.
사실 나는 음식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집에서 거의 주방일을 해본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수도원에 들어갔다. 수도원에서 순번에 따라 일주일씩 식사당번을 돌아가면서 했는데, 첫 식사당번일 때 받았던 충격을 잊지 못한다. 함께 식사당번을 맡은 선배 형제님이 국을 끓이기 위해 멸치육수를 내는 걸 보면서 마음속으로 외쳤다.
'살면서 내가 먹어온 국의 기본이 멸치와 다시마 육수였다니!'
이렇듯 나는 음식의 기본이 되는 멸치육수도 들어보지 못했었고, 기본 조리법도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식사당번을 맡고 음식을 배우면서도 엄청 맛있게 음식을 한 적도, 식사 준비를 흥미롭다고도 느낀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러던 내가 프랑스라는 외국에 와서 지내다 보니 '한국 음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대해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나는 내가 이 한국음식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내 음식 솜씨가 뛰어나지 못하다는 현실 사이에서 어려움을 안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신부님의 제안을 받아들인 날은 월요일이었으므로, 식사날 까지는 이틀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우선 신학교 중앙 복도 게시판에 [이번 주 목요일 카지노 가입 쿠폰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공고문을 붙이고, 몇 명이 카지노 가입 쿠폰에 참석하고 싶은지 알아보았다. 신학교 총 인원 50명 중에 50명이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50명 전원 참석! 개인적으로 다소 부담스러운 인원이었지만, 그래도 그만큼 한국음식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단계는 메뉴 선정이었다. 대부분의프랑스 신학생들은 한국 음식을 잘 몰랐고, 김치나 비빔밥을 몇 번 들어본 정도였다. 각 신학생들과 교수님들 방을 돌며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지, 매운맛을 먹을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채식주의자는 없고,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몇몇 있었다. 토마토 껍질 알레르기, 오이, 견과류, 갑각류 알레르기 등 다양한 알레르기가 소수의 학생들에게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매운 음식을 아주 어려워했다. 한 학생은 후추도 잘 못 먹고, 한국 컵라면인 '튀김우동' 조차도 맵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고민 끝에 맵지 않으면서 한국의 맛을 보여줄 수 있는 메뉴들로 결정했다.
바로 군만두, 소불고기, 쌀밥, 겉절이 김치, 미니호떡이었다.
식사 스타일은 [전식-메인요리-후식]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스타일을 따르기로 했다. 음식도 색다른데 갑자기 스타일까지 바꿔버리면 너무 어색해할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전식은 군만두, 메인요리는 쌀밥과 소불고기, 겉절이 김치, 그리고 후식은 미니호떡으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목요일 오후가 되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우선 낭트 외곽에 있는 아시아마트에 들러 군만두와 쌀을 구입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요리해서 먹는 쌀은 보통 동남아및 인도지역 쌀(Basmati) 종류로 쫀득함 없이 바스러지는 종류의 쌀이기 때문에, 최대한 우리나라 쌀과 비슷한 쌀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 안타깝게도 한국 쌀은 없어서 결국 조금 비싸지만 일본 고시히카리 쌀을 골랐다. 후식을 위해 호떡 믹스도 사고 일반 마트로 갔다. 일반 마트에서는 겉절이를 담그기 위해 태국산 액젓과 노란 알배추를 샀다. 프랑스 사람들은 배추를 항상 '중국 배추(Le chou chinois)'라고 부른다. 아시아 배추나 그냥 배추라고 부르면 좀 더 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의외로 배추 속은꽉 차있었고 색도좋았다. 고기와 함께 볶을 양파와 당근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고기를 사러 정육 코너에 갔다. 불고기는 얇게 썰어야 제 맛인데, 프랑스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얇게 써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구글 이미지로 불고기를 보여주는데도 얇게 썰기를 계속해서 거부하자, 결국 대충 썰어달라고 하고 돌아와서 내가 썰기로 했다. 장보기를 마치고, 신학교에 돌아와 바로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고맙게도 열 명 가까이 되는 신학생들이 주방에 와서 도와줄 거 없냐며 음식준비를 도와주었다. 나는 큰 냄비에 밥을 짓고, 겉절이를 만들고, 소고기를 썰었다. 다른 친구들은 소불고기에 들어갈 야채를 썰고 양념장에 고기를 재워놓는 걸 도와주었다. 그리고 다 함께 식당 테이블에 장식을 달았다. 음식을 잘 못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던 나에게 신학생들의 도움은 큰 힘이 되어주었다.
한 프랑스 신학생은 2016년에몇 달간대전에서 공부와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선물로 받은 '태극기'와 '한국 지도'와 '한국 문화재 사진'들을 가져다 테이블의 장식으로 썼다. 장식을 마치고 보니 꽤나 괜찮은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장식이 끝남과 동시에 쌀밥 냄새가 식당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저녁식사 시간이 임박하자, 마지막으로 많은 양의 소불고기를 강한 불에 맛있게 볶아내고 더 카지노 가입 쿠폰스러운 냄새를 퍼트렸다. 19시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다 함께 식사 전 기도를 바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간단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음식 문화와 예절 문화의 측면에서 프랑스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빠르게 설명했다. 전식으로 군만두를 택한 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양이 너무 많지도 않고 간장소스와 곁들이니 느끼하지 않고 입맛을 돋우기에 좋았다. 이어진 메인요리는 소불고기의 짭짤함과 겉절이의 개운함, 그리고 쌀밥의 촉촉함이 조화롭다고 또 호평을 받았다. 특히 매운맛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위해 겉절이의 매운맛을 줄였던 점이 좋은 포인트였다. 모두들 맛있다고 좋아했다. 메인요리를 서빙하자마자 나는 주방에 다시 가서 미리 준비해 놓은 호떡 반죽을 꺼내 여러 프라이팬에 부치기 시작했다. 내가 사라진 걸 느낀 친구들은 일부러 식사를 빨리하고 주방에 와서 또 호떡 굽는 일을 도와주었다. 친구들 덕분에 50개의 호떡이 금방 구워졌다. 설탕이 반들반들하게 녹은 달콤 쫀득한 호떡은 겉절이와 소불고기의향을 깔끔하게 걷어주는 최고의 후식이었다. 모두 맛있게 먹으니, 나는 기뻤다. 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데도 동료 신학생들은 끝까지 남아 함께 노래를 부르며 주방 청소까지 마무리했다.
기숙사 방에 돌아온 나는 다시 방에서 나와 혼자 성당에 갔다. 성당에 앉아 파란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며, 하느님께 하루의 감사기도를 드렸다. 성당의 고요함 속에서 평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의 맛있는 매운맛을 보여줄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 가능한 선에서 최선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무엇보다도 큰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신학생이라는 길을 함께 걷고 있는 프랑스 친구들에게도 따뜻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나도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진심 어린 관심과 도움, 우정,이러한 마음가짐을 일상에서도 펼쳐갈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행동하며 살야겠다는 다짐을 한 하루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표현한다. 나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프랑스 7년 차가 된 오늘날까지도 계속 배우고 있다.
낭트의 신학교에서 만난 교수 신부님들과 신학생들 그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을 맛있게 먹어준 신학교의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다. 또한 카지노 가입 쿠폰 덕분에 떠오른 한국의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그리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