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란 무엇인가?
(똑 똑 똑)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때는 2021년 6월 어느 날, 카지노 가입 쿠폰 낭트의 신학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세 달 동안 신학을 가르쳐 주신 카지노 가입 쿠폰 교수신부님이 책상에 앉아계셨다. 맞은편 자리는 비어있었고, 강의실 안 공기는 초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편이었다. 아마도 '기말고사'라는 분위기 때문에 더 서늘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교수님은 낭트 신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아 사람이었던 나에게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게 하려는 것인지 애써 웃어 보였다. 작은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나에게 꽁치 통조림처럼 동글고 기다란 통을 내밀었다. 그 통 안에는 흰 종이들이 빳빳하게 세로로 접혀 있었다. 적어도 10개는 되어 보였다.
"C'est parti. Prends-enun et vérifiele sujet".
("자 이제 시작해 보자. 하나를 뽑고, 주제를 확인해 봐".)
나는 통 안에 든 종이 하나를 뽑고, 거기에 적혀있는 주제를 확인했다. 다행히 내가 열심히 파고들었던 '혼인 윤리' 관련 주제가 나왔다. 이 주제를 가지고 교수 신부님과 토론을 하듯 시험을 진행해 나갔다. 시험 시간은 30분이었고, 교수님의 질문도 많아서 답하다 보니 이 시간이 엄청 빠르게 지나갔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경험한 첫 신학교 기말고사는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시험이었다.
구술시험.
한 학기 동안 다루었던 주제들 중 한 가지를 랜덤으로 뽑아 뽑은 주제에 대해 배운 것과 이해한 것을 최대한 설명해야 하는 구술시험. 한국에서부터 나에게 익숙한 시험 방식은 초중고등학교에서 기본으로 치르는 객관식 시험과 수능 수리영역 주관식, 대학교 논술 및 쓰기 시험 등이 전부였다. 대학교 입학 때 면접을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해 설명해 본 적은 있지만, 기말고사 때 구술시험을 치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첫 구술시험을 준비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쥐어짜 내듯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했고, 그에 대해 후회는 없었다. 나중에 받은 시험 결과도 20점 만점에 14점 정도로써 평균정도였지만, 적당히 잘 받아낸 점수라고 생각했고, 만족했다.
물론 언어의 장벽도 있었다. 교수님이 되묻는 질문을 했을 때, 내가 이해하지 못한 단어가 있으면 다시 여쭈어보기 마련이었다. 며칠 동안 밤잠을 거르며 공부했는데도 공부했던 범위 안에서 새로운 용어들을 만나기 다반사였다. 내가 노력을 덜 했구나 하면서 계속 공부해도 새로운 용어들, 처음 보는 용어들, 사전을 찾아야 하는 용어들은 끝없이 나를 반겼다. 구술시험 중에도 적어도 다섯 번은 용어를 되물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어 특성상 발음이 조금만 달라도 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실하게 듣지 못한 단어는 반드시 다시 되물어야 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는 매번 천천히 다시 발음해 주셨다.
사실 외국에 살면서 나에게 '언어의 장벽'은 당연하면서도 조금 민감한 부분이다. 처음 카지노 가입 쿠폰어를 한국에서 두 달 배우고 카지노 가입 쿠폰에 도착했을 때, 현지인들말이 너무 빨라이해하기 어려워서그냥 배웠던 짧은 문장들만 제한적으로 사용했었다. 그때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어 어렵지? 나도 이해해. 만약에 내가 한국어를 배웠으면 너 만큼도 못했을 거야".
이 말은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에 6년 넘게 지내는 오늘날까지도 새로운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들을 만날 때면 자주 듣는 말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 온 첫 해에는 이 말이 위로를 주는 말처럼 느껴졌었는데, 1,2년이 지나면서부터는 내 카지노 가입 쿠폰어 실력이 정체되어 있는 건가?라는 불안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부턴가는 이 멘트를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어를 현지인만큼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이 꼭 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내 마음이 민감해져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이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시험뿐 아니라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결국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들이나 한국 사람들이나 '삶'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희로애락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한 그룹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은 말 그대로 '벽'이기도 하지만, '사람'이라는 무수한 공통점들 사이에서는 '작게 패인 하나의 흠' 정도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수도자라는 신분 안에서 신학을 배우고,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들과 함께 성당과 일상에서 공감하고 우정을 나누며 지내기 위해서 온 한 사람이었다. 수도자라고 일반 신자들과 차이를 두고 싶지 않았고, 아이들이라고, 어르신 분들이라고, 피부색이나 언어, 개인적인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라고도 차이를 두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함께 우정을 나누는 삶을 지향했다. 물론 지금도 이렇게 되길 바란다.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 와서 많은 것을 배웠다.
카지노 가입 쿠폰어? 신학?
물론 카지노 가입 쿠폰어와 나의 전공인 신학을 배웠지만 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세상의 문제들도 보게 되었다. 특히 유럽 사회에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이민자들 문제나, 전쟁 문제, 정치적인 문제와 인종 차별, 음모론, 미디어가 일반 사람들에게 행하는 정보 조작, 기후 조작 문제 등 우리나라에서 잘 다루지 않는 관점의 문제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리고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카지노 가입 쿠폰와 한국이 다른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사교육의 과한 투자와 웬만하면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한국의 고정관념과도 같은 교육의 분위기와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시간을 주는 카지노 가입 쿠폰 교육 분위기는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배움이란 무엇일까
한국에서 신학교를 다니던 때까지만 해도 '배움'이라는 건 단지 학교에서 책을 통해 의미를 배우고, 시험을 치르고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삶이라는 자리에 머무르면서 이 생각은 배움에 대해 완전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다는 걸 느낀다.
배움은 학교에 앉아서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행동하면서 배운다는 것을... 배움은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는 데서 오기보다는 내가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주체적으로 실행했을 때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또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데서 벗어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폭넓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배움은 젊은 시절의 과제가 아니며, 살아있는 사람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학을 다 배우고 나서 천주교 신부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부로 서품 되고 살아보니, 신부의 삶 안에서 내가 배웠던 '신학'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의 내용들을 더 심화시켜 매 순간 알맞게 적용시키며 고민하고 판단하며 살아가야 했다. 결국 내가 배웠던 '신학'은 학교에서 배운 한 '과목'의 역할뿐 아니라, 신부였을 때의 삶 그리고, 가정을 이룬 지금의 일상 안에서도 나의 생각과 판단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더 이상 공식적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에게 배움의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르신들에게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는 것도 큰 배움이고, 어린이들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세대차이를 느끼는 것도 배움의 한 종류이듯이, 배움은 늘 우리 일상 안에 있다.
나는 오늘도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언어의 장벽을 느끼고, 문화 차이도 느끼지만,오히려 새로운 시선 안에서 편견과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 아내와 아내의 가족들은 나를통해 한국에 대해서 배워가고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이룬 소중한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배움'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다.
낭트 신학교에서 신학 강의를 해주신 모든 카지노 가입 쿠폰 교수 신부님들께 이 글을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