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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호 Apr 27. 2025

밥 잘해주는 남자

11. 시골집 카지노 게임 쑥과의 전쟁

시골집 카지노 게임 쑥과의 전쟁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 2018년 겨울이었다.

그해 1월, 어머니는 우리 곁을 떠났고, 시골집은 완전히 주인을 잃어버렸다.

돌아오실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라도 서운해하실까 봐 집 안 가득한 살림살이를 그대로 두었다.

그러나 세월은 가차 없었다. 요양원에 계시던 몇 해 동안 부엌의 물건들은 냄새가 배고 곰팡이가 피었다.

옷장 속 옷들도 몇 년간 방치되며 색이 바래고 쿰쿰한 냄새가 배어버렸다. 결국 하나둘, 버릴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쓰시던 솜이불 몇 채만 남기고, 나머지 이불이며 가구는 막냇동생과 함께 정리했다.

도배를 새로 하고 장판을 바꾸니 집은 낯설 만큼 환해졌다. 전등은 김해에 사는 동생이 달아주었고, 우리가 쓰던 소파와 장식장도 트럭에 실어 옮겨왔다.

비어 있는 방은 세를 놓았다. 낡은 야외화장실은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끈으로 묶어두었다. 흉물스럽긴 했지만, 철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

월세를 놓은 점포는 관리가 어려웠다. 어떤 세입자는 달세도 내지 않고, 집기는 그대로 방치한 채 카지노 게임에 쓰레기만 잔뜩 남겨두었다. 결국 마지막 세입자가 나간 뒤로는 방을 비워두었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매년 서너 번씩 예초 작업을 하던 카지노 게임도, 이제는 풀이 허리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김해 동생이 보낸 배터리 예초기는 힘을 잃었고, 나는 낫으로 풀을 베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가끔 막냇동생이 도와주긴 했지만, 무성한 풀은 점점 카지노 게임을 삼켜갔다.

4월 어느 날, 김해 동생이 시골에 들렀다. 카지노 게임 가득 자란 풀을 보더니 제초제를 뿌렸다.

"형님, 일주일 후에 한 번 더 뿌리면, 신경 쓸 일 없어요."

2주쯤 지나자 카지노 게임 풀들은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30% 정도는 말라죽었지만, 나머지는 끈질기게 버텼다.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쑥은 더욱 힘차게 자라났다.

한 번 더 제초제를 뿌리려던 내게 아내가 말했다.

"제초제 또 뿌리면 땅이 오염돼요. 텃밭 채소들도 못 심게 돼요. 그냥 뽑자요."

텅 빈 카지노 게임에 가득한 쑥을 바라보며 막막함이 앞섰지만, 우리는 결심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쪼그려 앉아, 뿌리 깊은 쑥을 손으로 뽑아냈다.

허리도 아프고 손끝도 아팠지만, 뽑고 또 뽑았다.

그렇게 며칠을 이어가니, 어느새 쑥은 힘을 잃고 카지노 게임은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갔다.

풀을 깎고 쑥을 뽑아낸 카지노 게임은 다시 환하고 깨끗한 풍경이 되었다.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기다리는 집처럼,

우리는 그렇게 텅 빈 카지노 게임에 손길을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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