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존재증명
등 뒤를 열어 놓고 싶었다
허벅지를 내놓고 베라 하면
툇마루는 더 깊어질 것이었다
무릎에 튀는 빗방울이라도
내게 말 거는 이장님 잔소리라도
반갑다 세 뼘의 깊이 만으로도
그저 30센치 높은 곳에 앉으면
남들보다 30센치 낮은 곳을 바라보니
땅은 더 깊어질 것이고
넓어질 것이고
누군가와는 더 멀어질 것이고
지나가는 개미에게 말을 걸면
이장님의 잔소리 같을까
맨질해질 때까지 엉덩이를 비비던
툇마루만 남아도
집은 거기에 늘 있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