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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Apr 13. 2025

합법적 카지노 게임


일을 하지 않는 청년 수가 역대 최대치라고 합니다. 이들을 부르는 사회적 용어는 ‘쉬었음 인구‘입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세상에는 건강 상의 이유로 일을 쉬어야 하는 청년 암환자도 있습니다.

5년 전, 암 진단을 받으면서 저는 "넌 좀 쉬어도 돼."라고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합법적 카지노 게임가 되었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이전에도 카지노 게임가 된 경험은 종종 있었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카지노 게임라는 사실에 묘한 죄책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대학을 졸업한 어른에게 그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에게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돈을 벌지 않아도 비난하거나 한심하게 보지 않습니다. 암환자니까요. 암환자에게 일을 하라고 강요할 만큼 이 사회가 각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못 있는 병에 걸린 불쌍한 저는 암투병을 하는 도중에도 일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업무량을 조절할 수 있는 직업 덕분이었습니다. 문제는 번번이 일을 하다 재발 소식을 듣게 되어 도중에 관두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한 번은 계약서를 쓴 다음 날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수술 날짜가 잡혔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데 당장 잡혀있는 지방출장 등의 스케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그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잘 알지도 못카지노 게임 동료들에게 암밍아웃을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꼭 참여해야 카지노 게임 일정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만 양해를 구했습니다. 솔직하게 얘기카지노 게임 대신 ’간에 있는 혈관종을 떼는 수술‘을 한다고 둘러댔습니다. 어찌 됐건 간을 절제한 건 맞으니 아주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멀쩡한 혈관종을 뗀다는 말이 수상했던지 직장상사는 수술한다는 저의 말을 거짓말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다른 동료로부터 이 말을 전해 듣고 너무 슬펐습니다. 아무튼 당시 저는 아무도 몰래 수술을 마쳤고, 한동안 복대를 차고 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개똥 같은 책임감 때문이었는데, 이 일은 두고두고 후회가 남습니다. 그때의 저는 충분히 쉬었어야 했거든요. 오직 나를 위해서.


또 한 번 역시 계약서 사인을 앞두고 일이 터졌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단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제안이 와서 흔쾌히 수락한 거였는데, 그쪽에서는 계속 일해주기를 원했습니다. 고민 끝에 계약하기로 한 상황에서 불행한 일은 또다시 반복되고 말았습니다. 앞선 교훈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상사에게만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해 두었습니다. 한 가지 부탁도 덧붙였습니다. 팀원들이 걱정하는 걸 원치 않으니 저의 상황은 비밀에 부쳐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계약서에는 결국 사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일을 카지노 게임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올까 봐서요. 그런 상황이 오면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사람에게는 중요합니다. 성실함과 책임감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카지노 게임 가치거든요.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일을 제법 좋아카지노 게임 편입니다. 아니 어쩌면 ‘제법’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일을 할 궁리를 하고 있겠죠. 일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밤낮 바뀐 생활이 암세포를 만들어냈다고 믿는 한편, 암에 걸린 뒤 완전히 일을 놓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저에게 누군가는 물었습니다.


“일을 좀 쉬어야 카지노 게임 거 아냐?”


걱정 담긴 그 말에 되려 묻고 싶은 게 많아졌습니다. 그러면 언제까지 쉬면 될까. 쉬는 동안 생계는 어떻게 하지?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있을까? 청년 암환자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저처럼 끝없는 항암을 해야 카지노 게임 4기 암환자의 경우 사정은 더 나쁩니다. 아무리 예금이 있다고 한들 언제까지 투병할지 모르기 때문에 막막한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누가 언제까지 쉬면 된다고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5년, 10년 뒤를 상상해 보면 솔직히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어쩐지 사치스럽게 느껴집니다. 일도 살아있기에 할 수 있는 거니까요.


현재 저는 1년 넘게 합법적 카지노 게임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작 1년 쉬었을 뿐인데 마치 10년을 쉰 듯한 기분이 듭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적 빈곤 외에도 다른 문제를 불러옵니다. 사회에서 불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피해망상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거든요. 이른바 ‘피망상태‘가 되면 모든 게 불편해집니다. ’일하기 싫어증‘에 걸린 친구의 당연한 투정도 듣기 싫어집니다. 예전에는 카지노 게임로 살아간다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해야 할 일이 없는 채로 늦잠을 자고 일어난 어느 날 아침,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라도 하자!’


뭐라도의 ‘뭐’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일이 막막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성격에 맞지 않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불확실함의 연속입니다.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내일을 걱정하는 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꼭 돈이 되는 활동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투 두 리스트(to do list)’를 만들어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 때문입니다. 카지노 게임생활을 슬기롭게 보내는 저만의 방법이랄까요. 기왕 카지노 게임가 된 김에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못한 일들을 하자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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