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소 Apr 06. 2025

나의 찬란한 카지노 쿠폰 위하여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은 건 봄을 앞둔 3월이었습니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없는데도 하늘이 노랗게 보일 수 있다는 건 살면서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하늘이 노래지다’는 표현은 괜히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해의 봄은 유난히 지난했던 기억뿐입니다. 수술과 카지노 쿠폰치료를 거치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 유방에 있던 암이 간으로 전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의 하늘은 검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간절제술과 항암을 반복하며 고비를 반복하는 사이,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역시 봄을 앞둔 2024년의 어느 날, 두 번째 간전이 진단을 받았고 세 번째로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됩니다. 의료대란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할까 걱정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살면서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고비 때마다 뭔가에 땜빵하듯 치료가 진행됐습니다. 그렇게 5년을 버텨왔습니다.


며칠 전 찍은 MRI 검사 영상을 확인하는데, 이번에는 굳이 교수님의 설명이 없더라도 알 것 같았습니다. 간에 좁쌀처럼 뿌려진 검은 혹들이 심상치 않다는 걸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과거에도 간전이 진단을 두 번이나 받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단발성이라 수술로 제거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발성으로 개수를 세는 것조차 무의미한 상태라고 합니다. 성적이 안 좋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망쳤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습니다. 병원에 오는 내내 지금 쓰는 카지노 쿠폰를 유지할 순 없을까만 궁리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일격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다시 현실을 일깨워주는 교수님의 말이 없었더라면 계속 멍한 상태로 있었을 겁니다.


‘일단 카지노 쿠폰를 바꿔야 한다.’


저에게 또다시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암환자로 살게 되면 너무나 잦은 선택의 순간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떤 치료제를 써야 할지, 수술과 방사선 치료 등 다른 방법은 없을지 등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암의 기수와 상태에 따라 권고되는 답이 있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정답일리는 없습니다. 정답은 오로지 ‘살아있는 나’로 증명될 뿐입니다. 누군가는 한 가지 카지노 쿠폰로 몇 년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내성이 생겨 카지노 쿠폰를 자주 바꾸기도 합니다. 후자의 경우 슬프게도 선택지를 하나씩 빠르게 잃어가는 게 현실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인생의 선택을 고작 몇 분 남짓의 짧은 외래 시간 안에 결정내야 하다니. 막막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긴 시간이 주어진다고 한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약을 직접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걸요. 카지노 쿠폰치료의 효과는 긁기 전엔 아무도 모르는 복권과 같다고 느낍니다. 잘 모를 때는 전문가의 조언에 기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교수님이 추천해 준 1순위를 골랐습니다. 할라벤과 옵디보라는 항암제를 같이 쓰는 방법입니다. 기존에 쓰던 시스플라틴과 나벨빈은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할라벤과 옵디보는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이름이 낯설어서인지 부작용으로 따라오는 탈모 때문인지 아니면 1회 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옵디보의) 사악한 가격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1차 투약 후, 사흘을 꼬박 아팠습니다. 엄청난 오한과 뼈통증, 허리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습니다. 전기난로를 틀고 두꺼운 이불에 몸을 파묻으며, 아직 나만 혼자 겨울에 남아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바깥세상에는 봄이 와 꽃이 피었는데 나의 시간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괴리감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봄이 찰나인 것처럼 이 고통도 금방 지나갈 거라고 믿었지만, 요즘은 이 고통의 끝이 ‘그것’이 아닐까 두려운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나쁜 생각이 들 때 물리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따뜻한 봄햇살, 적당히 시원한 바람, 새 생명이 틔워 나는 모습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보는 겁니다. 너무나도 찬란한 나만의 카지노 쿠폰요. 방 안 침대에만 누워있기에는 봄에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직 몸이 무겁지만 바람 쐴 겸 오늘은 밖으로 나왔습니다. 모처럼 외출을 하니 작년 이 무렵 벚꽃을 보며 내년의 내 모습을 그리던 때가 떠오릅니다. 매년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보며 걱정해 왔지만, 감사하게도 저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돌이켜보니 ‘내년 봄도 보고 싶다’는 굳은 의지가 오늘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주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의 카지노 쿠폰 누리면서도 내년 카지노 쿠폰 미리 그리워해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