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이른 아침, 아직 동트기 전의 푸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약속대로 안드레의 코스를 돕기 위해 아침 다이빙 시간 한참 전에 다이빙 센터로 향했다. 어둠이 옅게 깔린 해변 도로는 한적했고, 그녀의 달달 거리는 스쿠터 엔진 소리만이 조용한 새벽 공기를 갈랐다.
그녀는 커피 한 잔을 타고는 비장한 얼굴로 한 번 후- 하고 숨을 몰아 내쉬었다. 안드레는 방금 잠에서 깬 얼굴로 나타났다. 아직 교육생들이 도착하기 전, 어색한 침묵 속에서 다이빙 장비를 챙기던 그녀는 어젯밤 내내 뒤척이며 수십 번을 연습했던 말을 꺼내기로 수차례 마음만 먹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 공기의 개수를 세듯 천천히 숨을 들이쉰 그녀는 날숨의 차례를 핑계 삼아 무심한 듯 안드레에게 말을 건넸다.
“안드레, 너… 내가 어느 나라에서 온 지 알고 있니?” 다이빙 장비에서 시선을 뗀 안드레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씨익 웃으며 답했다. “당연하지. 노스 코리아?” 그녀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쩌면 이젠 그의 한결같음이 우습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기로 어젯밤 수없이 다짐했다. 웃음기를 거두지 않은 채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의 농담은 죄가 없었다.
“내가 온라인에서 뭘 신청하려고 하면 말이야. 나라 선택하는 드롭다운 메뉴에서 내 나라를 찾으려면 좀 피곤해. 일단 ‘R’ 섹션으로 가봐. 거기에 ‘Republic of Korea’가 있는지 확인하지. 없으면 다음은 ‘S’로 가서 ‘South Korea’를 찾아. 거기에도 없으면 다시 ‘K’로 가서 ‘Korea’로 시작하는 나라 이름이 혹시나 있는지 확인하지. 빨리 남북통일이 돼서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바로 ‘Korea’ 하나만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Norway’처럼 말이야. 그럼 너도 ‘South’인지 ‘North’인지 헷갈릴 일도 없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깨를 으쓱하며 안드레처럼 그저 농담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목소리에는 분명 공기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안드레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조금 더 차분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우리 할아버지 말이야. 원래 고향이 북쪽이셨어. 한국 전쟁 때 남쪽으로 피난 내려오셨는데, 휴전선이 생긴 이후로 단 한 번도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지. 거기 두고 온 가족들도 다시는 못 보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안드레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조금씩 옅어지고 있음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었다.
“이 섬에 와서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지도 잘 모르면서 남북 분단 상황이나 김정은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농담거리로 삼는 것 같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 용기는 내면 낼수록 생기는 거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분단이라는 게 우리 민족 스스로 원하고 선택한 게 아니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소련 같은 나라들이 결정한 거지. 그때 우리는 너무 약하고 가난했거든. 우리는 그게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그토록 필사적으로 앞만 보고 쉬지 않고 달려왔는지도 몰라. 우리가 잘 사는 나라가 되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 말이야.”
그녀의 말이 끝났는데도 안드레는 조용했다. 그럴 친구가 아니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체크리스트를 내려놓고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차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봤다. 그녀가 처음 보는 눈빛이었다. 아침 햇살이 조금씩 그들의 얼굴 위로 퍼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안드레는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또다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미안해, 하나. 나는 그냥… 너와 재미있게 지내고 싶어서 그랬어. 네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 네 할아버지 이야기는… 정말 유감이야.” 그는 장난기 쏙 빠진 목소리로 솔직하고, 조금은 서툰 사과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때 교육생 둘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안드레는 그녀에게 자신이 교육생 장비를 챙길 테니 천천히 커피를 마무리하라며 자리를 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잠시 테이블에 앉아 하얗고 고운 모래사장에 푹 파묻힌,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얀 모래사장 위에 커다란 지구본을 떠올렸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붙어있는 작은 반도 대한민국, 그리고 저 멀리 북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또 다른 나라 노르웨이. 손가락으로 이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그 아득한 거리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좁히는 데 성공한 건지, 괜한 짓을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나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 대하여, 한 번도 직접 보거나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하여 사람들은 얼마나 쉽게 이야기하는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생각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식하는 몇 장의 완벽한 사진과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자극적인 영상 클립 몇 개로 지구 반대편의 어떤 나라, 어떤 사람들을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단정 짓고 개념화하던 사람들이 직접 얼굴을 맞닥뜨리며 생기는 충돌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피하지 않기로 했다.
안드레의 ‘노스 코리아’ 농담은 그저 웃고 지나가도 될 일이었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농담 아래 안드레의 나라가 그녀의 나라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라는 의식이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그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녀 역시 가보지 않은 수많은 나라와 만나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안다고 착각하며 오직 관념으로만 싸우는 사람들의 오만처럼 위험한 건 없을 것이다. 그 오해가 때로는 안드레의 농담처럼 누군가에게 뻐걱거리는 걸림과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전쟁을 내기도 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복잡한 마음으로 모래사장에 발장난을 하다 플리플랍 자국대로 햇빛에 그을려 하얀 선이 남은 자신의 발을 보곤 풋, 하고 웃었다.
그녀는 안드레의 교육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보트에 올랐다. 전날 안드레와 두 명의 젊은 여자 교육생들은 풀장 교육을 마친 상태였다. 첫 번째 바다 다이빙을 앞둔 그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전날 밤 파티를 즐겼는지 숙취에 시달리는 와중에 뱃멀미까지 온 듯 그들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려갔다. 둘 중 하나가 그녀에게 속이 안 좋다고 호소했고, 그녀는 재빨리 보트 뒤쪽으로 데려가 등을 두드렸다. 바다에 속을 한바탕 게워낸 그녀의 눈에 위태롭게 붙어있던 속눈썹은 매서운 아침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히 그 속눈썹을 떼어 내곤 다정히 말했다. “바다에 들어갈 땐 바다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해야 편해요. 이렇게 예쁘게 보일 필요 없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말갛고 슴슴한 손톱과 화장기 한 톨 없는 얼굴을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바닷속이 처음인 그들은 중성 부력을 조절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수면으로 튀어 올라갔다. 그녀가 한인 다이빙 센터에서 코스를 할 때 강사들은 코스를 보조하는 다이브마스터들에게 교육생이 수면으로 올라가려는 기미만 보여도 붙잡으라고 강조했다. 그 말이 떠올라 그녀는 교육생들을 붙잡으려 했지만 안드레는 그녀에게 정확히 ‘No’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수면으로 올라가는 교육생들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렇게 첫 번째 다이빙이 끝나고 다음 다이빙을 준비하며 수면 휴식을 갖는 보트 위에서 교육생들은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교육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캐나다에서 왔다고 들었어요! 반가워요. 전 한국에서 온 하나라고 해요.” 그러자 갑자기 교육생들은 반색을 하며 그녀를 맞았다. “어! 한국분이구나. 피부빛이 어두워서 확실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님이 둘 다 한국인이에요. 자매고요.”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여기 몇 달을 있었더니 피부빛이 햇빛이 됐네요. 다이빙 처음 해본 소감이 어때요?”
자매는 동시에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영을 배워두는 건데… 우리 너무 못하는 것 같아요. 우리 때문에 힘들죠? 죄송해요.” 지금까지 이 섬에서 그녀가 만난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못 해도 당당하다. 다이빙 그까짓 거, 못하면 어떻고 잘하면 어떻나, 재미만 있으면 되지, 하는 식이다. 그녀가 결코 훔칠 수 없는, 이제야 배우기엔 너무 늦은 성질의 것이다. 그녀는 하루 전만 해도 ‘영국에 사는 아시안’이라 수영을 못해 다이빙을 못 한다는 안드레의 고정관념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속에서 다이빙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데 스스로 자책하며 침울해져 있는 그들을 보며 과연 자신의 생각이 옳았는가 돌아봤다.
“자, 아가씨들. 내 말 잘 들어요.” 그녀는 자리를 잡고 앉아 말했다. “처음엔 다 못 해요. 나도 정말 못했어요. 특히 중성부력 조절이 안 돼서 툭하면 수면으로 튀어 올라갔죠. 혼도 많이 나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저는 한국인 강사가 가르치는 다이빙 센터에서 배웠거든요.” 그러자 자매는 동시에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 눈을 마주쳤다. “우리 같은 아시안들은 서양 사람들보다 체구도 작고 신체 내부의 밀도가 달라요. 더군다나 물에 익숙하지 않으면 두려운 마음에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죠. 그럼 나도 모르게 호흡도 얕고 가빠지고, 물속에서 마치 서서 자전거 타듯이 움직여요. 그럼 저항을 일으켜 자꾸 수면으로 올라가게 돼요.” 그러면서 그녀는 어정쩡하게 허리를 살짝 굽힌 채로 자전거 타듯 무릎을 굽히고 핀킥을 차는 모습을 흉내 냈다. 그러자 자매는 배를 붙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우리가 그래요! 하하!”
셋이 갑자기 크게 웃음이 터지자 보트 위의 다른 다이버들의 시선이 쏠렸다. 검은 머리칼에 짙은 갈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 셋의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은 잘 못해도 된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매가 영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물속에서 숨을 쉴 때요. 아주 뜨거운 홍차를 호호 불어가며 조금씩 홀짝홀짝 마신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렇게 조금씩 숨을 나눠 마시듯 천천히, 하나, 둘, 셋, 넷, 다섯. 딱 그만큼만 공기를 나눠 마시는 거예요. 그리고 내쉴 땐 맛있는 케이크를 조금씩 잘라먹듯이요.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공기를 나눠 뱉는 거예요. 그리고 이번엔 하나, 둘, … 여덟까지 세면서 폐 안의 공기가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길고 깊게 내쉬는 거죠. 폐를 풍선이라고 상상하면서요. 천천히 조금씩 부풀렸다가 남김없이 쭈그러뜨리는 거예요. 바닷속에서 숨 쉴 때 내 몸 안의 공기를 조절하는 게 부력을 조절하는 데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러자 자매는 그녀가 말한 대로 천천히 깊게 호흡하는 법을 연습했다.
멀찍이서 다른 다이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안드레가 흘깃 이쪽을 보는 듯했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매들과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물속에서는요. 이것도 제가 경험으로 배운 건데요. 까불면 안 되더라고요. 그동안 육지에서 직립 보행하던 인간의 습관을 버려야 하더라고요. 물속에선 납작 엎드려야 해요. 최대한 저항을 줄여 물속을 미끄러지듯 나아가야 하는 거죠. 처음엔 쉽지 않은데 하다 보면 나아져요. 내 호흡을 의식하고,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의식하면 결국 바다가 꼭 안아줄 거예요. 그러니 겁내지 말고 우리 다시 한번 해봐요.” 자매는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고, 이내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다이빙에서 놀랍게도 자매는 눈에 띄게 안정되었다. 이전처럼 허둥대거나 위험하게 상승하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호흡 조절이 부드러워지면서 부력 조절도 훨씬 좋아졌다. 그녀는 바닷속에서 뿌듯하게 자매를 지켜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작은 성공에 함께 기뻐했다.
그날의 모든 다이빙 일정이 끝나고 센터로 돌아와 장비를 정리한 후였다. 교육생들이 로그북을 작성하고 돌아가자, 안드레가 맥주 한 병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평소의 짓궂은 표정 대신 진지한 얼굴이었다.
“하나, 네가 오늘 그 친구들에게 뭐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인상적이었어! 두 번째 다이빙은 완전히 다른 사람들 같던데?” 그는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도움을 요청한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는 너처럼 그렇게 세심하게 돌보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하나, 넌 정말 좋은 강사가 될 거야. 진심이야. 넌 다이빙 실력도 뛰어나지만,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무엇이 필요한지 잘 살피는 능력이 있어. 그건 타고난 너의 재능이야. 이제 그만 다이브마스터 졸업하고, 강사가 돼서 너만의 다이버를 만들어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예상치 못한 안드레의 칭찬과 권유에 얼떨떨했다. 심장이 살짝 빠르게 뛰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 말은 어떠면 스스로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정말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익숙한 의심이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안드레. 나에겐 정말 의미 있는 말이야.”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고, 안드레는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혼자 남은 그녀는 다이빙 센터 앞 해변에 앉아 붉게 물드는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낮 동안의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꺾이자 섬은 가장 아름다운 시간 속으로 천천히 잠겨 들었다. 얼굴에 선명한 마스크 탠 자국을 새긴 사람들이 하나둘 해변으로 모여들었다. 한낮의 태양에 실컷 그을린 그녀의 피부엔 아직 가시지 않은 바닷물의 짭조름한 내음과 소금기가 남아 있었고, 샤워를 마치고 나온 해변가의 사람들에게선 달콤한 코코넛오일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어디선가 나른한 라이브 음악 소리가 끈적한 저녁 공기를 타고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해변가에 늘어선 다이빙 센터 사람들도 하루를 내려놓고 맥주병을 하나씩 손에 든 채 삼삼오오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고 오늘의 해를 마중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을린 얼굴들 위로 번지는 미소는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낙원,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놀랍도록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저녁이지만 그 속에 담긴 느긋함과 자유로움은 이제 그녀가 애써 훔치거나 배우려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되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가만히 앉아 있었다. 바로 그때, 문득 자신이 꿈꿔왔던 모습이 바로 이 순간이라는 강렬한 느낌이 온몸의 감각을 통해 밀려들었다. 말 그대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꿈을 살고 있었다.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했던 도시의 빌딩 숲 대신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석양,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있는 곳. 바로 이곳에, 지금, 그녀가 있었다.
그러나 그 감각적인 황홀경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꿈같은 삶’ 이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현실의 질문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녀는 주변의 다른 외국인 강사들이나 다이브마스터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어쩌면 저렇게 쉽고 명료하게,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는 걸까. ‘다이빙 강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훌쩍 이 섬으로 날아와 자리를 잡고, 또 언젠가 다른 곳이 궁금해지면 미련 없이 떠나버리는 사람들.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가벼움과 대담함, 그리고 자유로움은 대체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걸까.
그녀는 정반대였다. 안드레가, 그리고 클로드와 케빈, 줄리앙이 그렇게 등을 떠미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강사가 되길 망설이고 있었다. 다이빙 강사가 되면 과연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이 섬에서 혼자 살아갈 생계는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까? 몇 년 후, 혹은 십 년 후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을까? 시작하기 전에 모든 불확실성을 주제넘게 계산하고, 따져보고,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녀였다. 이 길이 과연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실패하면, 다시 돌아갈 곳은 있는가? 이런 식의 사고방식은 그녀가 나고 자란 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종의 디폴트 값이었다. 미래의 안정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이나 열정을 담보 잡히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 그 세상의 논리가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여 있는데 어디선가 맥주병을 든 클로드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그녀의 어깨를 치며 툭, 한마디를 던졌다. 잔뜩 찌푸린 미간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넌 너무 생각이 많아. 그냥 숨 쉬어(Just breathe).”
그는 그녀의 대답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훌쩍 가버렸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클로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그냥’ 살아본 적이 없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계획하고, 후회하고, 자책했다. 이 평화로운 섬의 해변에 앉아 있는 지금 이 순간조차 머릿속은 온갖 상념들로 다시 소란스러웠다. 미래의 생계, 강사로서의 자격, 떠나온 한국 사회의 그림자, 아직도 떨쳐내지 못한 불안감. ‘그냥’이라는 부사는 그녀의 삶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다시 시선을 반짝이는 윤슬로 치장한 붉은 바다로 돌렸다. 눈을 감고 바닷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모든 소음이 차단된 고요 속에서 오직 자신의 호흡 소리와 물의 감촉만 존재하는 그곳. 중력의 속박에서 유일하게 벗어나 새처럼 유영하며 눈앞에 펼쳐지는 경이로운 생명들과 고요히 교감하는 순간들. 그곳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도, 과거에 대한 후회도, 타인의 시선도,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평가조차도 희미해졌다. 오직 숨 쉬고, 움직이고, 보고, 느끼는 감각만이 전부였다. 복잡한 생각의 무게에서 벗어나 온전히 ‘존재’ 자체로 충만해지는 느낌만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했다. 뭍에서의 삶이 여전히 불안과 번민으로 가득할지라도 그 모든 것을 잠재우고 오롯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저 깊고 푸른 세계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결심했다.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라 오직 그 바닷속에 더 오래, 더 깊이 머무르기 위해. 그 바닷속에 들어가 사는 삶을 지속하며 살고 싶어졌다.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강사라는 역할의 무게와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늘 그랬듯 자신이 사랑하는 것, 자신을 진정으로 살게 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용기를 내는 사람이었다. 바다가, 그리고 그 속에서의 온전한 자신이 바로, 그녀가 지켜야 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