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천기 서린 물 밤새 마신 산모
배가 만삭이다
풍부한 미네랄로 퉁퉁 불은 젖가슴
드디어 산기가 보인다
구구국 구구국 진통을 알리는 멧비둘기 소리
조금씩 자궁문이 열리고
앞 다투어 머리를 내미는 뭇 생명들
무녀리 꽃다지 닫힌 문여느라 어찌나 힘썼는지
납짝하니 엎드려 가냘프게 숨 고르고
잎눈 제치고 꽃눈 먼저 내민 성급한 산수유
제대로 영양섭취 못한 탓에 황달 든 낯빛이다
뾰족뾰족 쏙 쏙 쑥 쑥
개나리 진달래 줄줄이 뒤를 잇고
그 수 다 헤아릴 수 없으니 다산이다
흐뭇해진 봄 햇살 온도를 높이며 산실에 군불을 지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