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스라엘을 여행할 때에는 4명에서 20명 정도가 생활하는 호스텔 도미토리에 짐을 푸는 것이 배낭 여행객들의 일반적인 선택이었다.
나는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순도 높은 99% I가 나오는 구제불능의 내향인이어서 도미토리 생활이 쉽지 않았음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연히 금전적인 이유가 제일 컸지만, 꼭 그것만 있지는 않았다.
스티브 잡스가 막 아이폰을 발표하였던 때였고,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전자기기를 통해 유용한 정보들에 손쉽게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절이었다.
때문에 도미토리에서 만나는 선배 여행객들의 조언들이 꽤 유용했던 것이다.
여기 음식은 맛이 없어.
저기 호스텔은 바퀴벌레가 나와.
베르쉐바에서 버스 테러가 있었대.
등등.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영어 실력도 짧았다), 주로 활발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친구들과 유럽 친구들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들을, 구들장 밑에 몰래 숨어든 쥐처럼 엿들으며 정보를 얻었다.
그러다 불운하게도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면, 이런저런 상황에 경험이 많은 능글맞은 여행자처럼 보이기 위해 한껏 노력해야만 했다.
아마 그들 눈에는 내가 아빠 양복을 훔쳐 입은 10살짜리 꼬마처럼 보였을 것이다!
종종 호스텔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는 이스라엘이나 중동지방으로 여행을 가는 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모국인과의 만남은 정말 귀했다.
나는 내가 2달 동안 예루살렘에서 지내면서 얻은 유용한 정보(구시가지의 샛길, 자기가 진짜라고 주장하는 두 군데의 예수님 무덤을 구경하는 효과적인 방법 같은 것들)를 제공하고, 컵라면을 대가로 받기도 했다.
그들 중 활발한 이들은 유럽의 대학생들과 섞여서 클럽으로 밤놀이를 나가기도 했지만, 나는 딱 한 번 베르세바의 클럽에 갔다가 클럽 주위를 맴도는 스킨헤드의 러시아인들과 마주친 후로는 밤 나들이를 깔끔하게 접었다.
이처럼 도미토리 안에서는 거의 은둔자라고 할 만큼 조용히 지냈음에도, 나는 정말 재미있는 광경을 많이 보고, 신기한 이들을 많이 만났다.
사람들이 보건 말건 한 밤 중 침대 안에서 몸의 대화를 나누는 커플도 보았고, 호신용이라면서 녹슨 손도끼를 베개 밑에 두고 잠드는 체코인도 만났다.
생애 첫 여행이라면서 걸음 보조기를 끌며 도미토리로 들어서는 영국 할머니도 보았고, 전도사가 꿈이라면서 남아공 대학생들로부터 알 수 없는 알약을 받아 들던 한국인도 만났다.
한 번은 콧수염과 턱수염을 잔뜩 기른, 딱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이탈리아인과 같은 방을 쓴 적도 있었다.
몇 번 말을 나누고 나자, 그는 나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핸드폰을 켜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열었다.
프로필란에 'School of Nowhere 졸업. Doctor of Nothing 수료.'라고 적혀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얼굴이 피떡이 된 사람들의 사진이 잔뜩 있었다.
그는 자신이 로마에서 유명한 언더그라운드 파이팅 클럽의 회원이라고 말했다.
나는 '와 정말 대단하다. 멋지다.'라고 그를 치켜세워준 뒤, 그의 다음 대전 상대가 되지 않기 위해 재빨리 호스텔을 옮겨야만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호스텔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기묘한 이들은 역시 예수님들이다.
자신을 예수님이나 메시아로 주장하는 이들을 정말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찌나 일상적인지, 새로 찾은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흰색 옷을 입은 이들을 만나면 '아, 저 분도인가?'라고 대단치 않게 받아들이게 될 정도다.
구 예루살렘 시가지에는 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이 걸었던 길을 매일같이 횡단하는 이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주위의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그 모습에 눈길도 주지 않고 토마토 상거래를 이어가고 있었다.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말하는 이들은 대부분 아주 조용했다.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서 묵상에 잠겨있는 이들이 대다수였지만, 어떤 이들은 새로 자신의 방을 찾은 중생들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기도 했다.
내가 텔아비브의 호스텔에서 만났던 예수님은 라이언 레이놀즈를 닮은 영국인이었는데, 자기 침대 앞에 갖가지 색으로 된 알약 십 여 개를 1열로 세워둔 뒤, 매 시간 그것을 하나씩 집어서 물과 같이 삼켰다.
[원한다면 당신도 줄 수 있어요.]
그가 내게 말했다.
내가 사양하자, 그는 이해한다고 말하며 '신을 믿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될 거예요.]
그가 덧붙였다.
그 모습이 풍기는 묘한 위압감이 있어서, 같이 방을 썼던 이탈리아 출신의 언더그라운드 파이터 (내게 페이스북을 보여주었던 바로 그 친구다)도, 알약 예수님에게는 섣불리 시비를 걸지 않았다.
내가 만난 또 다른 예수님은 갈릴리 호수를 끼고 있는 티베리아스라는 도시에서 오랜 기간 동안 머물고 있었다.
그는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나오는 예수님 같은 외관을 갖고 있었고, 내가 만화 성경에서 보았던 예수님과 유사하게 행동했다.
티베리아스에 있는 가장 큰 호스텔 (놀랍게도 이름은 '티베리아스 호스텔'이다!)에 머물고 있던 그는, 투숙객들에게 그들이 원하지 않는 축복을 내려주거나, 그들이 원하지 않는 강론을 펼치며 생활하고 있었다.
언제나 흰색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매일 밤 근처 세탁방에서 아주 세심하게 자신의 의복을 세탁했다.
나는 갈란 고원으로 가기 전 1주일 정도를 티베리아스에서 묵으며 그를 만났다.
그가 내 영어가 동양인 같지 않다고 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래서 몇 번 외출하는 김에 피타 샌드위치를 사다 주었고, 우리는 꽤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는 내가 세례명이 있다는 사실 (나는 성당이나 교회를 나가본 적은 없지만, 성당 유치원을 다녔고,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았다)에 안도했다.
[중요한 영적 선택을 하는 것은 언제나 동양인들이었죠.]
그가 말했다.
나는 그가 계속해서 동양인을 들먹이는 것은 인종차별에 해당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예수님과 세속적인 인권에 대해 논의한다는 사실이 어쩐지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러다 한 번, 내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호스텔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초저녁 즈음, 온라인 카지노 게임 호스텔 근처 공중전화에서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갑자기 근처에 있는 노숙자 한 명이 내게 다가오더니, 수화기를 뺏어 들고는 이마를 내리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리며괴성을 내질렀다.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나는 그대로 공중전화 부스를 나와서 호스텔로 달아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불렀어야 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판단이 되지 않았다.
아픈것 보다도, 노숙자의 벌어진 입 속에 있는 썩은 치아와 누런 침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호스텔에 도착하고 나서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마에 작은 상처가 났고,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놀란 호스텔 직원이 구급상자를 가지고 와서 지혈을 해주었다.
대충 상처가 진정이 되자, 나는 내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은 뒤, 대일밴드를 새로 갈았다.
그 사이에 소식을 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님이 방으로 찾아왔다.
그는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뒤, 두툼한 오른손을 내 머리에 올리고는 나를 축복해 주었다.
[내일이면 피가 멎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내일까지 피가 흐르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큰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힘이 없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군것질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 당연히 피는 멎어 있었다.
나는 호스텔 부엌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를 만났다.
[피가 멎었어요!]
내가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다행이네요.]
그는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나는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니까.'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고, 그래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헤어졌다.
그 뒤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스라엘을 여행하다가 종종, 지금 이스라엘에는 스스로를 예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100명은 넘게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재밌는 점은, 놀랍게도 스스로를 예수님이라고 부르는 호스텔 투숙객들 사이에서 싸움이 난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주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유일신의진짜아들이라고 자부하는 100명의 사람들도 평화롭게 사는데,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이 못 살 이유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