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연이 Jan 25. 2025

우리는 모두 카지노 게임다

동생을 만났다.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고민이 없냐는 질문을 던졌다. 심각한 표정이 된 동생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인 동생은 자신이 만드는 맥주가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맛이 좋지 않다고 했다.그 말을듣고 말도 안 된다고생각했다. 일단 나는 동생이 만드는 맥주를 아주 좋아한다. “니 잘 만드는데?”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미 낙담에 빠져있던 동생은 비교의 늪에 빠져있었고, 걱정 말라는내 말은 그 늪에 가닿지도 못하고 진창에 고꾸라졌다.


동생은 맥주를 정말 좋아한다. 거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있어 맥주를 마시다가 이런 것도 아냐? 하는 심보로 던지는 질문에도 AI 뺨치게 대답을 한다.
함께 독일 여행을 갔을 때는 혼자 왔다면 돈을 준다고 해도 일정에 넣지 않았을 뮌헨 외곽 도시에 있는 홉 공장에 가서 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고,하루 첫끼부터 마지막끼까지 빠짐없이 맥주를 마시는 바람에 덩달아 마시던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위병으로 깨나 고생을 해야 카지노 게임.다른 관광지에선 쑥스러운지 입도 뻥긋하지않다가 맥주 관련된 장소에만 가면 앞서서 영어를 하고, 듣는 것도 잘 들어서 나를 놀라게 카지노 게임.


주말에는 자발적으로 회사에 간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주말에는 회사 간판만 봐도 피곤함이 치솟을 텐데, 자기가 만들고 싶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에서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지 않아 속상한 마음은 십분 이해하겠지만 그러나 그 마음의 결론이 재능 없음으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내가 용납할 수 없으므로 나는 내 경험을 총동원하여 동생을 설득해야만 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단 한 번도 특출 난 카지노 게임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밥을 벌어먹고 살게 해주는 글쓰기도, 좋아하는 취미, 운동도 늘 어중간했다. 나의 이상은 항상 넘버원들을 향해있었으나 나의 수준은 늘 범인에 머물렀고, 그것이 괴로워 미친 듯이 발을 굴러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비범한 자들과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잘하고싶은 분야에서 맛봐야 카지노 게임 좌절감은 언제나 쓰라렸다. 높은 목표 속에서 나는 매번 실패자에 불과했다. 신기한 건, 목표 달성에 실패했던 과정을 가치 있게봐주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실패의 초라함과 무능력함 대신 성실함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을 봐주었다. ‘삶을 진지한 태도로 대하는 모습이 좋다’는 말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었을 때, 어쩌면 나의 카지노 게임은 결과물로 알 수 있는 것에 아니라 태도에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카지노 게임을 좁고 빈약하게만 여겼던 것이다.


얼마 전 회사 후배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자신은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데, 일을 할수록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 같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두 타입은 대립하지 않는다. 제너럴리스트만이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다. 양파를 가지런히 썰고, 플레이팅을 예술처럼 하고, 손님의 알레르기 성향을 파악해 다른 재료를 쓸 줄 알아야만 인정받는 셰프가 된다. 드리블을 잘하고, 적재적소에 패스를 꽂아주고, 회심의 순간에 골 결정력을 살려야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된다. 하나만 잘 해선 안된다.


그러나 보통 카지노 게임은 학교 앞 밥집 주인님처럼 넉넉하지 않다. 셰프의 자질이 보이는 사람은 맛과 향에 뛰어난 감각을 지니지만 그것이 반드시 훌륭한 플레이팅을 하는 미감과 모든 재료에 대한 수려한 지식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공을 다루는 데 특출 난 사람들도 많지만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부상을 잘 입지 않는탄탄한 신체를 키우는 것과 늘 이어지진 않는다. 흔히 재테크에서 이야기하는 ‘복리의 마법’은 카지노 게임에도 적용된다. 처음엔 소소해 보였던능력도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대단한 질적 자본이 되는 것이다.


동생에게 말했다. 그렇게 한 분야에 깊이 빠질 수 있을 만큼의 재미를 느끼는 것도 재능이고, 이렇게 흥미를 능력으로 키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당장 이 말에 위안을 얻진 못했겠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이종범 작가가 말했듯 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카지노 게임니까.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이 오히려 자신이 가진 재능을 깨닫게 해 줄 중요한 순간임을 믿기에 그저 이 맥주천재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 줄 뿐이다.


+) '카지노 게임'을 국어사전에 쳐보았다.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 개인의 타고난 능력보다 훈련에 의해 획득된 능력에 눈길이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