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하실 분?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1. 왓챠 구독 중 / 90분 (3일..?)
2. 재관람 의향 : 언젠가는 간장계란밥
3. 추천 : 이미 볼 사람은 다 봤을걸용
4. 동행 : 유머코드 안 맞으면 힘들다.
5. 인생은 와장창 병맛으로. 그래서 재밌잖아요?
휏휏휏휏.
몇 가지가 있다.
완득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그리고 이 영화. 다음 생이란 게 있어서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면, 썼다면 이런 걸 쓰고 싶다.
오전 열한 시에 간장계란밥을 한 그릇 비벼 먹고 낮잠을 때리는 것 같은 이야기다. 실컷 자고 일어나 해가 지려 하기 전 개수대에 남은 접시 한 개와 숟가락 하나를 설거지하는 일상의 느낌.이래도 저래도 잠이 오고 햇빛이 가득하다. 너무 밝고 밝은 만큼 세월에 풍화된 화면이 허얘서 졸리다.
백 개계단에서 빨간 사과가 데굴데굴 쏟아지고, 상복이나 다름없는 검은 정장을 입은 근엄한 표정의 아저씨들이 국민체조 같은 걸 전혀 안 멋진 앵글 안에서 열심히도 한다.
해가 너무 밝아화면에서 모래 냄새가 날 것 같다. 오후두 시, 작은 동네의 놀이터에서 나는 냄새. 그 놀이터가 지겨워져역시나 하얗게 햇빛이 가득한 한낮의 가게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때의 냄새. 눈에 들어오는 건 당황스러울 정도로 색종이 같은 색감의 이십년 전 평상복 트렌드와 주인공의 차분하게 돌아버린 것 같은 눈빛이다.
카지노 쿠폰요? 머리조차 까만중단발이다. 너무나 무난하고 평범하다. 오히려 그래서, 이래저래 튀고 싶어 하는 쿠자쿠보다 그녀가 더 또라이에 가까울지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나는 무슨 카지노 쿠폰가 되지 생각했다. 이브닝 출근 전에 갈비찜과 남은 밑반찬들을 한 접시에 덜어 밥과 퍼먹으며 고심했다. 간장계란밥은 무슨. 안좋아한다.
근무도중에 괜히 머릿속에서 휏휏휏휏 - 왜인지는 모르겠다- 하고 되뇌었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면서는 정말 무슨 카지노 쿠폰가 되어야 할지 또 생각했다. 그녀가 심심하게 남편의 전화를 받고 거북이의 사료를 주는걸지루하다고 느꼈던 것처럼. 나한테도 그런 게 필요했다. 나도 카지노 쿠폰 같은 거 할래.
근데 무슨 카지노 쿠폰 하지. 도시를 누비는 어쌔신? 뭔 어쌔신이야. 달리기도 못하는데.나이키 러닝화의 명칭은 인빈서블 러너 쓰리, 였다. 인빈서블? 차분하게 휙휙휙휙 오래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안 띈다. 나는 아마 목각 인형 같은 모션으로 확확 달리다가 세상을 다 싫어하는 표정으로 멈춰 섰다가 가다를 반복할 것이기에 그런 간지 나는 인빈서블이 되기는 글렀다. 사실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말고가 무슨 소용이 있어.
흠, 카지노 쿠폰. 안타까운 사연으로 병원에 불시착해 애들 우는 소리와 전화벨과 콜벨과 인퓨전 알림에 얼굴을 전혀 찡그리지 않는 미션을 부여받은 카지노 쿠폰? 나쁘지 않다. 다만 안타까운 사연은 안 돼. 그런 건 필요 없어. 그러면.. 무슨 사연 하지.
근데 사실 난 원래 인빈서블인데. 이 도시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고 흥미로운 것들이 가득해서 나 정도로는 뭔 짓을 해도 눈에 안 띈다. 달리기? 사람들은 사실 다 제각각의 모양새로 뛴다. 날개를 핀으로 꽂아 고정시킨 닭처럼 뛰는 사람도 있고, 서 있는 토끼처럼 총총 뛰는 사람도 있고, 표범처럼 겅중겅중 가볍지만 단단하게 뛰는 사람도 있고, 발에 선풍기가 달린 것처럼 우두두두둑 쌩하니 뛰는 사람도 있다.
선글라스 같은 걸 썼다? 폼새를 떠나 일단 졸라맨이나 후레쉬맨 같다. 그조차도 안 특별하다. 내가 새빨간 전신 쫄쫄이나 스펀지 실험맨 복장 같은 걸 입고 뛰지 않는 한.아니, 그래도 안 띄려나. 음. 실제 뼈를 본뜬 전신 타이즈 같은 걸 입으면 좀 띌지도 모른다. 그것도 야광으로.
그러니까.. 묻히고 싶었을 땐 튀고 사실 좀튀고 싶을 땐 묻히는 거네. 카지노 쿠폰라는 게 원래 반대여야폼나는 거잖아. 나는 숨어야만 하는 존재인데 자꾸 눈에 띄는 거. 낭중지추 그 자체라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지만 나는 숨겨야 하는 거. 아니. 나는 직장에서 인빈서블이고 싶은데, 아무도 날 안 찾고 내 행동거지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불가능이잖아. 음. 이러니까 더욱이 더 어떤 카지노 쿠폰를 할지 정해야 한다. 난 진짜 거기서 인빈서블이고 싶어.
며칠을 무슨 카지노 쿠폰가 될지 생각만 했다. 결론은 안 났고 영화가 끝났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냥 내가 내 인생의 카지노 쿠폰인 것 같기도 하고.
인생에 마지막 라멘이 어딨어. 손님 용으로 정체를 숨기기 위한 애매한 라멘을 한 솥 끓였고 재료가 마침 똑 떨어졌는데 그때 카지노 쿠폰 소집 명령이 떨어지면 어떡해. 나한테는 석양을 보면서 거북이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나 나를 위한 최고 맛있는 라멘을 끓일 여유 같은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를 위해 산해진미를 먹을 기회를 남겨놓은들 재료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 눈물 한 방울에 간이 무너질 국물의 라멘 같은 게 무슨 소용이냐고. 마지막인데. 그리고, 그때 라멘 위에 올릴 고기 한 점을 주방 바닥에 딱 떨어뜨려 버린다면 그 맛있는 라멘은 다 허사가 되는 건데.
어디서 튀어나왔나 싶은 공안부 아저씨들은 역시나 초등학교 운동장 같은 공터에서 웃기지도 않은 체조를 열심히 한다. 그들이 잔뜩 모여들었고 주인공은 송전탑에 올라 전기를 끊는다. 대머리에 가발을 쓴 채 개폼 잡는 헛소리나 해 대는 첫사랑의 아들을 구하고 쿠자쿠는 에펠탑이 보이는 방에서 프랑스 남자와 함께 있게 된다. 감빵이고 간수라는 게 좀 미묘하게 맥락이 틀려 먹었지만.
다 엉망이야. 원래 인생이 그렇잖아. 뭘 해도 그렇게 좋지 않고 그렇게 완벽하지 않으며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은 것 같아. 주인공은 개구리와 토끼 스티커를 본인만큼이나 재미없게 붙여놓은 핑크색 캐리어를 끌고 감방에 갇힌 친구를 구하러 떠난다. 이제 보니 진짜 카지노 쿠폰 같긴 하네. 까만 쫄쫄이도 치명적인 척 서늘한 표정도 없지만.
까만 정장의 아저씨들은 도처에 있고 나는 언제나 소집 명령을 기다린다. 일상은 뒤집었더니 이끼가 들끓는 매끈한 바위와 빵 소리에 쳐다보니 타이어에 깔려 터진뻥튀기와 손님이 오자꽉 막힌 변기 같다. 어처구니없게도 잔뜩 떨어져 내리는 사과들 같고 대낮 손바닥만 한 촌구석에 울려 퍼지는 9시의 캬바레가 어쩌고 하는 아줌마의 웃긴 목소리이자 그걸 사랑스럽게 듣는 순간의 집합이다.
나는 그 어이없음들이, 뭘 해도 무거워지지 않는 하릴없음이 좋다. 상품 추첨에서 3등에 당첨됐더니 어망 던지기를 하러 가라는 그런 뒷면없는일들이 좋다. 뭐, 그 안에도 사연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튼 그런 가벼움들이 좋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지. 그래야 하는데. 아무튼 그러고 싶은데. 모르잖아. 내가 카지노 쿠폰인지 아닌지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언제 방송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잖아. 마지막 라멘은 그래서 눈물 없이 먹을 수없다. 최고로 맛있는 라멘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재료도 시간도 충분하다 해도 나는 분명 그걸 끓이거나 먹으면서 눈물 콧물 다 짜게 될 텐데. 그렇다고 매일을 나에게 최고의 라멘을 대접하라는 그런 건.. 더 슬퍼. 굳이 그렇게 살아야 돼? 그 맛있는 라멘을 끓이는 시간은 매일이 고통일 것 같은데. 원래 그런 건가?
애매한 라멘이라. 두 끼쯤 굶으면 애매한 라멘 같은 건 정말 없을 텐데. 배고프면 다 맛있으니까. 글쎄, 이거 범사에 감사하라 이런 내용이야?별로 그렇게 느끼고 싶지 않은데.
맹탕 같은 라멘을 아무렇지 않게 느끼려면 어떻게 하지. 아, 안 예민하면 된다. 근데 나 좀 예민한 편인 것 같은데. 타고난 걸 뭐 어떻게 고쳐. 그건 고칠 수 있는 게 아냐.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라.. 근데 카지노 쿠폰는 좀 예민해도 되지 않나? 그래야 잘 도망치고 잘 숨기지. 흠. 덜 예민한데 예민한 사람. 예민함은 체력의 보강으로 누그러질 수도 있다.
그리고 카지노 쿠폰는 튼튼해야해. 송전탑에도 못 기어올라가고 달리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카지노 쿠폰는 자격 미달이잖아. 음, 그래. 어떤 카지노 쿠폰보다는 일단은 카지노 쿠폰가 될 자격을 갖추도록 애써봐야겠다. 인빈서블은 좀 틀려 먹었다. 안 돼. 난 타고나길 어설프고 부주의하거든. 그냥 좀 더 튼튼해졌을 때소집 명령이 7년쯤 남은 카지노 쿠폰 모집 공고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아야지.
인빈서블이 아니면 어때. 사실 인빈서블은 나한테 좀 안 맞는다. 아디제로 에보가 더 잘 맞는다. 그래서 그걸 더 많이 신는다. 물론 카지노 쿠폰는 장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해야 한다. 좋아. 그러니까 이래도 저래도 강해야 하는 것이다. 안 맞으면 어때. 날 때부터 카지노 쿠폰인 사람이 어딨어. 아무튼 나도 할 거다. 카지노 쿠폰. 왜, 아디제로가 비에 다 젖고 인빈서블에 구멍이 나면 밑창 나간 컨버스라도 신고서 뛰고기어야 하는 거잖아.
근데 크록스를 신고 임무에 투입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카지노 쿠폰는 안 할 거다. 애석하게도 내가 진짜 카지노 쿠폰이고 싶은 곳에서는 크록스를 신지만.
그래서 이게 다 무슨 소리지? 재밌었다고.
그리고 나 카지노 쿠폰 하고 싶다고. 하나도 안 폼나고 딱히 쓸모도 없을지라도 어쨌든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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