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텄다
500일의 카지노 게임. 2009
1. 쿠팡플레이 / 약 .. 5시간 (1시간 30분)
2. 재관람 의향 : 친구가 다시 보니 감상이 다르댔다.
3. 추천 : 셀프고문이 필요하신가요?
4. 동행 : 같이 보면 여섯 시간 떠들기 쌉가능
5. 아, 텄다.
1) 우리는 왜 사귀는가.
2) 왜 카지노 게임 또는 그에게 특별해지고 싶은가.
3) 왜 좋을까?
4) 왜 지금은 좋지 않을까?
..
5) 카지노 게임는 과연 나쁜 년이었는가.
6) 진짜왜 사귀지. 왜 좋을까.
1) 좋아서.
2) 좋아서.
3) 좋아서
4) (안) 좋아서?
5) 카지노 게임 널 안 좋아한 거야.
6) 글쎄.
1. 우리는 왜 사귀는가.
기대심리 때문에?
나는 저 포스터가 예뻐서 골랐다. 영화 내용은 아예 몰랐고 그냥 예뻐서 썼다. 상상 속의 장면이었다는 것도 당연히 몰랐다. 배급사는 왜 하필 저 장면을 포스터로 썼을까? 단지 예뻐서는 아닐 텐데. 그래서 드는 의문이다.
연애에 있어서, 그러니까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한다는 걸 표시하고, 데이트하고, 중간중간 신체적으로도 더 가까워지고, '누구에게도 안 했을 이야기'(과연?)를 하고, 모든 것을 기억하고.. 하다가 정확히 거꾸로 가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이런 기대와 상상의 장면들을 뺄 수 있을까 하는 질문.
연애와 결혼은넷이서 함께하는 과정이라고 어디서 본 것 같다.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내용인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유명하고 똑똑한 사람이 나와서 한 말일 것이다. 실존하는 상대와 내 상상 속의 상대, 그리고 정확히 *2해서 넷.
남주인공은 포스터의 장면처럼 썸머와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아니었다면 아파트 옥상 파티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날 저녁은 하나의 예시였을 뿐이다. 아마 그들의 '친구사이' 기간 중 많은 일들이 그렇게 일어났을 것 같은데.
정말 몇 가지 순간은 완전히 함께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명장면 벤치'라고 부르고 싶은 그 공원 의자에서 썸머의 팔에 건물 그림을 그리고 웃는 장면처럼. 나는 그런 순간들을 '반짝반짝'이라고 부르고 싶다. 예쁜 시간이잖아.
연애를 한 번 했다. 기간은 2년. 절대치를 100이라 치면 3번 정도 반짝였고, 30정도 그 사람이 몹시 싫었고, 15정도는 언제 헤어져야 하나 생각했고, 20정도는 당장 못 보면 죽을.. 것 같았다. 대체로 이런 느낌은 선행된 '몹시 싫은' 30번 이후에 뒤따라오는 경향이 강해서 그다지 긍정적인 감정의 등락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쨌든. 2정도는 죽을 때까지 좀 궁금하고 보고 싶을 것 같았다. 20정도는 아주 적당히 따뜻하고 행복했다. 나머지 20..? 20밖에 안 남는단 말이야? 이 20은 확실히 기대심리다. 싸우든, 예쁘거나 귀여워 죽든 실존하는 저 상대방이 이러이러하게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추측의 시나리오.
가상의 상대방과 실제 내가 벌이는 심리극의 장면들이 이 20이다. 긍정도 부정도 없다. 그냥 기대다. 이 20만큼이 없었다면 2년의 기간은 사실 6개월 언저리로 끝났을 것이다. 기대는 호기심이선행되는 마음이잖아. 궁금하지 않으면 그 이상 갈 수가 없다고.
2개월 정도는 굉장히 좋았고, 뒤따른 반 년 정도는 좀 지겨웠지만 대체로 평화로웠고, 그 나머지 기간들은 가끔 꽤 행복했고 꽤 즐거웠지만 대체로괴로웠다. 그러니까 사실은 1년 안쪽으로 적당히 끝냈어야 하는 관계였다. 더 빨리 헤어졌어야 했을까? 지금 돌아가면 그럴 수 있을까?
그냥 처음부터 안 만났다면 모를까 .. 창피하게도 답은 아니요. 당연히 머리로는 예, 지. 불가능이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그 단계는 일단 쳐냈다고 치고, 이후의 여정을 '사귄다'고 정의할 때, 기대가 없으면 진행이 가능할까? 내가 예쁘다, 잘생겼다, 멋있다, 귀엽다, 라고 생각한 A'와의 시뮬레이션을 실제 A와 함께 돌리며 걸어가는 그 이벤트들. 안 된다고 본다.
그런데 이건 짧고 적을수록 좋은 것 같다. 나로 예를 들면.. 우리는 너무 오래 끌었다. 나는 차였다. 아마 그가 당시에 호감을 표했던 나와 실제의 내가 정말 다르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기 때문이겠지. 가엾게도.
더 빨리 알았더라면 더 빨리 헤어졌을 것이다. 아니다, 다시. 더 빨리 헤어질 수 있었을까?진짜로?
다시.. 아니요. 우리는 많은 게 정반대였다. 아마 그래서 서로에게 꾸준히 어그로를 끄는 존재였을 것이다. 20 만큼의 연극이고 나발이고 그는 항상 모든 예상을 다 깼다. 그래서 싸웠고 열이 받았고 또 만나면 흥미롭고 즐거웠다.
그러니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니 가상의 당신이니 하는 건 다 잊고 그냥 또 그건 미뤄졌을 게 뻔하다. 아무리 도파민이 솟아 기뻐도 그 본심의 기저에는 항상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가 들어 있었겠지만.
2. 왜 카지노 게임 또는 그에게 특별해지고 싶은가.
그는 왜 썸머에게 특별해지고 싶었나. 좋으니까.
그런데 사실 이건 시작부터 틀렸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녀에게 특별해질 수 없었다.
'아무에게도 안 한 얘기인데'라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녀 집 침실에서 듣는 순간 그는 특별해졌다고 착각했겠지만 그건 그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그냥 그 20의 기대 속에서나 그는 특별했다. 그 장면에서 그나마 특별해 보이는 건 '이 얘긴 아무에게도 안 한 나의 특별한 사연이야'라고 엄청난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입술을 오물거리는 썸머뿐이었다. 조셉은 그냥 그런 그녀에게 한 번 더 반한 것뿐이고.
카지노 게임에게 특별해질 수 있는 건 '가벼운 관계가 좋아요'라고방패를세워도,'하지만 저는당신이 너무 좋은데요?'라며벽을 쳐부수고 들어와 카지노 게임를 그 무엇에서든 구출해 냅다 말에 태워달릴 용사 같은 사람이었다.물론 그가 적국의 장군일지아군의 호위단장일지는 모르지.
여튼 썸머는 어떤 남자가 식당에서 책 내용을 물어봤어, 하는 내용을 전할 때 그런 기색을 보인다. 나는 그런 박력있는 로맨스가 좋아, 하듯이. 뭐, 내가 보기엔 그렇다.
그에 비해 조셉 (남주 이름이 입에 붙질 않는다. 그냥 배우 이름으로 칭한다)은 너무 젠틀했다. 사실 그도 얼마든지 카지노 게임의 책 내용을 물어보고, 뭔 갖잖은 전시회를 십 분 보고 한 시간을 내내 떠드는 등의 놀이를 잔뜩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처받기 싫었고 썸머의 그 보더라인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쟤가 편한 관계가 좋댔어. 여친남친? 그런 유치한 건 애들이나 하는 거야' 하며 되도않는 쿨한 척까지한다. 근데 이건 뭐.. 어떻게 비난할 수가 없다.
그냥 천성이 그렇게 겁이 많은 걸 어떡하나. 나쁘게 말하면 이렇고 좋게 말하면 섬세하고 선을 지켜 그녀를 배려한 것이기도 했다. 그 남자라고 못 했을 것 같지 않다. 그냥 .. 그가 썸머의 완전한 취향은 아니었던 것이 슬픈 점이지.
그 책 내용을 물어본 남자와 결혼했다고 딱히 아파할 필요가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그는 다른 여자들의책 내용도궁금해했을 수도 있고, 싸울 때면 카지노 게임의어두운 면을 다 들춰내 모조리 공격하는 저격수일 수도 있었다. 그냥 썸머와 조셉은 인연이 아니었고 천만다행히도 결혼해버리기 전에 그걸 서로가 알아냈던 것뿐이다.
모르는 거 아닌가. 관짝 들어갈 때까지, 사실은 들어가서도 알 수 없다. 내 옆의 그가 어떤 누구일지.
특별은.. 씨.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거지. 그리고 그건 그냥 그가 그녀를 많이 좋아했다는 뜻이다. 그래. 어떻게 안 슬프겠냐. 좋아했는데. 혼자 잔뜩 좋아서 생쇼를 했는데.
3. 왜 좋을까?
왜 좋을까. 그런데 이건 영화에서 다 보여줬잖아. 흠.
왜 좋았지. 인종과 성별과 배경이 다른데정말 신기할 정도로 나 역시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냥 사실상 똑같다. 키와 체형, 미소, 치아 배열, 웃을 때 뭐가 어떻고, 뭔 헤어스타일이 어떻고 저떻고 하며 그가 나열한다. 나도 똑같이 쓸 수 있다. 그런 것이 좋았던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사건으로 말미암은 감정들이 아닌 그냥 .. 그건 그가 가진 특성이자 사실이었기 때문에 딱히 부정할 여지도 없다. 그리고 한 번 짚은 것처럼 지구상의 모두가 다르지만 똑같이 쏟아 놓을 수 있는 것들이기에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음. 그래. 좋아서, 그냥. 이라고 말할 수밖에.
4. 왜 좋지 않을까.
컨텐츠가 다 끝났거든.
초반에는 그녀 또는 그 자체가 나의 최애 음악이고 영상이고 글이고 그림이며 만화책이었지만, 이제는 슬슬 아니거든. 사람이 컨텐츠여서 뭘 해도 즐거웠던 건데 그게 빛을 잃었다. 당연히 지루하지. 괴롭고 지겹고 귀찮을 뿐이다.
3의 대답을 덧씌우니 세상 만사가 미친 것처럼 즐거웠지만, 어떤 눈꼴시린짓도(이케아 침대에서 둘이 뒹굴 때 한 번 끄고 싶었고, 술집에서 한대 맞고반격한 조셉에게좀 심했다고 썸머가 말한 날, 그러고도 단번에 조셉이 헤어지자고 말 못(안) 한 그 때.. 영영 그만 보고 싶었다) 꼴값도 로맨틱하고 달콤했겠지만 그 시간이 사그러들자 재미가 없어졌거든.
이케아에서 했던 소꿉장난? 앨범에 대한 감상? 기억하지 못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귀찮았을 뿐. 혹은 나보다 먼저 냉정해져서 내 흥을 다 깨뜨린 상대방이 얄미워 공연히 상처를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그 급속도로 식은 열기가 그 또는 그녀에게는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한 쪽이 그러니 별 수 있나. 다른 한 쪽도 그렇게 변한다.
세상 반짝거리는 외모로 유행의 첨단을 달리고 창조해내는 아이돌도 계속해서 새로운앨범을 낸다. 수많은곡 중 몇 개는 십 년, 십몇 년이 지나누군가의 추억 또는 취향에 남아 향유된다. 그러나 그 앨범 커버들과 컨셉과 뮤직비디오들은 전부 시류에 밀려 촌스러워진다.
연애 초의 기쁨은 그런 컨셉들과 비슷하다. 강하고, 자극적이고, 계속해서 바꿔 줘야 하는 것. 그런데 .. 그게 가능한가? 나는, 우리는 연예인이 아닌데.
그러니 아이돌이 아닌 일반인을 만나야 한다. 우상 말고 그냥 그 인간. A'가 아닌 A를 봐야 한다. 그 새로움과 신기함이 지나도 앞으로도 쭉 입을 만한 옷 같은 이들과 함께해야할지도 모른다. 무대의상 말고 평상복처럼.
뭐. 어차피 사귀다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면, 꽤 오랜 시간 각자 또는 함께 괴로워하다 헤어지겠지.
다행스럽게도.
근데그럼 대체 왜 사귀는 거야. 그 긴긴 시간을 들여서.
파티가, 불꽃놀이가 끝나면 고통뿐이다.
그러니까 대체 왜.
5. 썸머는 과연 나쁜.. 나빴던 것인가.
나쁘긴 하지. 만약 조셉이내친구였고 썸머 때문에 고통받아 직장생활과 일상 모두를 말아먹고 있다면, 나는 .. 무슨 말을 했을까. 흠. 무슨 말을 해, 하기는.
카지노 게임 '그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라고 말할 수 없어서 그의 처절한 자기방어와 추억과그녀는 나를 분명 사랑했다구.. 라고 추리해낼 수 있는 일화들을 듣고 맞장구쳤을 것이다. 그리고 말하겠지. 걘 썅년이야. 어휴, 썅년. 근데 그녀는 썅년이 아니다. 그냥 좀 덜좋아했을 뿐이다.
..
아니다. 썅년이 맞다.
안 좋아할 수는 있다. 근데 본인도 본인 마음을 몰랐잖아.
그럼 그렇게 팬케이크집에서 헤어지느니 마느니 입맛 떨어지는 소리를 해댈 게 아니고 진짜 끊어냈어야 했다. 자리 박차고 일어나서 그냥 통보하고 아예 그의 인생에서 사라졌어야지. 이 지점에서 그녀는 썅년이다. 근데.. 아니기도 하다.
끌려다닌 건 조셉이니까. 야, 너 니가 그 꼴 당하고도 이 남자가 내 남자라는 소리도 안 하는 여자랑 좋다고 만나니. 그러고도 소리지르는 게 뭐? 너 나랑 커플이야? 헤어져, 망할기집애야, 가 아니고..? 진짜 그 지점에서 짜증나서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어야 하나, 싶어서.
너 그러라고 너희 엄마가 그렇게 키우셨니. 니가 나중에 지을 건축물이 다 쪽팔려한다. 모자란 놈.
등신과 나쁜 년의 조합. 환상이다.
나도 썅년이었을까? 음. 그랬을지도.
근데 나는 차였잖아. 그걸로 상쇄된다.나는 깔끔히그에게서사라졌다.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서 그렇다.
돌아간다면 더 빨리 먼저 헤어지자고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 못했을지도 몰라.
6. 진짜 왜 사귀지. 왜 좋을까.
좋은가보지. 뭐. 이거 이상으로 할 말이 없다.
진짜 왜 사귀냐. 머리가 아프다. 좋은가보지.
아무튼 좋으니까 사귀지.
짜장면에 탕수육 같이 먹을 사람이 필요해서, 한강에서 돗자리 깔고 라면 먹을 사람이 필요해서, 로맨틱하게 동침할 사람이 필요해서, 내 취향의저 사람이랑 영화관에 있고 싶어서, 저 사람이 내 쓸데없는 얘기를 듣고 뭐라 할지 궁금해서, 무슨 음악을 들을지 궁금해서, 저 색깔의 신발은 왜 신었는지 궁금해서, 어릴 땐 뭐가 되고 싶었는지 궁금해서, 빙수는 설빙 같은 게좋은지 단팥에 인절미만 올라가 있는 게 나은지 궁금해서. 아니면 웃는 걸 계속 보고 싶어서. 그래.
이걸 좋아서라고 표현한다.
좋아서 만나고 이어간다. 썸머는..조셉을 좋아하긴 했다. 조셉이 더 좋아해서 슬픈 거였지만.
참 쉽고 어렵다. 한 문턱을 넘으면 저런 순간들이 어떻게든 연애를 이어가도록 해 주긴 하는데 결국 그 마주앉은 각각이
함께 행복한 날들은 많지만은 않다.
별 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 별 거 아닌 걸 위해서 너무 많은 감정과 상황을 살펴야 한다. 왜? 아이고, 머리야.
그래서 연애는 텄다.
진짜, 텄다.
그래서 공원이나 길거리의 커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귀냐. 어떻게 저렇게 이어갈까. 대단해.
절친한 친구가 언젠가 다시 보니 감상이 다르다며 추천했다. 참.. 보기 힘들었다. 원래 로맨스는 다 이런가? 왜 이렇게 보기가 힘든지 모르겠어. 아니면 이 영화가 유독 그런가?
그냥 헤어져, 헤어져, 가지 마, 그냥 좋아한다고 말해, 뻥치시네, 야. 가서 말하라고, 아.. 저걸 참네, 너네 뭐하냐? 하.아니. 헤어지라니까? 를이십 번쯤 반복하다 보니 드디어 카지노 게임와 헨슨이 찢어져 각각 다른 화면 속에 나왔다. 그들이 그렇게 된 후에야 내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너넨 진짜 죽도록 안 어울리는 한 쌍이었어.
글이 너무 지루해질까봐 사진을 찾아 넣는다. 몇 편 안 했지만 지금껏 봤던 영화 중 가장 사진이 많았다. 어느 걸 봐도 참 예쁜 것들로만. 마주보며 웃는 사진, 또 웃는 사진, 좋아 죽는 모습, 알콩달콩한 데이트, 벤치, 반한 순간, 애정 비슷한 것이 담긴 눈빛. 독한 대사나 가슴 찢어지는 사연 따위 도무지 없는 러닝타임 내내 나는 왜 괴로웠을까. 이건 괴로운 거야.
저기, 감독님. 본인의 그 연애가 망한 버전이라고 해서 남의 연애에 대한 생각도 씨를 말려 버리면 어떡합니까. 보는 내내 아주 질리는 기분이었다. 연애.. 네. 많이들 하십쇼. 내가 떨었던 꼴값들을 보는 것 같아서 괴로웠나?아하. 이것이 연애로구나. 밖에서 구경할 때만 재밌고예쁘다.
이케아, 서점, 전시회장, 공원다 나의 과거가 함께 쓸데없이 재생돼서 짜증났다. 딴엔 행복했다고 느낀, 느끼려 했던 순간들. 돌아보니 그저 눈꼴이 시다.
그래도 전 애인께 심심한 감사 아닌 감사를 보낸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덕택에나는 로맨스 영화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에이 저건 쟤들이니까 저렇지' 라며 남의 일 취급하며 볼 수 없게 됐어. 재밌게 볼 수 있게 된 건가?
그 기억들은 죄다 버블티 속 까만펄처럼 형체만 잔뜩 존재할 뿐 명확히 잡히지는 않지만.. 부피는엄청난 것 같아서.어쨌든 경험치를 갖게 해 준 건 고마운 일이잖아.
그러니까 그냥 헤어져. 만나지 마.
어텀? 그 여자도 그냥 만나지 마.
만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