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흡수해 성장할 양분은
죽은 시인의 사회. 1990
1. 쿠팡플레이 / 2시간 8분
2. 재관람 의향 : 언젠가 한 번은 더 보려나?
3. 추천 : 안 본 분.. 계세요?
4. 동행 : 아주나이스
5. 개봉한 지 35년이 되셨군요
It's true, look how they shine for you.
Look how they shine for you.
나는 작고 귀여운 인형들을 보고 읽지도 않을 책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이 좋아 산다. 가끔 컨디션 좋은 밤이나 저녁에 조깅하는 기분이 좋아 산다. 커피를 앞에 놓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이 좋아 산다.
사실은 끼니를 챙기고 물을 마시고 잠을 잤기에 살지만.
원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유로 사는 거 아닐까? 그게 내 장미 봉오리야.
그리고 죽으면 장미 못 딴다.
얼마 살지도 않은 인생 자꾸 죽음이 어떻고 저떻고 하기 싫었는데 하필 제목부터 이렇다. 왜 보려 했는지는 명확히 기억이 안 난다. 뒤틀린 마음에 뭐가 또 켕겼던 건지.
십 년 전인가 감상문을 내라길래 봤었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지 책까지 샀었는데 막상 책은 영화 대사와 장면 묘사를 성의 없이 옮겨 놓은 거나 다름없었기에 실망스러웠다. 맞아. 닐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어서 아쉬웠다.
머리에 남아 있던 건 교복을 입은 그-진짜 프레피룩이잖아- 배우들이 전부 잘생겼다는 것과,카르페 디엠이 여기서 언급된 어구라는 것에 놀랐다는 거 정도. 사실상 첫 번째가 전부다. 다 잘생긴 애들. 보다 보니기억이 났는데, 닐을 죽인 건 아빠라는 생각을 했던 것과 왜 혼자 다른 선택을 하는 카메론을 주연들 중 가장 덜 매력적인 외모의 배우로 캐스팅했을까 하는 의문과 불만까지.
그 정도를당시에 느꼈었다. 한 바닥 가득 뭘 써서 내긴 했는데 그거빼고는 기억이 안 난다. 카르페 디엠이 어쩌고 하면서 썼겠지. 고등학생이던 내가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썼을까. 외장하드나 메일함이나 뭐.. 어딘가든 뒤져 보면 있긴 할 텐데 굳이 보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정말 십 년이나 지났다니. 정말 말이 안 돼. 어떻게 2025년인 거지?
오프닝 때 등장하던 애들이 너무 어렸고, 대체 작중에 '실망'과 '기대'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나왔는지 궁금했고, 영화 내내 급식 냄새가 났다. 제육 또는 오리주물럭이나 두루치기와 새알미역국 또는 얼갈이된장국이 밥과 얕은 김치 냄새와 섞인 그것. 분명60년대 미국 초엘리트 양성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하는데, 복도를 가득 채워 하루종일 붙어 있고 같이 공부하고 함께 웃는 모습에서 그 냄새가 났다.
영문으로 된 두껍고 무거운 책이 아닌 개념원리와 쎈과 수능특강 같은 게 쌓여 있고 등장인물들은 제노 샤프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 같았다. 이걸 보고 감상문을 쓰라고 하자 알라딘 사이트에서 서평을 보고 복붙해서 좀 고쳤다고 말했던 애들도, 이 선생님은 왜 자꾸 이런 쓸데없는 걸 내주냐고 불평하던 애들도 생각났다.
그러게, 영화 두 시간에 쓰는 거 대충 한 시간 합하면 세 시간. 그만하면 크다. 문제도 여러 개 풀고 단어도 많이 외울 수 있는데. 그땐 그런 애들이 싫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
애초에 당장의 학교는, 이런 가치를 가르칠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으니까.대신 맛은 보여줄 수 있지.
뭘 어떻게 선택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모두가 로맨티시스트로 살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하지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을 골라 흡수할지.
초반에 닐이 웃는 모습만 봐도 과장 좀 보태서 마음이 아팠다. 웃지 마. 아냐, 웃어. 웃지 마. 아니다.. 웃어. 그리고 아는 결말을 잊고 점점 집중하게 될 때쯤에 나는 연극배우를 할 거라고 입을 쭉 찢으며 웃는 모습이, 신기하고 참 빛났다. 물론 연기이긴 하지만.
정말 한 인간이 다른 의도 없이 환희에 찬 모습이면 인종이 어떻든 비슷하구나. 나는 저런 표정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더라. 난 언제 저렇게 충만하도록 기뻤는지 생각했다.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을 때, 그냥 의사 하고서, 아니면 엄마아빠 뜻대로 의대 들어가 놓은 다음에 통수를 좀 쳐도 되지 않나 생각했다. 죽는 건 좀 그렇잖아.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역시 도련님은 어쩔 수 없나, 정말 고생을 모르고 커서 아빠 뜻 하나 못 꺾고 자살해 버린 건가 궁금했다. 그게 정말 최선이었는지. 내면의 혼돈이 너무 강했고, 지나치게 구석으로 몰려 있던 선택이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학교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또 그렇게 안 되기도 힘들다. 독이 퍼지듯 저렇게 자유와 자아를 갈구하게 되면) 닐에게 여자친구라도있었더라면 좀 달랐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내용을 정말 다 잊긴 했나 봐. 하긴, 십 년인데. 권총을 가져와 아빠의 서재에서 자살한 것을 보면 그의 죽음은 어떤 실현이나 도피라기보다는 차라리 아버지에 대한 복수였다.
대외적으로 그는 불평할 만한, 불행할 조건이 없었다. 중산층에 속했지만 주변 친구들처럼 물려받을 가업이나 사회적 계급을 유지할 장치가 명확히 존재하지 않았다.그를 안정적이고 유복한 삶에 앉히기 위해 아버지는 의대에 가라고 했다. 뭐, 여기까지만 들으면 흔한 이야기다. 많잖아? 어찌 되었든 내가 동정하거나 연민할 필요도 없는 부류. 문자 그대로 보면 그렇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 환경이 그를 너무 옥죄고 있었다. 좋은 흙이면 뭘 하나, 본인한테는 독일 뿐인데.
공연 전날에 아버지에게 연극 사실이 발각되고 닐은 키팅 선생을 찾아간다. 거기서 나누는 이야기는, 그가 슬픈 눈으로 말하는 건 본인의 자아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고뇌에 가깝다.
이 지점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리고 기어이 연극이 끝난 후 모두에게 칭찬을 듣는 그를 우악스럽게 차로 끌고 가는 아버지의 모습온라인 카지노 게임, 집에 와서도 나는 너를 위해 많이 희생했으며 이것은 본인이었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회였다고 말하는 장면들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 영화는 교육 환경이 나아갈 온라인 카지노 게임성보다는 그 양육자와 자식 간의 잘못된 모습을 더 다루는 중일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도 있잖아. 가장 작은 사회는 가정이라고.
카르페 디엠, 장미 봉오리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을 관통하는 진리일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방식도 있으니, 원한다면 향유하라는 권유 정도에 가까운 거지. 왜, 키팅 선생은 신이 아니다. 결국 그는 문학 사조의 사실주의 파트는 건너뛰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인생에서 그렇게 취사선택으로 뭔가를 골라 즐길 수 있는 이들은 그리스 신으로 치면 디오니소스다. 쾌락을 관장하는 신. 그런데 대다수의 삶은 그럴 수 없지 않나. 이건 빼고 이건 추가하고 요것만 잔뜩 즐기고 누리는 게.. 안 되지 않을까, 가능한가, 그게? 그게 가능하다면 술이나 마약을 잔뜩 한 상태일 수밖에 없을것 같은데.
만약 내 정원에 장미가 없다면 어떡할 건데, 내 땅이 너무 척박해 그런 건 자라지 않는다면, 그러나 나는 잔뜩 갈망하고 있다면 어떡해. 내 집 문가를 비집고 올라온 잡초나 보며 그것의 향기를 어떻게든 맡으려 애쓰고 아름다운 점을 찾아내야 하는 걸까? 그건 병이다. 병을 부른다.
그때는 그런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은데 참 왜인지 조금은 무책임하고 가혹한 말이라고 느꼈다. 누릴 게 없다면? 인간으로 나서 신체를 위협받지 않는 안전한 환경과 건강과 어떤 종류의 여유 중 하나라도 없다면 그 카르페 디엠은 쉽지 않다.
진정으로 순간을 즐기려면 강해야 한다. 키팅도 이 세상을 무슨 구름 위 신전 같은 곳으로 보고 저 말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생까지 안 가도 일상에는 온갖 부침들이 가득하지 않은가. 그 짜치는 일들이 내가 느낄 아름다움을 내 시선에서 거둬 내지 않게 하려면 강해야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견뎌야 장미 봉오리를 따든 묘목을 사 와서 심고 때를 기다리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은, 청소년들은 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닐은 사실 아버지에게 더 강력하게 반기를 들 수 있었다. 아버지? 결국 남이다. 나 자신은 아니잖아. 비슷한 시기의 홀든 콜필드처럼 학교를 나와 뉴욕 시내라도 싸돌아다니거나 무슨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서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청소년이었다. 자아가 성숙하지 못한 건 어른이나 애나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 일차적이자 절대적인 세상은 부모이며 가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는 아버지를 설득시킬 게 아니라 버리고 도망쳤어야 했다. 하지만 그럴 생각조차 못 했다. 성벽이 너무 두껍고 높이 있으면 하늘이 그것만한 벽 안의 공간 전부인 줄 아는 것처럼.
사실 그에게 그 세계는 웰튼 아카데미도 60년대의 미국도 아닌 그 아버지의 세계 하나뿐이었던 것 아닐까. 그가 거기서 잠시 탈출할 수 있었을 때는 자아를 갈아 끼우고 무대 위의 요정 퍽이 되는 헨리 홀이 전부였다.
몸담은 세계를 어떻게 부순단 말인가. 그냥 뜀틀로 치부하고 넘어 버렸어야 했다. 어차피 당신 역시 타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틀린 말도 아니긴 하잖아. 남에게 나를 왜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돌아서면 될 것을. 세상 바깥에 널리고 널린 게 사람인데. 그리고, 내가 내 생사는 결정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뭘 하고 싶은지는 스스로의 말을 들어주면서 살아도 되는 거잖아.
그가 안타까웠다. 닐의 죽음 말고도 영화에는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많았지만 후반부의 약 한 시간이 그 갈등과 그것으로 말미암은 자살로 흘러가다 보니 사실 다.. 잊어버렸다. 어떡하냐고. 뭐가 달라지냐고. 죽으면 끝인데.
학교 역시 상당히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나무 노로 엉덩이찜질하는 거 말고. 장례식에서 이 사건을 발본색원하겠다며 떠드는 것, 그로 말미암아 그 자리의 학생들로 하여금 닐의 죽음에는 너희들도 관여했다고 느끼게 분위기를 조장하고, 색다른 사고방식을 알려준 것뿐인 사람을 악마이자 사기꾼으로 취급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받았을 상처는? 닫았을 마음의 문은? 가능성을 포기한 후 식었을 열의와 관심은? 닥치라고 하면 입을 닫아야 하고, 이 생각과 다른 것을 말하는 이를 색출해 본보기로 쫓아내고. 이게 학교야? 그렇지, 학교지.
그때는 그 학교장과 학교의 모습에 열을 올렸던 것도 같은데 이번에는 그렇지는 않다. 내가 삭아 버린 건가? 원래 다 저렇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환경온라인 카지노 게임, 뭐가 맞고 틀린 것인지 구별을 못 해 다 빨아들인 것 같은 인간들을 마주치면 현실에서 충격을 받는 거지. 직장, 공공장소, 온라인.. 사람이라는 존재가 원래 그런 건지 사회 속에서 구축된 학교라는 시스템의 한계인 건지, 스무 살을 넘겨 지금까지 마주한 세상은, 세상 속의 사람들은 참자주놀라웠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존재겠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학교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최초의 환경인 부모와 가정을 거역하는 단계를 지나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는 건. 너무 감상적인가?
사회 속온라인 카지노 게임 기능하는 인간은 알아야 한다. 본인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누렸으며 어떤 이들은 그렇지 못한지. 이어, 나는 어떤 것을 얻지 못했으며 어떤 것은 피해서 버려야 할 필요가 있는지. 그래야배려해 공존할 수 있다. 건강한 개체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온라인 카지노 게임난 성체가 자신의 나뭇잎과 꽃의 형태를 알기 훨씬 이전에,어떤 이들은성장에 무엇이 필요한지조차도 인지하지못한다.
아이들이 그렇고 학생들이 그렇다. 그들과 나는 사실 정신연령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테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냥.. 지금 보니 그렇다.
빨아들여야 할 양분을구분해취사선택하지 못하고, 그 토양에서 다른 곳으로 아직은 가늘게라도 뻗어갈 수 없는 그들이 그렇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따려면, 일어나서 걸어야 한다. 침상에 누워 장미를 볼 수 있는 건 죽어서 관에 눕혀졌을때뿐이다. 그러니까, 잘 살아 있어야 할 거 아냐. 그 무지의 시기를 역동적이지만 안전하게 버텨야 하는 거라고.
그들은 때로 강하게 보호받고 교육받아야 한다. 아직 완전한 개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성분을 구별해 흡수할 능력이 아직은 없기에 어른들은 조금 더 나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것들을 선별해 건네고 뿌려 주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가, 가정이 존재한다. 그들을 그렇게 보살피고 양육하라고.
만약 그들이 다른환경에 놓여 있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바깥에서라도 알려 주어야 한다. 그곳에 어쩔 수 없게 뿌리는 내렸지만, 막 움트고 몸집을 키우는 그들이 볼 수 있게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누군가 같은 선택은 피해야 하며어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틀렸다는 걸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나아가본인의 꽃을 모으고 순간을 향유할 방법도 익힐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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