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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Jan 19. 2025

행운을 파는 남자, 불행을 사는 카지노 쿠폰_09

행운의 맛

#행운의 맛


얼마나 된 기억인지 알 수도 없었다.

몇십년이 흘렀는지 몇백년이 흘렀는지 카지노 쿠폰는 집을 나온 이후부터 시간을 세지 않았다. 여전히 지갑에서는 돈이 끊임없이 나왔고, 불행 외에는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카지노 쿠폰는 존재하고 있었다.


“너 그거 당장 돌려놓고 이리 와!”


멍이 든 카지노 쿠폰의 찢어지는 목소리에 카지노 쿠폰는 살짝 귀를 막았다. 불행한 것들은 원래 시끄럽지만 오늘은 유독 저 찢어지는 목소리가 거슬렸다. 다음에 올 땐 한 푼도 주지 말아야겠다, 불행을 사는 카지노 쿠폰는 생각했다.


“싫어! 나 이거 가져갈 거야!”

“그거 있으면 돈이 안된다고! 엄마가 돈 받으려고 뭘 포기했는데!”


더러운 아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멍이 든 여자의 손에는 큼지막한 식칼이 들려있었다. 저 식칼로 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걸까, 행운을 사는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더러운 아이를 자신 쪽으로 당겼다.


“엄마 미워! 안아주지도 않고! 같이 밥도 안먹고!! 요즘은 아빠보다 엄마가 더 미워!”

“뭐?! 내가..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는데!! 너 하나 배부르게 먹고, 너 하나 행복하게 만들자고 엄마가 이러고 있잖아!!”


멍이 든 여자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두개의 손가락이 사라진 왼손을 들어 아이에게 흔들었다. 아이는 무서운 것을 본 듯 얼굴을 찌푸리며 행운을 파는 남자의 등 뒤로 숨었다.


“배불러도 안 행복해! 배고픈 옛날이 더 좋았어!”


더러운 아이의 외침에 멍이 든 여자가 우뚝 멈춰섰다. 아이는 행운을 파는 남자의 등 뒤에서 울먹거리며 멍이 든 여자를 향해 외쳤다.


“옛날에는 배고파도 엄마랑 나눠먹으면 맛있었어! 아빠가 집에 오면 무서웠지만 그래도 엄마가 지켜주니까 괜찮았어! 그런데 요즘은 엄마는 맨날 나한테 등돌리고 있고 어디서 다치고 아파서 오구! 밥도 잘 안먹구! 나를 안아주지도 않잖아!! 그런 엄마는 필요없어!”


마지막 아이의 말에 멍이 든 카지노 쿠폰는 몸에 힘이 풀렸는지 쨍그랑 하고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양 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두 손가락이 사라지고 상처투성이인 깡마른 손, 이 손으로 아이를 안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행복한 기억이 많으면 불행이 적어져 돈을 적게 준다는 말에 일부러 외면하고 아이를 보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이 외면하면 아이에게 더 배부르고 따뜻한 밥을 줄 수 있었다. 그래서 여자는 일부러 사고가 날 것 같은 공장을 찾아갔고, 피하지 않았다. 오늘은 더 큰 사고를 내기 위해 공장 기계에 칼을 꽂을 생각이었다. 어쩌면죽을 수도 있었다.울부짖는 아이의 말이 여자의 머리를 크게 내리친 것 같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멍이 든 카지노 쿠폰는 그 자리에 털썩 하고 주저 앉았다. 손가락 8개로 얼굴을 쓸어내린 카지노 쿠폰는 땅에 떨어진 칼을 보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살이 없어 움푹 패인 볼을 타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정훈아,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여자가 힘없이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아이는 행운을 파는 남자의 뒤에서 나와 달려가 여자를 안아주었다. 꼭 껴안은 두 사람이 한없이 울었다.


“넌 왜 울어?”


행운을 파는 남자가 눈물을 흘리자 불행을 사는 여자가 비꼬듯 물었다. 하지만 행운을 파는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행복해서.”

“뭐가?”

“저 두사람의 모습이.”

“어디가?”

“저 두사람의 모습이.”

“아니지, 저건 불행한 거지. 더럽고 누더기 같은 모습으로 껴안고 있는 게 대체 어디가.”


불행을 사는 여자의 말에 행운을 파는 남자가 휙 하고 고개를 돌려 노려보았다. 불행을 사는 여자는 턱을 올려 뭐, 라고 대답한 후 남자의 시선을 피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자도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분명 불행한 모습인데 불행이 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기만 모르는 감정들로 북받쳐서 울고불고 하는 것이 아주 꼴불견이었다.


“아저씨, 이거 가져가면 또 과자 당첨되는 거죠?”


한참을 울던 아이가 겨우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돌려 행운을 파는 남자에게 물었다. 행운을 파는 남자는 눈물을 급하게 닦고 의연한 표정으로 아이를 보며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고, 더 좋은 게 될 수도 있고.”

“저는 과자면 돼요! 엄마랑 나눠먹은 이 과자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거든요. 엄마도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했어요. 이걸로 또 당첨되서 엄마랑 같이 나눠먹고 싶어요!”


아이는 주머니에서 쿠키 한 개를 꺼냈다. 얼마나 주머니에 오래 가지고 있었는지 겉에서 봐도 쿠키가 다 부스러졌을 것만 같았다. 아이는 쿠키 봉투를 조심스럽게 오픈해서 부서진 조각 하나를 멍이 든 카지노 쿠폰에게 먹여주었다. 멍이 든 카지노 쿠폰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아이가 주는 쿠키를 먹고는 아주 맛있다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아이는 쿠키 조각 하나를 또 들어 행운을 파는 남자에게 주었다. 행운을 파는 남자 역시 아주 맛있다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는 마지막 조각을 들어 불행을 사는 카지노 쿠폰를 바라보았다. 불행을 사는 카지노 쿠폰 역시 아이를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손을 조금 떨었지만 곧 결심한 듯 마지막 쿠키 조각을 불행을 사는 카지노 쿠폰에게로 내밀었다.


“난 그런 거 안 먹어.”

“이거 진짜 맛있는데 … 아줌마가 먹는 그거 보다 더 맛있을 거예요, 분명.”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쇼파를 잡고 올라서더니 그대로 불행을 사는 여자의 입에 쿠키를 밀어 넣었다. 조그마한 게 어찌나 빠른 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불행을 사는 여자는 그대로 쿠키를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행운을 파는 남자가 풋, 하고 웃었다.


“맛있죠?”


의기양양하게 묻는 아이의 질문에 불행을 사는 여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당장이라도 아이를 잡아먹을 듯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행운을 파는 남자가 잽싸게 달려가 아이를 안아 멍이 든 여자에게로 안겼다.


“이제 가세요.”


멍이 든 카지노 쿠폰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불행을 사는 카지노 쿠폰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이제 다시는 … 오지 않을게요.”


멍이 든 여자는 행운을 파는 남자에게도 가볍게 목례를 하고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나갔다. 행운을 파는 남자와 불행을 사는 여자는 그 뒷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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