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 심은 데 콩이 나지 않아도 괜찮아
편지를 심고 사탕을 심고 컵을 심고 귀걸이를 심고 흙과 바람도 심어야지 우주는 우리의 손을 기억할 거야 미래가 더 깊이 뿌리를 내려 멀리서 웅성거릴 때까지 아무렇지 않게 다시 태어나 자라도 되고 자라지 않아도 된다......
너는 마당의 수돗가에서 손을 씻다가 내게 물 한 줌을 뿌렸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 물이 더 많았다 내일은 비가 내린대 예보를 무를 수는 없고 그것이 걱정되지 않았다
미래가 태어나려면 필요한 이들이었다
- 고선경 「미래에 내리던 비에는 아무도 잠기지 않고」 일부,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열림원, 2025)
꼬물거리는 아이들의 손이 흙으로 쑥 들어갔다. 작은 씨앗을 넣었다. 톡, 톡, 톡. 흙이 덮이고 아이들이 씽긋 웃는다. 작은 막대를 골라 이름을 썼다. 이제 시간을 쌓으면 된다. 기다리면 된다. 학교에서 아파트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작은 도서관. 메인 도로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자기 씨앗을 심은 아이들은 이제 돌아갈 것이다. 매일 흙을 보고 골똘히 생각할 것이다. 나의 씨앗이 언제 자라나. 기대할 것이다.
청명, 도서관 앞 풍경이었다.
자기 몸의 반은 됨직한 커다란 가방을 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보다 보니, 내가 저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언제 키웠나 싶다. 이제 중학생 고등학생 된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도 분명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간이 어제 같기도 하고, 전생 같기도 하다.
*
7살 둘째를 등원시키던 어느 날이었다. 4월이었다. 등원시간이 늦어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급하건 나뿐, 아이는 느긋했다. 왼쪽, 오른쪽 서로 다른 양말을 신고 느릿느릿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이의 한 손을 잡아끌 듯 당겼다. 아이는 살짝 찡그렸지만, 언제나처럼 종알거리며 나를 따랐다. 아파트 1층 입구를 나와 대로로 가는 굽은 길을 지나는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내가 하늘에 별이 되면 어떡하지?”
이제 십 년이 다 되어가는 일인데도, 그 질문을 들었던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너무 놀라 멈춰 서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봤다. 순간 목이 메 말을 못 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언제나처럼 말랑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생각하면 슬퍼서 눈물이 나. 엄마도 못 만나고. 엄마는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거 아니야.”
그제야 질문 맥락이 이해됐다. 지난 주말, 세월호 추모 행사장에서 다녀왔다. 그곳에서 별이 된 누나, 형들을 보며 어린아이는 참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 역시 자연스러웠다.
알면서도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멈췄다. 등원시간에 늦은 것, 아직 쌀쌀한데 자기가 입고 싶은 옷으로 얇게입고 나온 것, 짝짝이 양말. 이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몸을 낮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눈을 바라봤다. 한 손을 급하게 잡아끄는 대신, 두 손을 포근히 마주 잡았다. 말랑하고 따뜻하고 작은 손. 그 감촉에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아냐. 엄마가 왜 몰라. 언제나, 어디서나 딱 보면 네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
“그래?”
“응. 엄마는 그래.”
“엄마. 그럼, 하늘에서 가장 노오~란 별을 찾아. 가장 밝게 빛나는. 그럼 내가 반짝이며 엄마에게 인사할게. 엄마도 내 이름 부르며 인사해 줘. 그럼 내가 작게 대답할게. ‘엄마 안녕~’ 그리고 내가 안 반짝이잖아. 그때는 내가 자는 거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맑고 빛나게 말했다. 그 해맑음에 나는 자꾸 눈이 부셔, 눈물이 났다. 가냘픈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응…. 그렇게 할게. 근데, 넌 별 안 될 거야. 우리 여기서 같이 재미있게 살자.”
“늙고 할아버지 되면 별 되잖아.”
“엄마가 먼저 되는 거니까. 그때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그러네. 그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다시 발랄하게 콩콩 뛰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무슨 이야기를 더 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파트 벚꽃길을 걸으며 나는 한없이 먹먹했다. 어린이집 앞에 도착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엄마, 안녕~’ 하고 언제나처럼 가방을 흔들며 뛰어 들어갔다. 공동육아는 마당에 있고, 그곳에 닭장이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 앞에 한참 서서 닭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닭을 보고,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봤다. 그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들어간 뒤에도, 빈자리를 보며 오랫동안 서 있었다.
오래전 이 대화를 이렇게 자세히 기록할 수 있는 건, 그날 집으로 돌아와 바로 글을 섰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이야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로 『차마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한마디』에 실렸다. 이 글도 그 책의 문장에서 많이 빌려왔다). 그날 나의 기록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이야기는 너무 아름다운데, 나는 상상만으로 가슴이 무너진다. 별이 된 수백 명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부모는 매 순간이 이런 기분이겠지.”
방송 주제로 세월호를 다루기도 했고, 매년 어떤 형태로든 4월이면 안산을 갔다. 유족과 함께 짧지만 삼보일배를 같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추모의 행위나 말도 내 아이가 던진 한마디 이상의 감정적 파도를 일으키지 못했다. 아주 이기적이지만 나는 아이에게 직접 듣기 전까지는 정말로 감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무너지는 듯한 이 감정을 문장으로 표현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는 걸. 세상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는 걸.
*
씨앗을 심은 지 일주일. 벚꽃이 아주 예쁘게 피었다. 할 일 목록을 들여다보다, 무작정 운동화를 꿰차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바빠도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봄의 찬란을 내 마음에 심어야 하니까. 혹시나 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방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역시나. 항상 어딘가를 같이 가고 싶어 했던 나의 작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이제 항상 어딘가를 같이 안 가고 싶어 하는 나의 큰 온라인 카지노 게임(중2, 고1) 이 되었다(허허허).
벚꽃길을 혼자 느긋하게 걸으며, 도서관 앞으로 에둘러 간다. 방향을 튼다. 몸을 숙인다. 어제는 없던 오늘이 피었다. 작고 말랑하고 예쁜 새싹. 참 신기하다. 그 작은 작은 씨앗에서 이토록 푸릇함이 피어나다니.
나도 청명날, 아이들과 함께 씨를 심었다. 이후, 도서관 앞이 그냥 지나쳐지지 않았다. 몸을 접고 낮게 흙을 들여다본다. 생명의 흔적이라도 있을까 봐. 작게라도 올라오는 씨앗이 있을까 봐.
무엇을 심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내일을 만들어가는 것. 기대하게 하는 것.
마을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이런 순간을 만들어가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떠들고, 웃고, 혼나고,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칭찬 스티커를 받는 순간. 그 순간을 그냥 무심히 심는 것. 콩 심은 데 콩이 나지 않아도 괜찮은 곳. 살다가 어느 순간, 그때 심은 씨앗이 무심히 자라날 수 있는 것.'편지를 심고 사탕을 심고 귀걸이를 심고 흙과 바람도 심'고'미래가 더 깊이 뿌리를 내려 멀리서 웅성거릴 때까지 아무렇지 않게 다시 태어나 자라도 되고 자라지 않아도' 괜찮은 곳. 어차피'우리의 손은 기억할' 거니까.
그래, 마을 도서관에는 정말 '미래가 태어나려면 필요한 일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