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굴에서 맞는 열 번째 봄
“여성 고유의 비전이 가능했고, 현재도 가능한 곳이 동굴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동굴의 힘과 동굴의 비유가 주는 중요한 메시지다. 이 메시지를 통해 동굴이란 단순히 과거가 회복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잉태하는 장소, 새로운 땅이 솟아오르는 ‘흙의 자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떠올릴 수 있다.”
- 샌드라 길버트·수전구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북하우스, 2022)
한 발 내디딘 순간, 서늘함이 덮쳤다.
9월의 한낮, 날빛이 사방에 쏟아지는 가을의 초입이었는데도 그랬다. 문 하나 차이로 달라지는 공기와 빛의 색 때문인지 팔에 오소소 작은 소름이 돋았다. 동굴 같구나 혼잣말을 내뱉으며 공간을 둘러봤다. 구석에 만들어진 탁자가 두 개 보였고, 그 옆에는 자르다만 목재와 부스러기들, 전기톱 같은 공구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 키보다 높은 창문들이 좌우로 있었지만, 그 시간에는 빛이 얕게만 스몄다. 나는 취재하러 온 건데, 순간 장르가 헷갈렸다. 범죄 영화에서 많이 본 수많은 클리셰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였다. 탁, 탁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니, 꽃무늬 모자를 쓰고 몸빼를 입은 한 여성이 활짝 웃으며 목장갑을 탈탈 털며 들어오고 있었다.
이것이 약 십 년 전, 카지노 쿠폰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다.
사실 나의 기억에는 오류가 있다. 마을 카지노 쿠폰은 이미 있었다. 내가 들어간 곳은 작은 카지노 쿠폰 옆 '북카페' 형태로 새롭게 꾸며지고 있는 공간이었다(이후 이 공간과 작은 카지노 쿠폰 사이에 내부 문이 뚫리고 둘은 합쳐진다. 그러나 이는 몇 년 뒤 이야기다).
어린이 카지노 쿠폰은 원래 창고였고, 북카페로 조성 중인 이 공간은 탁구장이었다. 창고는 이미 어린이 카지노 쿠폰이 된 지 몇 달이 지났다. 그러나 그곳은 아이들 여럿이 들어오면 꽉 찰 정도로 좁았다. 엉덩이를 붙일 곳 없던 어른들은 자연히 생각했다. 우리도 우리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카지노 쿠폰 옆 탁구장을 북카페로 조성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모임도 하는 공간이면 좋겠다 꿈꿨다. 탁구장 이용 주민들은 다른 장소 이전을 선선히 허락해 줬고, 북카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자재를 찾고, 만들고, 옮기고, 치우고, 꾸미는 그 모든 일들을 역시, 주민들이 다했다. 나는 당시의 그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해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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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괜히 들떠서 할 일을 많이 못했던 나는 자면서 다짐카지노 쿠폰. 내일은 눈뜨면, 벌떡 일어나서 원고 수정을 해야지. 그러나 토요일 아침, 핸드폰을 보며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말을 하며 습관처럼 인스타에 들어갔고, 화면을 넘기다 한 영상을 봤다. 30초 정도의 짧은 영상을 보는 동안 눈가가 갑자기 촉촉해졌다. 그 영상은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 자료화면이었다.
화면 속에서 문형배 당시 후보는 담담한 어조로 말카지노 쿠폰. '자신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고, 어렵게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에 입학카지노 쿠폰. 그러다 고2 때 김장하 어르신의 장학금을 받았고, 대학까지 무사히 마쳤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김장하 선생님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러 찾아갔다'라고.
그때 김장하 어르신은 청년 문형배에게 이렇게 말카지노 쿠폰.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
- 문형배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중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아라'라는 말을 문형배 재판관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카지노 쿠폰. 그렇게 마음에 말이 심겼다. 자랐다. 그리고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꽃 폈다. 이 사회를 향해. 나는 어제 바로, 그걸 목도카지노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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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내가 아직은 범죄 현장 혹은 동굴처럼 보이는 그곳, 즉 카지노 쿠폰에서 만난 주민은 내게 말했다. 그저 즐거워서 한다고. 어렵지 않다고. 톳밥이 가득 묻은 신발을 탁, 탁 털며 말했다. 그는 자신이 쓰고 있는 분홍 꽃무늬 모자보다 더 화사하게 웃었다. 옆에서 함께 커다란 나무를 나르던 부부의 얼굴도, 가녀린 팔로 톱질을 하던 30대 여성의 얼굴도 무심하게 다정했다. 어떤 목적도 대가도 바라지 않는 이의 단정함이 어려있었다.
그렇게 책상이 들어오고, 책장이 만들어지고, 의자가 생겼다. 아이가 자라듯, 새싹이 피어나듯 카지노 쿠폰도 조금씩 자라났다. 변해갔다. 추운 그곳에 작은 난로가, 난방기가 하나 둘 생겼다. 책장이 늘어가고 책이 채워지고 의자도 만들어졌다. 하얀 칠판이 달리고 아이들이 낙서를 했다. 어두웠던 등이 환하게 바뀌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뀔 시간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랬다. 다만 변화는 밀물이 해변을 채우듯 서서히 일어났다. 매번 누군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을 그곳에 가져다 두었다. 그 위로 다른 마음이 또 쌓였다. 카지노 쿠폰은 그 시간을 차곡차곡 토양처럼 덮고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그 위에서 많은 이들이 마음껏 쉬어갔다. 자랐다. 나와 아이들도 그랬다.
김장하 선생의 신조는 '줬으면 그만이지'다. 게다가 그는 사회, 문화, 예술, 언론, 환경 등에 전방위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 김장하 장학금을 받은 사람만도 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나는 알려지지 않은 다른 수많은 이들을 상상한다. 문형배 재판관처럼 사회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꼭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그의 작고 선한 마음은 전해지고 있을 테니까.
꼭 무언가를 해야만, 성공을 이루고 실패하지 않아야만, 당장 결실을 이뤄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밤을 밀어내고 서서히 길어지는 낮처럼, 묵묵히 주고 가는 마음. 그 마음을 이을 공간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다른 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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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북카페로 취재를 가던 당시의 나는 '고난의 행군' 시절을 지나고 있었다. <지식채널 e라는 어려운 프로그램을 3주에 한 편 만들어내고,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게다가 첫째는 초1 입학, 둘째는 공동육아 중이었다. '작가', '늦깎이 대학원생' '초1 학부모' '공동육아 조합원' 각각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나는 가는 곳마다 납작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럴 때 나에게 카지노 쿠폰은 '동굴'이 되어주었다. 화사한 꽃무늬 모자를 쓴 60대 여성이 만든 탁자에 앉아 아무 일 없이 수다를 떨고, 두 부부가 만든 책장에 꽂힌 책을 빌려 마음을 녹였다. 종종거리며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마을 어른들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마을 카지노 쿠폰이 있다는 것에 안심했다. 그렇게 십 년을 함께했다. 납작해진 마음을 주기적으로 이곳에서 부풀렸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한 마음으로, 진짜 (범죄 현장 혹은)'동굴'같았던 이 공간을 쉴 수 있는 '동굴'로 만들어준 이들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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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쿠폰, 밤과 낮이 같아지는 시기다. 늦게까지도 해가 있다. 우리는 카지노 쿠폰에 앉아 어둑해질 무렵 만나, 아주 깜깜해질 때까지 회의를 한다. 아직은 날이 쌀쌀하다. 온풍기를 돌리고, 마을 어르신들이 짜주신 담요를 덮는다. 아늑하다. 훈훈한 공기 속에 카지노 쿠폰 일 년 계획을 구체화했다. 십여 명의 운영진이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주제와는 상관없이 다른 이야기를 하기 일쑤다. 어느 순간 주제가 우주를 유영한다 느껴질 때면, 누군가 '그래서 우리가 논의할 게 뭐더라?'라고 이야기한다. 웃는다. 곧 몇 명이 땅 위로 돌아오지만, 또 이내 다른 이야기로 빠진다. 그렇게 우리만의 리듬을 탄다. 공기가 선하게 돈다(그래도 영 주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목탁을 친다).
지금, 이 시간이 꼭 유의미하지 않아도 좋다. 기록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공기 어딘가 카지노 쿠폰 어딘가 혹은 누군가의 기억이나 감정으로,지금 이 시간은 흔적이남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을 이어간다. 앞선 이 가 준 마음을 이어간다.
그렇게 우리의 동굴-동굴이란 단순히 과거가 회복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잉태하는 장소, 새로운 땅이 솟아오르는 ‘흙의 자궁’-의 열 번째 봄밤이 깊어간다.
*이 글에 나오는 김장하 선생과 문형배 재판관의 이야기는 "김대원기자 "[김대원의 여의도 포커스] 김장하 선생과 문형배 권한대행", 광주드림, 2025.02.28 https://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54197" 기사를 참고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