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를 놓칠 때마다
궤(櫃)
글은 서랍이다. 아니, 좀 더 단단한 말로 바꾸자면 궤(櫃)다. 열쇠 없이도 열리고, 닫히면 수십 년을 침묵하는 오래된 나무 궤짝. 글 쓰는 일은 그 궤를 하나씩 열어보는 작업이다. 문득 한 줄기 냄새가 올라온다. 낡은 종이 냄새, 한때 누구의 것이었을 무언가의 체온, 어두운 틈새에 숨겨둔 마음의 조각들. 누군가는 그것을 일기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그것을 소설이라 부른다. 어떤 궤는 차마 열 수 없어 문고리를 만지작거리다 돌아서기도 한다. 잠긴 것들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뻗는 일, 쓰기 전에 먼저 들어야 하는 침묵의 온도, 그리고 궤를 연 뒤 되돌릴 수 없는 문장의 리듬. 궤는 삶의 모서리에 놓인 조용한 존재지만, 그 안엔 언젠가 썼으나 다 읽히지 않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는 그 궤들을 하나씩 열어본다. 당신이 잠시 멈추어 바라볼 수 있도록.
늦은 아침,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으면 가끔 착각이 일어난다.
방이 물속에 잠긴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경계가 느슨해지는 순간.
바람은 기척도 없이 창밖을 미끄러지고, 카지노 쿠폰은 저마다 비밀스러운 말을 입술에 우물거리며 출렁인다.
그런 아침을 좋아했다.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고, 아무것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시간.
그랬다.
텅 빈 거실 소파에 몸을 던지듯 눕자, 베란다 창을 뚫고 들어온 초록빛카지노 쿠폰 나를 파도처럼 감쌌다.
초록이라고만 하기엔, 그 색은 더 복잡했다.
연두와 금색의 경계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빛, 아오리 사과 껍질처럼 약간 탁하고, 약간 투명하며, 금방이라도 손톱으로 긁으면 얇게 벗겨질 것 같은 질감.
카지노 쿠폰은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누군가 물속에서 천천히 손을 흔드는 것처럼, 그들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느렸다.
마치 바람이 아니라, 기억이 그들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옛날의 감정카지노 쿠폰 그 틈을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살아 있는 것들.
아직은 모양을 갖추지 못한 채, 떠다니는 것들.
그 장면을 바라보며, 이유 없이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디로 풀리는지도 모른 채, 조용히 흘러가는 느낌.
그런 느낌을 받을 때면, 살아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지금 이곳이 실제라는 증거를 하나하나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숨을 쉬고, 눈을 깜빡이고, 심장이 뛰고 있는 이 몸뚱이조차도.
아오리 사과 껍질 같은 카지노 쿠폰 사이로 작은 새 한 마리가 휙 하고 스쳐 갔다.
너무 빠르고 가벼워서, 흔적에 가까운 무엇.
어떤 순간, 우리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누군가의 기억 속을 스쳐 가는 흔적일 뿐일지도 모른다.
문득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소음이 떠올랐다.
햇살 속에 먼지가 부유하던 오래전 오후.
나는 그때의 나를 불러낼 수 있을까.
그때 나를 봤던 친구들은 지금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의 나를 본다면, 알아볼 수 있을까.
아침에 눈을 뜨자, 나는 카지노 쿠폰 사이에 누워 있었다.
몸을 조금 움직이자, 가느다란 가지카지노 쿠폰 살갗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디였을까, 여기가.
분명 어젯밤에는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창밖에 흔들리던 카지노 쿠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숨을 깊게 카지노 쿠폰쉬었다.
달콤하고 신선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오리 사과 껍질을 손톱으로 벗길 때 나는, 약간 씁쓸하고 약간 떫은 냄새.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카지노 쿠폰이 내 몸 위로 우수수 쏟아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은 온통 연한 초록빛에 잠겨 있었다.
하늘도, 땅도, 공기도, 심지어 빛마저도.
모든 것이 흐릿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카지노 쿠폰이 파도처럼 물결쳤다.
아주 느리고 조심스러운 물결.
저기 멀리, 한 아이가 서 있었다.
아직은 말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작은 아이.
아이의 머리카락에도, 옷자락에도, 카지노 쿠폰이 얇은 비늘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아이는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짓했다.
이쪽이야
아이가 말했다.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거의 바람 소리에 섞여버릴 것 같았다.
나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발을 떼었다.
카지노 쿠폰은 내 발목에 매달리듯 따라왔다.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 카지노 쿠폰과 카지노 쿠폰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세상이 숨을 쉬는 소리처럼 규칙적이고 부드러웠다.
아이를 따라 깊숙이 걸어 들어가자, 카지노 쿠폰은 점점 더 빽빽해졌다.
그들의 색깔은 점점 변했다.
처음에는 아오리 사과 껍질처럼 투명하고 연했지만,
점차 금빛이 돌더니, 이윽고 은색으로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이름이 필요 없어
아이가 말했다.
나는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름 같은 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곳.
이름을 가졌다는 것은 경계를 가진다는 뜻이고, 경계가 생긴다는 것은
결국 사라진다는 의미일 테니까.
얼마나 걸었을까.
카지노 쿠폰이 점점 얇아지더니, 마침내 눈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공중에서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희미한 윤곽선뿐.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떨림.
아이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나만이, 카지노 쿠폰이 사라진 숲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나는 두 손을 뻗어 앞을 더듬었다.
손끝에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외롭지 않았다.
모든 것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을 뿐, 들리지 않을 뿐.
나는 다시 걸었다.
땅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세계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마치 걷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믿음인 것처럼.
문득, 멀리서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아오리 사과 껍질.
약간 시고, 약간 떫고,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는 냄새.
그 냄새를 따라 걸어갔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어딘가에서 카지노 쿠폰이 다시 물결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가느다란 파동.
거의 들리지 않는 숨소리.
그리고 마침내, 나는 한 줄기 빛을 보았다.
빛은 조심스럽게 나를 감쌌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가볍게 포옹하듯.
나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곳은 끝나는 곳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것을.
카지노 쿠폰은 어디서나 물결치고 있었다.
내가 보지 않아도, 만지지 않아도.
그들은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아오리 사과껍질 같은 카지노 쿠폰이 물결치고 있습니다,
누군가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끝나지 않는 흔들림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