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2월 31일이 되면 울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친다
edited by 비끗
“이제 지난 한 해를 떠나보내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자, 10. 9. 8. 7…3. 2. 1!”
카운트다운 종료와 함께 팡파레가 울렸다. 전광판에 새로운 해의 연도가 나타나자 모두 박수를 쳤다. 그들 사이에서 나 역시 열심히 두 손을 마주쳤다. 문득 옆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시선에 나 역시 그를 바라보자, 환하게 웃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며 곤란함이 번졌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내 옆자리 사람과 마찬가지로 박수를 치며 웃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의 행동이 곤란했지만 애써 표정을 감추었다.
왜 웃지. 왜 박수를 치지. 뭘 축하하는 거지.
순간 내 볼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황급히 눈물을 소매로 닦아냈지만 이미 눈가가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옆자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어느새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미소를 되찾고 그쪽에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축하를 나누고 있었다. 그가 무심코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가 눈물범벅이 된 나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내가 그의 밝은 미소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에서 우리는 동시에 난감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왜 저러지.
왜 울지.
왜 웃지.
왜 이러지 : 나 왜 울지
한 해의 마지막 날, 해를 넘기는 순간의 카운트다운 리듬은 단체줄넘기의 그것과 같다. 두툼한 밧줄이 10, 9, 8, 7의 리듬으로 허공을 돌기 시작하고 마침내 3, 2, 1! 의 구령과 함께 모두가 폴-짝 밧줄을 뛰어넘을 때, 나는 홀로 줄넘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그들이 시간의 고개를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곤 했다. 모두 어떻게 달력의 날짜에 맞춘 한 해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생활에 곧바로 적응해 나가는지 그것이 신기했다. 자아가 생기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나도 거기에 동참해야만 소외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카운트다운 리듬의 끝에 끼어 가까스로 줄을 건너기는 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해를 넘긴 후엔 무리에 섞여 함께 박수를 쳤지만 늘 자연스럽지 못했고 억지스러웠다. 변화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 곁에 존재하기 위해 떠밀리듯 눈을 질끈 감고 매년 매해를 지나온 것이다. 그것이 곤란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나만 빼고 다 이상하다고 땡깡을 부리려는 건 아니다. 이런 나의 처지가 나조차 곤란해서 눈물이 나오는 것이다.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놀이가 펼쳐지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지난 한 해 수고 많으셨고 다가올 한 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어두운 하늘에 한 줄기 화약이 솟아오르더니 펑! 터지며 색색깔의 불꽃이 펼쳐졌다. 하나의 불꽃이 만개했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다른 불꽃이 피어올라 또다시 꽃을 피워냈다. 쉴 새 없이 피었다가 지고 다시 피는 불꽃의 향연. 사람들은 불꽃이 펼쳐지는 때에 맞춰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 불꽃의 주기에 맞춰 파도처럼 일렁이는 함성에 아득해질 무렵 불쑥 눈앞에 칵테일 잔이 나타났다. 빨간 체리 한 알이 푸른색 알코올 위를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내게 칵테일을 준 것은 조금 전 그 옆자리 사람. 그가 윗니 여덟 개가 보이도록 활짝 웃으며 아이에게 과자를 건네듯 내게 잔을 내밀고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의 호의를 기꺼이 건네받았다. 엄지와 검지로 체리 꼭지를 들어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다시, 피슉- 펑! 불꽃이 피었다. 옆자리 사람이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왜 저러지.
왜 저러지 : 왜 웃지
한 해가 넘어가는 카운트다운의 순간에 우리는 왜 박수를 치는가. 물론 박수를 쳐서 나쁠 건 없다. 어느 때고 뭔가를 기쁘게 맞이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기왕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거 누구처럼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는 웃음과 박수로 반기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화와 같은 박수를 치기 전에, 잠깐 양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활짝 편 후 어깨를 으쓱 올리고 고개를 약간 삐딱하게 기울여 본다면,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한 해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이 정말 박수를 칠 일인가.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차곡차곡 쌓아 완성한 삼백육십오 개의 한 세트를 툭 무너트리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한 개부터 쌓기를 시작하는 일은 아닌가.
그 박수의 의미가 지난 일 년 간의 무사함을 기뻐하는 세레머니라면 과연 지난 일 년 간의 나의 생활이 이렇게 환호할 만큼 무사하고 행복했던가(치열하게 버텨온 시간에 가깝지는 않은지) 씁쓸함이 밀려오고, 다가올 일 년의 복을 빌기 위한 행운 기원의 세레머니라면 이러한 의식에 실질적으로 그러한 힘이 있을까 물음표가 떠오른다. 어떤 쪽이든 과장되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실은 모두 한 해가 이렇게 또 지나간다는 것이 허무한데, 공허함을 감추기 위해서 되려 과장되게 웃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치는 것은 아닌지. 지금 내 옆에서 무방비하게 입을 벌린 채 하늘을 수놓은 불꽃에 취해있는 옆자리 사람의 귀에 슬쩍 속삭이고 싶다. 박수란 기쁨, 찬성, 환영을 나타내거나 장단을 맞추려고 두 손뼉을 마주치는 행위, 당신은 하루하루 기껏 쌓아 완성한 한 해를 떠나보내는 일이 정말 기쁜가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다른 한 해를 시작하는 일을 과연 진심으로 찬성하며 환영하나요? 한 해의 마지막 순간에 실은 우리 모두 일부러 분위기의 장단을 맞추려고 두 손뼉을 마주치며 흥을 돋우고 있다는 연극적인 느낌을 받아본 적 없나요?
이쯤 되면 누군가는 내게 왜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그냥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 꼭꼭 씹어 삼키며, 조금이라도 목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뱉어내려 하는 거냐고 물을 수 있다. 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고 슬프고 어려운지 나의 의문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내게 본능적인 야생성, 즉 ‘닭’적인 꼬끼오의 습성이 아직 다 죽지 않고 남아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사실 이미 나는 언제부턴가 세상의 질서나 관습에 대해 큰 의문을 품지 않는 이븐한 닭고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무리에서 튀지 않기 위해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며 의문 없이 살아가는 것이 닭고기의 삶이라면 나는 잘 익은 닭백숙이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시간의 고개는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1월 1일에서 1월 2일로 넘어갈 때는 아무런 자극도 받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1월 5일쯤이면 5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잊어버린 채 출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고 다시 시간의 흐름에 삶을 맡긴 채 정박자로 살아간다. 닭이 매일 아침 동이 틀 무렵에 꼬끼오- 운다면, 나의 꼬끼오는 1월 1일 자정에만 튀어나온다. 삼백육십사 일을 무감하다가 단 하루 서글퍼지는 것. 그 사실이 허무해서 울음을 터트리고, 동시에 나의 꼬끼오적 습성이 아직 손톱만큼 살아있음에 안도하며 감동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치는 것이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거대한 불꽃을 피날레로 불꽃놀이는 막을 내렸다. 다시 밤하늘이 온전히 캄캄해졌을 때 누군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HAPPY NEWYEAR!” 뒤를 이어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주변 사람들과 신년 인사를 나눴다. 악수와 포옹을 하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천천히 무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커다란 테이블에 여러 가지 음식과 술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색색깔의 크림으로 장식된 케이크가 있었다. 케이크 위에는 누군가 불을 붙여 놓은 초 여러 개가 꽂혀있었다. 5, 4, 3, 2, 1!
후ㅡ.
“이제 다 끝났습니다. 다시 삼백육십사 일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