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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 Feb 16. 2025

빈 방을 더 많이, 더 넓게 지어봐

[ 아빠의 유산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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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카지노 게임 추천 비니하니에게



다음 주면 너희 둘이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하는구나. 이사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하다. 어제 낮에 문득 한 학생과 한참 상담하면서 너희가 더 진하게 보고 싶었어.


이럴 때는 아빠 직업이 참 어렵기도 하다가 좋기도 하고 그렇네. 한참 잊혀도 잊힌 지 모른 채 정신이 없을 때에 자주 빠져 있다가도 그 사이사이에서 일이 아니라 영혼을 가진 어린 사람들이 들락거리면서 아빠의 망각된 상태를 일깨워주니 말이다.


참, 아이는 약대를 가려고 반수를 계획하려 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야. 평소에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완전 무장한 태도를 잃지 않았는데 갑자기 슬럼프가 오래 오고 있나 보다. 안부 전화를 때는 느꼈는데, 직접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어딘지 모르게갇혀 있는 것 같아 보이더구나.아, 물론 오해하지 말거라. 상담 내용을 스포 하려는 아니니까.

아빠는 부모, 자식, 남편, 교사 그리고 이 나이에 주어지는 공식, 비공식의 다양한 역할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겪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란다. 그러는 동안 내 안에 스스로 갇히고 싶은 방, 벗어나고 싶은 방, 나누어 주고 싶은 방들이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


그 아이 덕분에 아빠가 만들고 없앤 방들이 내 안에도 꽤나 있었구나 싶어진 것이지. 물론 지금도 비슷한 방들을 가지고 있고. 너희들이 이사를 가면 지금 하고는 다른 새로운 방이 생기잖니? 물리적인 그 공간 안에서 너희들 내면에도 넓고, 깊고, 다양한 방들을 지었다, 지웠다 했으면 바람을 이야기하고 싶어 이렇게 서두가 길었다.


지금부터 여러 방들을 소개해 볼까 해. 물론 아빠 안에 있거나. 있다 사라졌거나, 있었으면 하는 방들을 상상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아빠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희도 방들을 지었다. 지웠다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아, 물론 지금 너희 안에 있는 방들과 비교해 봐도 좋을 것 같구나.




기술의 방_

이 방은 직업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현실적인 기술들이 모여 있는 곳이야. 기술을 '업무적 능력'이라고 이해하면 좋겠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스마트 도구, 실험 도구, 책장, 아이디어 노트, 유니폼 등도 크고 작은 상자에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어. 그것들을 수시로 꺼내 필요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손질하고 고치고 기록하면서 기술을 업데이트하는 방이란다. 여러 개의 방 중에서 물리적인 시간을 가장 오래 사용하는 방이지.


이 방에 머물러 있을 때는 다른 방에서 보다 자기 강점을 잘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그래서 내 강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라도 유용하지. 강점을 알고 있다는 것은 보완해야 할 부분도 알고 있다는 것이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나의강점을 활용해서 업무적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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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서 계속 실험하고 실패하고 도전카지노 게임 추천 기록들이 켜켜이 쌓여갈 때 겉에 걸친 유니폼이 훨씬 더 폼나게 반짝이게 될 테니까. 이 방에 불이 오래오래 켜져 있을수록 먹고사는 문제는 조금 수월하게 해결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진단다. 그래야 여전히 '자소설' 쓰는 어른으로 남지 않을 테고.



시몬느 베이유는 "밭을 가는 농민이 자기가 농민이 된 것은 교사가 될 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회 체제는 깊이 병든 것이다"라고 썼다. 먼 꿈같지만, 궁극적으로는 농민도 교사도 정비공도 비슷한 임금을 받고 동등하게 사람 취급받는 사회가 될 때라야 '자소설'이란 단어가 소멸할 수 있으리라.

_은유, 다가오는 말들, 2023, 어크로스




휴식의 방_

다 아는 것처럼 공부건 일이건 휴식이건 다 에너지가 필요하지. 하지만 그 에너지가 어느 순간 생기는 건 불가능하잖니.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적절하게 만들고 모아놓는 습관을 기르는 게 아주 중요하지. 몸나이에 관계없이 좋은 습관 들이기 -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기 - 만큼 중요한 휴식은 없지.


그런데 이 방은 안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허리를 깊숙이 숙여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자그마한 문을 기준으로두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어. 참, 가운데 자그마한 문은 휴식의 방에서는 열리지 않는단다. 이 두 방은 색깔로 구분될 수가 없어 처음에는 앞에서 꽤나 서성이게 돼.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두 가지 있단다. 하나는 입구야.


왼쪽 방은 오른쪽 방과 달리 문이 없는데, 안에서부터 조명이 번쩍번쩍 새어 나와. 반면 오른쪽 방은 들어서려면 문을 직접 열어야 해. 그런데 들어가면 벽에서 새어 나오는 안개비 같은 불빛뿐이야. 다른 스위치는 없단다. 아빠는 왼쪽 방도, 오른쪽 방도 자주 들락거렸단다. 그런데 돌아보니까 하니가 일곱, 여덟 살 무렵에는 왼쪽방에서 자주 휴식을 취했던 것 같아.


업무에 빠져 살 때도 그랬었고. 그러다 새벽에 일어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주로 오른쪽 방에서 휴식을 취한단다. 더 살아보면서 알게 된 것 같아. 제대로 된 휴식은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본성과 잘 어울리는 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게 중요한 게 자기 본성에 어울리는 휴식은 나를 격조 높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거든. 단순히 외형적인 아름다움, 멋이 아니라 내 안에 담긴 정신과 가치, 품격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야. 한다미로 인격이 훌륭해지는 것이지. 우리가 휴식을 원하는 진정한 목적이란다. 격이 높은 사람이 가치로운 사람임은 너희들도 주변에서 이미 경험을 하고 있을 테니까.


품격과 인격을 가져다 주지. 다른 방들의 에너지를 이 방에 다 몰아넣어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아니, 이 방만이라도 제대로 넓히고 꾸며 놓으면 그럭저럭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체력이 체격을 키우고 마음을 키우는 건 네가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을 거지만.




치유의 방_

치유는 삶의 의미를 되묻는 것이야. 왜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게 좋은지, 옳은지. 그런데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아무도 자신 있게 대신, 대답을 해주지 못해. 왜? 셋 중 하나의 상태에 있거든. 치유 중이거나, 치유가 필요 없다고 느끼거나, 치유를 엄두도 내지 못하거나.


비니, 하니는 어떤 색깔을 좋아하지? 노란색? 보라색? 아니면 민초색? 아빠는 내가 좋아카지노 게임 추천 색깔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았어. 하니가 가끔 아빠한테 물었던 질문이었어.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자체가 뭐 그리 중요하겠냐고? 물론 색깔 자체가 좋다 싫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살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그런데 말이야. 그러면서도 항상 가족한테, 동료한테, 친구한테 '왜 나를 몰라 주냐'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지내면서도 '숨기고' 생활한 기간이 꽤나 길었었더라. 나도 모르는데 남이 나를 어떻게 알겠니? 무엇보다 그런 마음 뒤에다가 또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데', '내가 허튼짓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내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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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를 풀어내는 열쇠를 나의 밖에서 찾고 있었던 거지. 내 집이고, 내 방인데 그 문의 열쇠를 말이야. 아빠가 이렇게 고백하는 이유는 말이야. 너희들은 그 열쇠를 찾아 헤매는 시간을 조금은 줄이면 좋겠다 싶어서란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말이야. 내가 아무리 제 길로, 제 역할로 살아도 그것으로 누군가를 힘들게 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란다. 이 방에서 나올 때는 이 두 가지를 다 기억나고 나와야 한단다.



마흔여덟 정도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아, 이거 스포일러인데. 옳은 건 뭐고 틀린 건 뭘까? 나한테 옳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옳은 것일까. 나한테 틀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틀리는 걸까.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가 될 수 있다_드라마<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

_박애희,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2020, 수키




비밀의 방_

이 방에는 이미 누군가가 들어가 있어. 때로는 앉고 때로는 펄쩍펄쩍 뛰고 때로는 소리 내어 울부짖어. 물론 껑충껑충 뛰면서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리기도 하고. 누군지 알 것 같아? 아빠는 때로 이런 정신없는 내 안의 누군가를 숨기고 싶었기 때문에 '비밀'의 방이라고 부르는 거야.


바로, '어린 나'란다. 여전히 어린, 어렸을 때의 내가 이 방에 살고 있는 거야. 실제로 나의 몸나이가 몇 살이 되건 관계없어. 아마 이 세상에서 사는 마지막날까지도 나와 같이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너희들 안에도 여태껏 있을 거야. 물론 똥만 잘 싸도, 밥 한 숟가락만 더 먹어도 칭찬받으면서 살던 나도 있고, 친구들과 아무런 걱정 없이 골목골목을 누비던 나도 있지.


포기하고 싶던 과제를 멋지게 이겨냈던 그 뿌듯함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나도 있고. 물론 그 반대의 나도 함께 있지. 거봉을 잘못 먹고 숨구멍이 막혔던 나. 표현 못하고 공포스러웠고 어쩔 줄 몰라했던 나. 얼음배 위에서 온 세상을 호령하던 나. 실패가 두려워 미리 포기카지노 게임 추천데 익숙했던 나. 호기심이 많아 이런저런 사고를 쳤던 나.


그런데 말이야. 이 방은 '휴식의 방'과 연결된 자그마한 문이 안쪽 벽에 하나 더 있어. 물론 방 안으로 들어가면 말이야. 열고 들어가면 세 개의 선택지가 있어. 문 없이 번쩍거리는 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슴푸레한 방. 그리고 그대로 곧장 걸어 나가면 '휴식의 방'을 나가버리는 출입문. 어느 문을 통과할지는 당연히 항상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만!


너희들이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여전히 이 방에 갇혀 있는 어린 자신처럼 살거나 아직도 인정하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사람들이 있어. 일방적인 사람, 목소리부터 지르는 사람, 모든 것을 다 양보카지노 게임 추천 사람, 항상 우유부단한 사람, 장소에 맞지 않게 눈물 흘리거나 웃음 짓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는 말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을 다른 말로 '과거의 방'이라고도 부르는 이유야.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는 상황인 것이거든. 이 방에 있는 어린 자신에게 나만의 비밀이란 딱지를 붙이고 세상밖으로 당당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하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것이지. 정신적 감금 상태야. 하지만 꼭 어린 나가 지금의 나를 훼방만 놓은 건 아니란다. 초점은 어린 나한테 지금의 나가 여전히 통제를 받고 조정을 당카지노 게임 추천 상황을 이 방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일 뿐!




도피의 방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마다 들락날락 거리는 방이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물론 그 위치가 내 안의 여러 방 가운데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지하 깊숙이 위치하는지, 문 열자마자 얼른 뛰어들어갈 수 있는 대궐 같은 방인가가 다 다를 뿐. 그런데 이 방은 다른 방과 문부터 달라. 다른 방은 모두 여닫이 문인데 이 방은 자동문이란다.


자동문이라 근처에 왔다 갔다 하기만 하면 스르륵 열려 버리지. 그런데, 우리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자동문하고는 좀 달라. 열린 후에는 자동으로 닫히지 않는단다. 원래 자동문은 들어갈까 말까 하고 망설이다 보면 다시 닫히잖니? 이 방 문은 그렇지 않아. 아, 다른 점이 또 하나가 있구나. 일단, 들어가면 나오려고 할 때는 자동문 기능이 사라져 버려. 안에서 밖으로 나올 때는 다른 방문처럼 직접 열고 나와야 한단다.


그리고 방문 위 위치 역시 벽으로, 천장으로, 바닥으로 막 돌아다녀. 조명도 하나 없는 깜깜한 공간 안에서 말이야. 만약에 대궐 같은 크기의 방을 만들어 놨다면 아주 난감하지. 그렇게 헤매다 나온다 한 들 그만큼 다른 방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 가버리는 방이지.


창문이 없으니 당연히 세상밖 햇빛도 바람도 느낄 수 없어. 일단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래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지. 가끔은 이 방에 들어앉아 있는 시간 동안 다른 방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진다는 게 더 힘이 들 때가 있어.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나오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지.


이 방에 오래 머물면 합리적인 핑계만을 찾아 혈안이 되는 인간이 되기가 쉬워. 해보지도 않고 그럴싸한 이유로 자신의 실패를, 아니 실패의 예상을 합리화카지노 게임 추천데 돈과 몸과 마음을 쓰는 그런 사람.



빈 방_

이 방을 무엇으로 채울지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는 나 자신도 잘 몰라. 언제나 항상 있는 방도 아니거든. 있다가 없다가 하는 방이야. 내 안에 여유가 있어야 생기는 방이거든. 여기서 말하는 여유는 경제적 여유만 의미하지는 않아. 오히려 그것보다 정신적, 정서적, 심리적 여유를 말하는 거야.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내공이 깊은 사람들, 지혜로운 사람들이 보여. 그렇게 느껴지는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방 중에 가장 큰 방이 바로 빈방이야. 수많은 지혜, 내공이 그 방안에 들어가 있거든. 이 사람들은 이선 크로스가 이야기했던 '벽에 붙은 파리'가 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야.


지혜는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삶의 다채로움을 깨달아,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상하며,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인정하고, 대립하는 견해와 타협하는 능력”. 이 힘은 '큰 그림'과 관계가 있어요. 지혜로운 사람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죠.

_이선 크로스, 채터-내면의 훼방꾼, 2021, 김영사



그들은 자신을 제 3 자로 여기면서 내려다보고, 들여다보는 능력이 탁월하단다. 파리처럼. 파리가 되는 연습을 하는 곳이 바로 빈 방이야. 빈 방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앉아 있는, 누워 있는 자신을 한참 바라보는 거야. 이게 빈 방을 가져야 하는 이유란다. 좀 더 이야기를 해 보면, 구체적으로 그 이유는 두 가지야.


먼저, 자기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내면에 지니고 있다는 의미야. 자기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우린 자주 마음속 영화관에서 내가 실수한 장면을 반복해서 틀어대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들어 대잖니. 그러다 그 장면과 연결된(또는 연결되지 않아서 꼭 찾아내서) 상대의 작은 잘못을 놓치지 않고 물어뜯는 사람이 되어 버리려 하는 나를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고. 자기가 자기한테 계속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또 하나의 이유는 빈 방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 고마운 사람, 배우고 싶은 사람, 도와주고 싶은 사람, 함께 하고 싶은 사람, 그냥 좋은 사람을 언제나 놀러 오게 해서 편안하게 쉴 수 있기 때문이야. 진정한 휴식이지. 힘들고 지칠 때 이것만큼 좋은 휴식이 없거든. 빈 방 프로젝트에 연신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휴식의 방, 치유의 방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란다.


문을 열고 닫을 필요도 없어. 자동 무빙워크가 쉴 새 없이 이 방, 저 방을 이어주고 있으니까. 빈 방은자그맣게 단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출발이야. '파리'가 되어 볼 연습은 시작해 볼 수 있으니까. 일상을 이어가다 보면 기술, 도피, 치유, 휴식, 기술, 도피, 도피, 도피, 치유, 휴식, 휴식, 휴식... 이런 방들을 늘리는데 돈, 시간, 마음 쓰는 기간들이 꽤나 길게 이어지는 건가, 할 때가 반드시 오거든.


그럴 때에 되어서야 당장, '빈 방'하나 더 만들어야지, 해서 만들어지는 방이 아니란다. 여러 개는 고사하고 단 한 개 만의 빈 방을 짓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리거든. 물론 걱정하지 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 방법 역시 시간이 걸리는 것이어서 문제라면 문제겠지. 바로, 모든 방 곳곳에 책을 골라 놓아 두는 거야. 이 방법이 아빠가 지금껏 해왔던 '빈 방 많이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얻은 유일한 결론이야.


아, 물론 아빠도 처음에는 빈 방이 갖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란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 아무리 손을 써도 소용없다)이었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었던 것이란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쓰는 편지에 인용하는 모든 책들은 아빠가 직접 읽은 거야. 검색을 통해 그럴싸하게 갖다 붙여 놓은 게 아니란다. 조만간 '읽는다'는 것에 대하여 너희들과 편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래서 당당하게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것도 50이 넘어서야 붙이기 시작했다는 건 절대 안 비밀이다. 너희는 이제 20대. 그것도 이제 막. 얼마나 좋니. 너희들만의 대궐 같은 빈 방 만들기 프로젝트를 엄청나게 시작할 수 있으니!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우리 집 발코니에서 맞이하는 새벽마다 아빠는 '파리'가 되어 보는 즐거움이 이렇게 좋은데!!


비니야, 하니야?

우리 같이 Let's Be파리!






지금까지 이야기 한 방들은 크기도 위치도 다 다르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내 안에 '빈 방'이 없는 것이야. 이번에 너희 스스로 이사를 준비하면서 느꼈을 거야.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사는 방은 최대한 넓게 넓게 만들려고 직접 몇 번을 가보고, 몇 가지를 체크하고, 또 확인하고, 촬영하고, 메모하고, 의견을 모으고, 계약서 쓰면서도 내면에 자그마한 빈 방 하나 스스로 짓지 못하면 그만큼 손해더라.


가족이란 서로가 이 모든 방들로 통하는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이란다. 다만, 방 문을 열고 닫는 것은 각자의 몫이어야 해. 아빠가 대신 비니, 하니를 위한다고 열어 주거나 닫아 주어서는 안 되지. 너희들 각자의 실제 방들처럼 내면의 방도 자신만의 향기와 온기가 있거든. 그 안에 진짜 나로 자라거든. 그러니 같이 지내면서 서로의 방을 지켜주어야 해. 하지만 '빈 방에서 파리 되기'는 마음껏 경쟁을 하거라, 마음껏!


방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4년 전이구나 싶다. 비니와 함께 2주간의 자가격리를 했던 메이플리지의 한 목조 주택 1층. 하염없이 잠에만 빠져 있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다시 돌아오기 쉽지는 않겠다. 아빠의 이 편지를 통해 그곳에서 시작된 너와 나의 시간 동안 너와 나 안에 어떤 방들이 어떻게 꾸며졌는지 되짚어 보는 기회였으면 좋겠어.


이제 몇 달 뒤면 돈과 몸과 마음을 함께 쓰면서 네가 새롭게 도전하려는 그 길이 시작되겠구나. 자식은 부모를 잊어도 부모는 자식을 한 순간도 잊을 수 없단다. 하물며 옆에서 부모 역할을 대신카지노 게임 추천 이들의 마음은 우리가 헤아리기가 쉽지 만은 않단다. 그들에게 친절하게 더 잘 대해야 카지노 게임 추천 이유야.


태도가 바뀌면 나의 자각 속에서 나와 연결된 것들이 하나, 둘 커지고, 작아지고,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더구나. 내 안의 여러 방들이 환영처럼! 이사할 할 때 무리하지 말고 서로조심해서 잘 옮겨 다녀. 파이팅!!



“오빠가 떠난 뒤 방에 누우니 처음부터 나 혼자만 살던 방처럼 다른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방은 오빠가 떠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제 몸을 알아서 오므렸다. 언젠가 오빠가 말해준 백색왜성처럼, 방은 점점 작아지고 작아지다 빛도 잃고 열도 잃고, 결국 보이지도 않는 검은 구멍이 되어 나를 빨아먹을 것이다.”

_최진영, 「팽이」(2025,롱블랙 인터뷰중카지노 게임 추천)



[지담_글 발행 예정 요일]

토(외출전 발행) : 아빠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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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전 발행):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월요일 새벽에는 브런치 성장 일지 [브런치 덕분에]를 발행합니다)

(출근전 발행):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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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전 발행):고3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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