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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 Feb 05. 2025

카지노 게임 배움과 함께 춤출 수 없다

[ 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 06

방학 중 교무실에 모 선생님을 따라온 자그마한 딸. 초1이라고 했던 것 같다. 진학 프로그램 담당인 아빠가 주말에 서버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출근하면서 따라나선 모양이었다. 아빠가 프로그램을 점검하는 동안 서서 일을 보고 있는 나를 본 듯 안 본 듯 여러 번 쳐다봤다. 우뚝 서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내가 병정 같아 보인다는 눈빛으로.



시선이 한번 맞으니까 얼른 아빠 뒤통수에 가져가 멈칫하길래수업 주머니에 있던 젤리 하나를 꺼내 들고 다가갔다. 그러자 얼른 다시 눈을 나에게로 돌렸다.

'심심하겠다. 아빠 일하시는 동안 이거 먹고 있어'라고 했더니 '감자 합니다'하듯 몽글거리는 발음으로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서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빠 옆을 쳐다보면서 그런다. '맞다. 패드 가져올걸, 아빠'



혼자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안 보듯 슬쩍 다시 쳐다봤다. 일부러 쳐다봤더니 젤리가 녹아 반지르르하게 묻힌듯한 촉촉한 입술을 오물거리며 묻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는 몇 층이에요?' '어, 5층이지'. '우와'. '여기는 누가 있어요' '누가? 아, 고등학교 3학년 오빠, 언니들이 있지. 오늘은 휴일이라 아무도 없는 거고'. 그랬더니 일부러 연기하듯이 눈을 최대한 크게 동그랗게 뜬다. 그러자 작은 입술이 자연스레 오~ 하듯 열린다.



'우와, 여기는 제일 높은 사람들이 있는 거네요?'



어떤 카지노 게임한테는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거라 생각한 자신이 '제일 높은 카지노 게임'일 수 있다. 그렇게 되고 싶은 카지노 게임, 다가가고 싶은 카지노 게임, 선망의 대상인 카지노 게임. '높은 사람'이란 말속에 그 아이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멋지고 위대한' 경외감이 가득 담겨 있을 게 분명했다. 덕분에 나는 그렇게 '높은' 카지노 게임들을 무려 스물여덟 명이나 담당한 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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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 '높은' 사람들이 졸업을 한다. 자신들의 10대를 지운다. 도전하고, 멈칫하고, 울고, 웃고, 덤비고, 주눅 들고, 다시 도전하고, 다시 울고, 용기를 다지고. 원래 가지고 있던 공부 습관, 생각 습관, 생활 습관대로 고집 피우다, 그런 자신과 싸우다, 외면하다, 도망치다, 다시 다 제자리로 돌아와서. 그리고 다시 스스로 멋지고 위대해지기로 다짐한다.




매년 '높은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카지노 게임 사이사이에 내걸린 허들 같은 두려움들을 만난다. 아이들에게서는 물론 나에게서, (학)부모에게서. 수없이 널브러진 두려움들은 진정한 카지노 게임을 방해한다. 넘어지는 이들을 바라보며 악마의 미소를 짓는다. 그렇기 때문에 하물며 스스로 배우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솟아오르더라도, 우선하는 전제 조건은 '두려움'이 제거되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이 부분에서 나의 역할이 순간순간 요구된다는 데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매년, 졸업식이 다가오는 되짚어 보게 된다. '내가 올해 아이들한테서 얼마나 두려움을 벗겨주었나. 그러는 동안 나는 또 얼마나 나의 두려움을 벗겨 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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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강력한 힘을 지닌 잠재된 정서다. 두려움은 부모가 자식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올바르게 사고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학교가 정해진 표준에 근거해서 학습성취를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를 할 때, 의문을 던질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두려움에 질린 부모들은 다시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두려움에 빠진 교사들이 좌지우지하는 교실로 돌아온다. 그 교사들 또한 두려움의 노예가 된 교장의 감독 밑에서 애태우며 견디고 있는 처지임을 말할 것도 없다.... 부식성이 강한 두려움이란 놈은 인종과 계급을 초월한다. 가장 큰 공통분모는 부모들 자신의 과거 학습의 역사이다.

_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카지노 게임 배움과 함께 춤출 수 없다중에서



카지노 게임에 직면하고, 마음껏 뱉어라!

카지노 게임을 끌어안고, 마음껏 덤벼라!

카지노 게임을 달래면서, 마음껏 배워라!

카지노 게임을 벗어나서, 마음껏 도전하라!



이 길로 가는 길목에 나와 열아홉 카지노 게임에게 필요한 것은 메리코글리아노가 이야기했던 '진심'이었다.



사회적 역할에 가려진 가짜 자아를 발견하고 진정한 자기를 드러내는 것,

자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고, 실존을 확인하는 것,

진실성과 정직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만들어 나가는 것,

공감과 배려를 통해 고통을 희석시키고, 진정한 연대의 경험을 시도하는 것,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으로 자신의 요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



올해는 조금 빠르게 카지노 게임에게 고백을 했었다. 고3이 된 지 사흘째 되던 수요일 스물여덟 명의 카지노 게임 앞에서.'나를 쉽게 봐라!'라고.나의 '진심'이었다. 매년 이 질문을 던질 때마다 학기 초의 긴장감에 더해 낯선 아이들이 일제히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진다. 대부분 대답을 못하지만 몇몇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두려움도 찾아볼 수 있다.



십대들은 더욱 그렇다. 말 걸기 어렵고, 부담스러우면 다가오지 않는다. 드러내지 못한다. 그리고 배우지 않는다. 스스로 상담을 원하고,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편안한 사람이다. 편안한 사람은 친절하고, 눈을 잘 맞추고, 상황 설명을 잘해주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쉬운 사람인 거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쉬워 보이려고 한다.



거꾸로 쉬워 보이지 않으려고 '본성'을 숨기고 어색한 말과 행동을 했던 기간이 꽤나 길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들키지 않으려고 했던 거다. 원래 내가 지니고 있는 쉬운 본성을. 나도 낯선 본성을. 연약하지만 진심을 가진 나를.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믿지만 그렇지 못한 과거의 경험이 완전히 잊히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십대대부터!



그런데 지금은 조금 안다. '진심'으로 대하는 관계는 서로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그렇게 하면 그도 그렇게 한다는 것을. 서로 배우고 싶은 관계가 된다는 것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렇게 지금은 조금 더 '진심'이 공유되는 아이들이, 어른이 된 그때의 아이들이 늘어나는 게 (속으로) 참 좋다.



오늘 졸업하는 아이들 중에서도 이제는 나를 '쉬운 사람'으로 봐주는 열아홉이 많다.(특히, 벼리야, 후야, 석아 그리고 하야, 리니야.정말, 정말 애 많이 썼다! 졸업 축하해!!)



매년, 마지막 종례에서 단 한 가지를 부탁한다. 자기 인생의 첫 20대를 살아 낼 카지노 게임한테.



"자기 자신을 언제나 진심으로 잘 대해 줘야 해.

그 방법은 정말 쉬운데, 자주 습관적으로 무시하게 돼.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자신을 잘 챙겨 먹여야 한다!

그게 다야. 그러면 무슨 일이건 할 수 있는 준비가 된거야!


바쁘다고, 힘들다고, 귀찮다고, 괜찮다고

안 챙겨 먹는 끼니는 평생 다시는 못 챙겨 먹어!

그 끼니만큼 넌 지워져!"



[지담_글 발행 예정 요일]

토(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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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전 발행):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월요일 새벽에는 브런치 성장 일지 [브런치 덕분에]를 발행합니다)

(출근전 발행):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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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전 발행):고3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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