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Dec 25. 2024

카지노 게임, 다음 책은 언제 내주세요???

- 프롤로그부터 눈물이 나요. -

책의 제일 첫 챕터에 등장하는 나의 소윤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잘 지내?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이 책을 출판하게 됐는데 그 책의 첫 번째 페이지가 바로 네 카지노 게임야.라고.


아이 둘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을 소윤이는 어디서 살 수 있느냐며 채근했다. 조심스레 링크를 보내자, 이윽고 책을 샀다는 인증숏이 날아온다. 왜 당장에 받을 수 없느냐며 보채던 녀석을 독립출판이며, POD형식이라 다소 오래 걸린다는 말로 다독였다.


그렇게 한참을 지난 후,

한창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데 12월 23일, 늦은 오후에 맑고 경쾌한 울림에 확인하니 소윤이다.


- 쌤. 지윤이 말이 맞았어요... 첫째 얼집 등원시키고 책 펼쳤는데 프롤로그부터 눈물이 나는 책이에여.... 따흑 ㅠㅠㅠㅠㅠㅠ


그 정도로 눈물이 나는 게 뭐가 있을까 싶어 담담히 물어보니


- 저희와 함께했던 시간도 다른 제자들과 보낸 시간들도 알게 되어서 너무 좋구, 쌤의 생각과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져서 기분이 뭉클하네욤.

저희는 어느덧 내년이면 쌤이 저희를 처음 만났던 나이가 되는데 아직도 애새끼랍니다 ㅎㅎㅎㅎㅎ 그 시절처럼 철없고 카지노 게임요 ㅎㅎㅎ그런데 저희는 쌤 덕분에 아직도 그 추억으로 너무 행복하거든요~~~ 이런 제자들이 많이 생겼음 좋겠구 그 힘으로 쌤도 행복하셨음 좋겠어요 이런 책은 아주 대환영이구요~~~~ 선생님의 이야기라… 너무 감사합니다 저의 정신없는 육아 중 따뜻한 시간이 되었어요 ㅎ.ㅎ


라며 나를 울리는 답변을 보내온다. 바쁘게 들이닥치는 일을 하나씩 해결해 내야만 하는 월요일에 녀석의 카톡이 얼마나 큰 감동이 되었는지.


원래 책 한권 읽는 걸 싫어해서 육아서적도 앞 부분만 조금 읽고 다른 사람들 주었단다. 그런데 제 카지노 게임가 나오니 집중해서 더 읽어준 듯하다. 게다가 3학년 1반 단톡방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며 꼭 만나자고 덧붙인다.


그 만남이 언제 성사될지는 모르지만 반가운 얼굴들 만나 2013년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난 실제로 그때 정말 카지노 게임들을 지금보다도 더 사랑했으므로.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질 정도로.


언젠가 만날 약속을 정하고 있는데 소윤이는 계속 보챈다.


- 카지노 게임 다음 책은 언제 내주세여???


녀석의 보챔이 어쩐지 반갑다. 다시금 2013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 그때는 책 대신 ‘단합대회’를 카지노 게임 할 것이냐며 나를 흔들곤 했었지. 거절을 못하는 나는, 한 번 뱉은 말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늘 녀석들에게 휘둘려 일을 벌이곤 했었지.


나를 들었다가 놨다가 하면서도 툭툭 감동적인 후기를 던진다.


- 쌤이 제자들을 얼마나 사랑으로 지도하는지 한 명 한 명에게 정말 진심으로 다가간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글로 읽으니 감동이 배가 되네요ㅠㅠㅠㅠ


- 그냥 쌤 카지노 게임가 좋아요!! 교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학생들!!

어렸을 때는 모르고 그냥 보낸 학창 시절을 시간이 흘러 선생님이 우리를 바라보며 적은 글에 과거의 감정과 성인으로 공감할 수 있어진 부분도 좋았어요! 쌤 책 덕분에 따뜻한 하루 됐어요


새삼 놀랍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만 적지 않았을까 싶었던 책이다. 제 이야기가 아닌데도 책 속에 등장한 카지노 게임들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아채 준 것에 고맙다. 또한 그 마음이 글에 담겼다는 것이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그래도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사실 나는, 카지노 게임를 그만두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답답한 조직문화가 싫었고 강박적인 내 성격을 더 강화시키는 불안감이 견디기 힘들었다. (헤매다 감사철이 되면 나의 두려움과 불안은 배가 된다.) 다른 조직과 다른, 어딘가 묘한 폐쇄성도 퇴사 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 한 몫했다. 선생님들은 친한 듯 친하지 않았고 친철한 듯 불편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글을 썼다. 하루에 세네 편씩 쓴 적이 많은데 그만큼 학교를 다니기 싫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학교 카지노 게임를 쓰지 않았던 것도 혹시나 너무 부정적인 내용만 적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학교 이야기를 쓰면서부터는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다. 만난 카지노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때마다 어둡던 마음이 걷혔다. 아직도 현실은 그지(?) 같고 변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속에 나는 우주를 품고 있는 카지노 게임들을 만난다는 사실은 내게 큰 위로를 주었다. (가끔은 그마저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 나니, 학교를 더 다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지면 관계상 글로 다 풀어내지 못한 카지노 게임들의 이야기를 옮기고 싶어졌다. 내 글로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면, 또- 자신을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내가 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카지노 게임를 그만두고 싶어서 쓴 글이

카지노 게임를 다니게 만들고 있다.

카지노 게임들에게 내 글이 닿을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글 쓰는 선생님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자, 새로운 동력을 얻는다.


카지노 게임, 나는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다음 책은 카지노 게임 나오느냐고 묻는 나의 첫 제자 소윤이를 위해서.

당장 내일 만날, 나를 한 시도 의자에 앉지 못하게 할 나의 징글징글한 2011년생들을 위해서.


그리고 사실은 그 과정을 통해 어제보다 성장할 나를 위해서.


나는 쓴다.

나는 글 쓰는 선생님이니까.



http://aladin.kr/p/IRUp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