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가 되겠노라 호기롭게 선언하며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공무원같이 따분한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는 심장이 뛰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술자리 안주 삼아 매일같이 하고 다녔다. 그때는 무엇이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준비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가득했다. 다니던 대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고 싶던 찰나, 어차피 나는 작가를 할 사람인데 대학은 다녀 무엇하냐며, 자퇴를 하고 싶다고까지 선언하던 내게
지극히 현실적인 언니는 말했다. (언니는 ISTJ 나는 INFJ이다.)
“야. 혹시 모르니까 교직이수는 해 놔. 네가 작가가 되겠다는 것은 좋은데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어찌어찌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교직이수 대상자로 선발되었다. 남들은 다 부러워하는 데도 그 당시 나는 뜨뜻미지근했다.
‘교사? 흠, 별로 안 하고 싶은데. 나 말고 더 간절하게 선생님 되고 싶은 사람 주면 안 되나?‘
하는 건방진 생각도 했었다. 이수 대상자가 되었다고 해서다를 것은 없었다. 원래대로 전공과목을 들으면 됐고, 교육 관련 다른 수업은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지노 쿠폰실습이 문제였다. 4학년 1학기. 5월에 학교 현장에 가서 실습을 하고 돌아오는 그 과목이 너무나 버거웠다.
학교에서의 삶은 좋은 기억은커녕 힘들고 우울한 기억뿐이었다. 당시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걸레 자루로 패기 일쑤였다. 남학생은 싸대기를 맞는 게 일상이었다. 교복 치맛단은 칼로 자르고, 머리는 바리캉으로 밀던 학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이 단 한 과목도 재미있던 적이 없던 학교.
당장에라도 폭파시켜버리고 싶은 학교에 가서, 아이들 앞에서,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소름 돋게 싫었다. 방송국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원고를 쓰고 있어야 할 내가, 고작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실습생의 신분으로 아이들 앞에 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얼마나 가기가 싫었는지 카지노 쿠폰실습 신청 마지막 날, 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 가까스로 접수를 했다. 조교님이 이제 문 닫고 나가려는 걸 겨우겨우 붙잡아 등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정받은 학교는 다행히 공립 중학교. 대학 근처여서 그나마 가깝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실습 전 간단한 규칙을 듣고 명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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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쿠폰와 이름이 적힌 명찰을 보며 생각했다.
‘어차피 한 달이야, 한 달만 참으면 돼. 학점은...’
마음이 가지 않으니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어떻게 잘 버티겠지, 그래도 학생 리포터 하며 쌓아온 말하기 짬바가 있으니 잘하겠지, 난 과외도 했잖아, 하며 가볍게 생각했다. 두둥실 떠올라 머릿속에서 아예 사라져 버린 긴장감 때문일까.
실습 첫날, 나는 지각을 하고 말았다. 지각. 살면서 지각을 한 적이 손에 꼽는 사람이었다. 항상 약속 시간 10분 전에는 도착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지각을 했다. 더 심각했던 것은 지각해서 아이들과 함께 등교하는 그 교문 앞에서도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 때문에 첫날 오티가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죄송합니다’만 뱉어낼 뿐, 정말 죄송하진 않았다. 어차피 난 이곳에 다시 올 사람 아닌데? 하는 불온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만큼, 학교가 싫었다.
카지노 쿠폰 담당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 11반의 담임교사이자 국어 선생님인 조숙경선생님(가명). 꽤 연배가 있는 선생님이셨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안내를 받았다. 1학년 11반은 여학생반이라는 것과 앞으로 1학년 국어 수업에 참관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 그 외에는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주겠다는 것.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곤 실습생실로 돌아왔다.
컴퓨터실에 급하게 만들어 놓은 카지노 쿠폰실습실은 허름해 보였다. 우리를 위해서 준비했다기보다는, 우리가 오니 어쩔 수 없이 마련한 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 오래된 컴퓨터 책상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었고, 비스듬히 올라온 모니터 화면 때문에 글을 쓰기에도, 수업을 준비하기에도 턱없이 불편한 환경이었다.
말없이 실습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역시,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고리타분했고, 따분했다. 과연, 내가 이곳에서 한 달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당시 내가 가르친 과외학생 유화는 내게 말했다.
“쌤. 쌤은 마음이 여려 가지고 카지노 쿠폰 선생님은 안 맞아요. 제가 장담. 쌤은 공부방이나 과외가 낫다니까요. 요새 중학생들 장난 아니라고요. “
자기도 중학생이면서 중학생들 장난 아니라고 말하는 유화의 말에 웃어넘기지 못한 것은 실제로 중학생에 대한 알 수 없는 공포가 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자연스레 시선을 피하게 되는 중학생. 하필이면 중카지노 쿠폰에 배정을 받다니. 거기에 남녀공학?
최악이었다.
어디 하나 마음 둘 곳 없는 그 작디작은 공간에서
나의 첫 카지노 쿠폰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