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남순 Jan 03. 2025

카지노 게임

25년 1월 3일 금요일

"밥 먹었냐?" "식사하셨어요?"

우리는 밥 인심이 좋다. 누구라도 만나면 밥 먹었냐 묻고, 끼니 놓친 사람에게 는 선뜻 밥을 나눠 주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사랑 방식이다.


인도여행을 할 때, 공원에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내 손을 끌어 밥을 나누어주었다. 생면부지,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지만 어린 아기를 안고 있던 사리를 입은 여인이 내 손에 들려준 밥 한 끼를 먹은 뒤, 인도는 나에게 좋은 나라가 되었다. 정채봉 작가에게 가난하고 무질서한 인도가 '성자와 청소부'의 모습으로 기억되듯이, 나에게 인도는 낯선 이방인에게 흔쾌히 밥을 나누고 정을 나누던 좋은 나라, 따뜻한 나라다.


집을 떠나 독립해 살고 있는 카지노 게임들이 집에 오는 날이면 카지노 게임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주문받는다. 내가 먹이고 싶은 서리태 콩을 넣은 밥과 나물 반찬은 마음속에 꼭꼭 숨겨 두고, '네가 먹고 싶은 것'을 주문받아서 만들어 준다.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이 '약'이 된다 믿기 때문이다.

밑에 찾아든 아이에게 줄 첫 끼니로 카지노 게임 오리백숙을 선택했다.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열 가지 한약재와 오리를 넣고 뭉근한 불에 푹 고았다. 카지노 게임을 첫끼로 정한 이유가 있다. 며칠 전 작은 아이와 통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이상했다. 어미의 직감으로 "어디 아프냐?" 물었더니, 감기 기운이 있어 자고 있었다고 했다.

작은 아이는 병원에 가는 대신 동물들이 제 몸을 잘 살피며 치료하듯이, 지압과 뜸, 식사량을 줄이고 잠을 늘리는 방식으로 제 몸을 돌본다. 처음도 아니어서 믿고 맡기는 편이다. 나는 '식약동원'을 믿는 사람이다. 약이 되도록 정성껏 끓인 백숙을 아이에게 먹이고 싶었다.

밥을 먹는 중에도 연신 코를 풀던 카지노 게임가, "약이 좋긴 하네요."라고 말하며 함박 웃었다. 걱정하는 어미마음을 진정시키는 소리다.


카지노 게임은 작년에 처음 끓이고 난 뒤 이번이 세 번째다. 계절이 바뀌면서 자꾸 기운이 떨어진다고 했더니, 카지노 게임을 잘 아는 지인이 십전대보탕을 소개해 주었다. 꾸준히 끓여 마시면 기운이 좀 나아질 거라면서.

약재를 구입해서 꾸준히 차로 끓여 마셨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기운이 좀 나는 것 같았다. 마침 아이들이 집에 온다기에 약재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넣고 카지노 게임을 끓였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다. 약재와 고기가 섞인 진한 국물 한 사발만 마셔도 집 앞에 펼쳐진 눈밭을 펄쩍펄쩍 뛰는 고라니처럼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감기 걸려 고생한 카지노 게임에게 진한 그 국물을 먹이고 싶었다.


오전부터 찜통에 한약재를 넣고 뭉근한 불로 끓여서 약재를 우려냈다. 오후 두 시가 되어서는 카지노 게임를 넣었고, 아이가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찹쌀이 담긴 면포를 넣어 끓였다. 향긋한 한약냄새와 온기가 종일 온 집안에 가득했다.

종일 끓인 약재와 카지노 게임가 푹 삶겨 진한 국물이 되었다. 커다란 접시에 고기를 건져 담고 국물은 따로 담아 마시게 했다. 김장김치를 손으로찢어 접시에 담고, 철마다 텃밭에서 키운 것들로 만들어 두었던 쪽파김치와 미나리와 오가피순, 고추 장아찌도 접시에 담았다. 봄, 여름, 가을이 한 밥상에 올라 풍요롭다. 각각의 계절을 품은 서로 다른 맛, 약성도 제각각이다. 내 바람을 알았던지 카지노 게임는 골고루 잘 먹어주었다.


세 명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기 전 기도를 했다.

"올 한 해도 무탈하게 하시고, 집 안에 있는 자식과 밖에 있는 자식도 기억하시고, 저마다 소원하는 것들을 이루는 한 해가 되도록 성령께서 함께 하여 주소서."


기도를 마치자마자 문득 부끄러웠다. 이 와중에도 나는 내 가족, 내 자식만 생각하는 어미일 뿐임이.


카지노 게임는 많이 자고, 두 끼를 더 먹고 제 집으로 돌아갔다. 늘 그랬던 것처럼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내 키를 훌쩍 넘어선 카지노 게임를 꼭 안아주었다. (평안하거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