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대한민국에 살면서 앞으로 주차 때문에 걱정할 일이 확 줄어들었다. 며칠 전 늦둥이 막내가 우리 집 자동차에 휠체어 그림 그려진 표 카지노 게임 하나를 붙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카지노 게임만 있으면 톨게이트 비도 줄어든다고 하니, 여러 지역 병원을 오가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쏠쏠하다. 게다가 휠체어나 특수 장비들을 구매할 때도 가격 면에서 유리해진단다. 두 돌도 안 된 놈에서 벌써 효자의 싹이 보인다.
우리 가족은 아직 막내의 병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사실 의료계 전체가 잘 모른다고 해야 한다.처음에는 그 병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한 1년 용하다는 의사 선생님들을 찾아 수천 킬로미터를 운전했는데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감기나 코로나, 배탈처럼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면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카지노 게임의 그것처럼 이름 모를 희귀병이라면 사실 병명을 알아내는 건 부차적인 일에 불과하다. 그걸 알아내려 애쓰는 시간 동안 차라리 카지노 게임의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는 게 더 낫다. 이것을 깨닫는 데 걸린 시간이 그 1년이고,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의 거리가 수천 킬로미터였다.
귀한 막내가 집에 도착한 때부터 우리 집은 그 막내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첫째와 둘째는 연년생인데, 둘째와 셋째는 열 살 터울이다. 첫 두 녀석들에게는 ‘우리 집에 엄청 귀여운 뭔가가 있다’는 게 생애 처음 있는 일이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눈만 뜨면 안방으로 뛰어와 아가부터 구경했다. 매일 그 루틴을 반복하면서도 지겨워하지 않았다. 아가가 울면 자기들이 안고 달래고, 자기들이 부엌에 가서 분유를 타왔다. 똥 기저귀 가는 일이나 목욕을 시키는 일은 아직 엄마와 아빠가 하지만 밥을 먹이고 놀아주는 건 두 녀석도 어지간히 담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재활 선생님 노릇도 조금씩 하려 한다.
그렇게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사랑을 받아 와서인지 카지노 게임는 얌전했다. 지나치게 얌전했다. 순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잠을 자고 일어나서도 엄마를 찾지 않았다. 얌전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보통은 카지노 게임가 울면 낮잠 다 잤나 보다,라고 식구들이 생각하는데, 우리는 반대였다. 왜 이렇게 오래 자나, 하고 들어가 보면 카지노 게임는 진작 깨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한 놈이라 생각했다. 너무 움직이지 않아 카지노 게임 뒤통수 한쪽이 눌려 삐뚤어질 때까지도 그랬다.
아내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고 여러 번 나에게 물었지만 나는 그냥 좀 늦된 것뿐일 거라고, 유달리 순한 놈일 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여러 가지로 좀 알아본 모양이다. 첫째와 둘째를 길러 본 엄마의 기억은 아빠의 그것보다 예리했다. 어느 날 아내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자폐’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금 카지노 게임가 보이는 여러 가지 증상이 자폐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충격적인 단어였고, 아내가 잘도 조근조근 설명을 해주어서 ‘그냥 조금 느린 거 아닌가'라는 평소의 반문을 내뱉을 수 없었다.
생후 7~8개월이 되는데도 누워만 있는 거, 아무리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거, 천장의 불빛만 계속해서 응시하는 거, 엄마를 찾지 않는 거, 장난감에 아무런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 거, 낯을 가리지 않는 거... 아내가 보여준 자료들에는 우리 사랑스러운 막내의 순함 속에 감춰져 있던 모든 증상들이 있었다. 너무 딱 떨어져서 흔히들 한다는 부정과 분노조차 마음속에 일지 않았다. 어떤 상태이든 어떤 모양이든 이 카지노 게임가 내 카지노 게임임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듯, 자폐라는 그 멀었던 단어가 내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내 안에도 진작부터 일말의 불안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