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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주 Mar 18. 2025

[취약함] 불완전한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카지노 가입 쿠폰까?

아뇰로 브론치노 <톨레도의 엘레오노라와 그녀의 아들 조반니의 초상

완벽에 대한 강박


원하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퇴사카지노 가입 쿠폰. 그리고 딱 4년만 공백기를 가지겠다고 다짐카지노 가입 쿠폰. 그 기간이면 내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카지노 가입 쿠폰 것 같았고 아이들도 자라 엄마 손이 덜 가게 될 시기라고 생각했다. 4년이라는 기간은 나의 불안이 만들어낸 시간이었다. 회사다니지 않는 삶에 대한 불안 때문에 4년이라는 테두리가 필요카지노 가입 쿠폰. 4년만 있으면 다시 일하게 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생각하며 안심하고 싶었다. 나는 '4년 공백기' 속에 재취업을 카지노 가입 쿠폰.


회사에서는 성실한 직장인카지노 가입 쿠폰 살았듯이 퇴사 후에도 열심히 살았다. 지역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100권의 책을 읽는 독서 모임에도 참여하고 미술관 도슨트 활동도 했다. 학점은행제로 심리학 학위과정을 듣고 대학평생교육원에서 주는 미술심리상담사 자격도 취득했다. 다시 일을 시작할 만한 과정을 밟았고 자격도 준비되었다. 하지만 점점 4년이 다가올수록 여전히 불안카지노 가입 쿠폰. '4년 공백기'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프로젝트 결과에 하자가 있다고 어딘가에서 클레임을 제기할 것만 같았다. 아직 세상카지노 가입 쿠폰 나갈 준비가 된 것 같지 않았다. 뭔가 더 확실한 것이 필요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더 공부하기로 카지노 가입 쿠폰. 대학원 과정과 논문 작성까지 마친 후 무언가 큰 것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았다. 대학원을 마치고 코로나 시국이 찾아왔다. 세상카지노 가입 쿠폰 나갈 시간이 좀 더 유예된 것 같았다. 야외 활동이 제한되었던 시기에 온라인카지노 가입 쿠폰 개설된 여러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땄다. 코로나 시국에도 열심히 나를 증명하기 위한 자격을 긁어모았다. 퇴사 후 휴식을 하고 나면 새로운 꿈을 꿀 것만 같았고, 대학원을 졸업하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지만 직장을 다닐 때처럼 단단한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자신감이 솟아오를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 수는 없었다. 일단 부딪히기로 카지노 가입 쿠폰. 이력서를 쓰기 위해 사진관에 증명사진을 찍으러 갔다. 정말 오랜만에 찍어보는 증명사진이었다. 이전에는 흰 벽지가 있는 방에서 셀카로 대충 사진을 찍어서 사진이 필요한 서류에 붙이곤 카지노 가입 쿠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을 찍고 싶었다. 사진 한 장이라도 근사한 것을 붙이고 싶었다. 잘 보이고 싶었다.


사진을 여러 장 찍은 후 보정 작업에 들어갔다. 사진사는 나를 옆에 앉혀두고 보정에 대한 의견을 들으며 수정해 주었다. 계속 수정을 해도 마음에 쏙 들지 않았다. 작은 수정들이 계속되자 친절했던 사진사는 내게 약간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보이고 싶으세요?" 당황스러웠다. "어디를 고치고 싶으세요?"가 아니라 "어떻게 보이고 싶세요?"라고 묻는 것이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수정을 재차 요구하는 내게 사진사는 본질적인 질문을 한 것이다. 나는 잠깐 망설인 후 대답카지노 가입 쿠폰. "부드러운인상카지노 가입 쿠폰 보이고 싶어요." TV에서 나오는 그런 상담사처럼 부드럽고 다정하고 정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나는 사진에서도 나를 증명할 만한 것이 더 있기를 바랐다. 나는 무엇이 두려워서 그렇게 나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애를 썼던 것일까?



갑옷 속에 숨겨진 흔들리는 영혼


카지노 가입 쿠폰아뇰로 브론치노 <톨레도의 엘레오노라와 그녀의 아들 조반니의 초상, 1545, 96 x 115 cm,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초상화 한 점이 있다. <톨레도의 엘레오노라와 그녀의 아들 조반니의 초상 속 여인이 묘하게 마음을 끌었다.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 실제 같은 옷의 질감 표현, 인물의 구도 등 그림 속 풍경은 질서 정연하고 흠잡을 데가 없으며 너무나도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그림 속 완벽함은 오히려 어색한 느낌을 주었다. 경직성이었다. 지나친 통일성과 안정감은 인물의 생기를 사라지게 했다. 그림은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지나친 차분함에는 음울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 초상은 언뜻 이상주의적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고전주의 회화 양식을 따른 것카지노 가입 쿠폰보이지만 매너리즘카지노 가입 쿠폰 분류되는 작품이다. 미술사에서 매너리즘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매너리즘에 빠지다' 와는 구분된다. 매너(마니에라)는 넓은 의미의 양식(스타일)을 의미한다. 그 작품만이 가지는 고유한 양식이 있을 때 '마니에라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매너리즘은 16세기 무렵, 미술의 중심지였던 로마를 중카지노 가입 쿠폰 전개된 화풍카지노 가입 쿠폰,르네상스가 끝나가는 시기에 나타나게 되었다. 매너리즘 미술은 르네상스 시대의 조화롭고 균형감 있는 이상주의적 미술 양식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이미지를 왜곡하여 더 우아하게 혹은 부조화시켜주제를 강조하고 감정을 증폭시켜 표현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그림 상세-왜곡된 이미지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마치 갑옷을 입은 듯 보인다. 바람하나 통할 것 같지 않은 드레스로 온몸을 두르고 있다. 옷이 편하지 않은지 몸의 자세가 불편해 보인다. 허리는 빳빳이 세운 자세이지만 왼쪽 손가락은 어색하게 늘어져 있으며 아들의 어깨를 감싼 오른쪽 손가락은 마디가 꺾여있다. 그녀의 내면의 긴장과 불안함을 손끝카지노 가입 쿠폰 표현되고 있다. 옆에 앉아 있는 아들 조반니의 손도 편하지 않다. 꽉 쥐어진 오른손은 경직되어 있으며, 엄마의 허벅지에 대고 있는 왼손은 관절이 꺾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비현실적인 포즈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인 엘레오노라는 피렌체 메디치가문의 후계자인 코시모 1세의 부인이다.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가 지난 16세기에도 피렌체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으며, 코시모 1세는 자신의 부와 정치력을 이용하여 그 어느 선대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려고 했다. 코시모 1세의 부인인 엘로오노라는 코시모가 피렌체를 비울 때는 직접 정치에 나서는 등 권력 행사를 했던 인물이다. 섭정까지 했던 엘로오노라는 자신의 권위와 위엄이 필요하기도 했고 반면 권력을 지키기 위한 자기 방어와 긴장이 늘 따라다녔을 것이다.


이러한 경직성에 대해 예술 비평가인 아널드 하우저는 이 그림을 “냉철한 자세의 갑옷 뒤에 숨겨진 균형이 흔들린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갑옷 뒤에 숨겨진 영혼이 그림 속에 드러난 것이다. 냉철한 자세와 균형과 표정이 없는 얼굴은 마치 가면을 쓴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본래의 모습을 가리고 있다.



가면 속에 숨기고 싶었던 나의 카지노 가입 쿠폰


카지노 가입 쿠폰아뇰로 브론치노 <코시모 1세 데 메디치 , 1545, 뉴사우스웨일즈 갤러리, 시드


잘 나가는 가문이 아니더라도 우린 저마다 가면을 쓰고 갑옷을 입고 산다. 가면과 갑옷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림 속 주인공 엘레오노라는 외세의 침략과 가문의 권력에 대항하는 이들에게 권위와 품격을 보여줌카지노 가입 쿠폰써 자신을 지키고 싶어 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갑옷에 대한 많은 예시를 찾을 수 있다. 재산, 학벌, 좋은 직장, 젊음, 경험, 교양 등은 갑옷이 되어 자신을 보호하고 다른 이름카지노 가입 쿠폰는 경쟁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부족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능력을 키우고 싶었다. 능력이 있어야 나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능력의 잣대는 내가 아닌 타인이었다. 그래서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고 민감카지노 가입 쿠폰. 어린 시절에는 착한 학생이라는 가면을,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유능함이라는 가면을, 가정에서는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가면을 쓰고 살았다. 회사를 그만둔 다음에는 완벽한 인성을 가진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쓴 가면카지노 가입 쿠폰 타인에게 좋은 평판을 듣게 되면 그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그 가면이 마치 나의 얼굴인 양 생각했다. 나의 피부와 하나가 되어 그것이 가면인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초상화 속 여인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이런 내 처지를 닮아서였나 보다. 허리를 편하게 기댈 수도 없는 옷을 입고 있라 뒤틀려진 몸을 보며 내가 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엘레오노라보다 잃을 것이 많지도 않으면서 작은 흠결이라도 잡히면 비난받을까 봐 두려워카지노 가입 쿠폰. 무너질 명예와 권세도 없으면서 말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성은 나만의 삶의 양식이 된다.


무거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갑옷을 벗어야 한다. 늘 입던 옷을 벗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갑옷을 벗는다는 것은 어렵다. 모든 위협에 노출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딱딱한 껍질의 갑각류들은 성장을 하기 위해 탈피를 한다. 껍질을 벗는 그 순간은 천적에게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갑각류는 위험이 알고도 탈피한다. 탈피 후에야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며 두려움을 덜 느꼈던 것은 회사라는 껍데기가 나를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껍데기를 벗자마자 보게 된 내 알몸을 나 자신 감당하기 어려웠다. 지나고 보면 불안과 공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여러 번의 탈피가 겪어 내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스스로 나와 미술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40대에 대학원에 진학하고, 신입사원의 마음카지노 가입 쿠폰 돌아가 생초짜 미술치료사가 되는 과정을 거쳤다. 어렵다고 고개를 돌리던 철학을 공부하며 아프게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회복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과거와 다시 만나며 나를 돌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맨살로 뙤약볕을 만나 살이 타는 것 같은 고통을 겪기도 했지만, 고통스러운 성찰의 시간 동안새로운 껍질이 생겨나고 형체가 바뀌었다.


아뇰로 브론치노 <톨레도의 엘레오노라, 1543


엘레오노라의 초상을 다시 보자. 그녀의 위엄이 정말 결점을 숨기려는 완벽 강박일까? 다시 본 그녀의 얼굴에서 이전과 달리 인간적 연민이 느껴진다. 피렌체 최고 권력자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은 저리 고단한 일이구나 싶었다. 그것을 내려놓고 허리를 편히 하고 쉰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무게가 있으니 말이다. 브론치노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 걸까? 치노는 비례적카지노 가입 쿠폰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요구에 맞추어 권위가 있고 고상한 얼굴로 그리면서도 감정을 놓치지 않았다. 브론치노는 엘레오노라를 완벽에 가까운 고전주의적 모습이 아니라 브론치노만의 양식(마니에라)카지노 가입 쿠폰 표현했다. 비례와 균형을 완벽히 갖춘 이상적 인간이 아닌 자신만의 양식카지노 가입 쿠폰 표현한 것이다.


나는 이제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이제는 힘든 일이 있거나 혼란한 감정에 휩싸일 때면 마음을 알아채고표현한다.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다양한 방식카지노 가입 쿠폰 나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사실 나 두려워. 하지만 품위를 잃고 싶지는 않아." 이런 표현 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나의 혼란이 수습되기를 바라는 이들은 이런 내 사정을 눈치채고 나를 기다려 준다. 그런 나를 견뎌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은 불안을 잠재운다. 난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불완전함을 견디는 시간은 나를 더 완전하게 만든다.


나는 나만의 양식(마니에라)을 찾아가고 있다. 완벽한 이상적인 사람이 아닌 다양한 가면과 갑옷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떤 가면이든 쓸 수 있고 어떤 옷이든 있을 수 있고 그 모든 것을 벗을 수도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양식(마니에라)을 만들고 싶다. 내 얼굴에는 두려움과 용기, 불안과 평온, 상처와 사랑카지노 가입 쿠폰 주름진 무늬가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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