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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토토 Oct 12. 2020

우리는 게을러지기로 결심무료 카지노 게임

토로로 소바(마 메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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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대문호이자 대저택의 부호였기에 직접 집안일을 하진 않았을 테지만, 나 같은 무료 카지노 게임휴직자는 살림을 할 때마다 그가 쓴 <안나 까레리나의 첫 문장을 생각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하다.


행복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지만, 단 하나만 빠져도 불행해진다는 그 유명한 문장이 내 눈엔 살림의 본질을 꿰뚫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치워도 티 하나 나지 않는 게 살림이고, 단 하나만 치우지 않아도 엉망인 것처럼 보이는 게 또한 살림이다.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쉬운 것처럼, 집은 치우는 것보다 어지르는 게 쉽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가능하다. 영유아는 우주의 초창기를 보듯 혼돈 그 자체이며,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모든 에너지는 유용한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하기 때문에 집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내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원래 무료 카지노 게임와 살림이 그 모양 그 꼴이다.

치우면 치울수록 먼지는 끝도 없이 나왔고, 장판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머리카락은 개미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빨래는 왜 이리도 많은지. 마꼬가 분유 토를 하거나 대소변을 실례해서 손빨래는 일상이었다. 마꼬뿐 아니라 우리 부부의 옷도 마꼬의 침과 토로 얼룩이 져서 늘 후줄근했다. 할 일은 많고,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그나마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를 해서 다행이었지만 한 가지를 간과했다. 나와 아내가 24시간 계속 같이 붙어있는 건 처음이었다. 우리 부부는 상대방이 놓친 집안일을 꼬투리를 잡아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하며 종종 다퉜다. 잠시 눈에서 멀어져야 그나마 스트레스가 풀릴 텐데 붙어있으니 감정이 소화될 시간이 없었다. 이러다 진짜 불행해지는 거 아냐?

행복한 가정은 못 되더라도, 더는 불행해질 순 없었다. 우리는 마음만이라도 편히 먹기로 했다. 집안이 엉망인 걸 더는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기로 했다. 엉망인 집안보다 더 엉망인 각자의 마음을 스스로 치우는 게 우선이었다. 때론 게으름이 꽃을 피워야 할 때가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부모의 성실함으로 하는 것이지만, 게으름과 방탕함만큼 부모를 숨통 틔워주는 것은 단연코 없다. 아이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는 각자 게을러지기로 결심했다.

나의 게으름은 마꼬가 태어난 지 두 달이 가까워질 즈음 활짝 피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휴직 초반에는 아이가 잠들면 밀린 집안일을 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을 땐 아이를 따라 잠을 잤고, 두 달이 가까워오자 나는 나 몰라라 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 내겐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나와 아내처럼 나와 아이 사이에도 거리를 두고 싶었다. 아이는 내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자란 건 저 녀석이다. 그런데 내가 쏟아붓는 에너지와 시간이 많다 보니, 아이를 내 노력의 결과물(무료 카지노 게임휴직의 아웃풋)로 받아들일 것 같았다. 그런 식은 곤란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치욕스러울 것 같고(나도 못했는데), 아이가 운동을 잘하면 내 덕이라고 말하는 부모가 되고 싶진 않았다.

이 법칙을 일찍이 깨달은 아내는 산후조리원에서부터 그림을 그렸다. 주변에서 아이 잘 때 자야 한다고 했지만 아내는 그리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그림을 그렸다. 수유하랴, 그림 그리랴, 저래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아내는 끄떡없었고, 나 역시 아내를 말릴 생각이 없었다. 당시의 아내는 잠보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게 중요무료 카지노 게임. 자신에게 일어난 이 엄청난 변화를 받아들이고 해석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산후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와 포카와 마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아내는 일러스트와 짧은 웹툰으로 꾸준히 기록해내갔다.


무료 카지노 게임 부부가 취미생활이 가능했던 건 모두 마꼬 덕분이었다. 마꼬는 예상보다 빨리 통잠을 잤다. 태어난 지 59일에 처음으로 7시간 50분을 내리 자더니, 두 달이 조금 넘은 시점부턴 저녁 9시에 재우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푹 잤다. 모유도 분유도 잘 먹고, 잘 놀고, 포카와도 잘 어울리고, 크게 아픈 적도 없었다. 그 흔한 배앓이도 거의 하지 않았다. 성격은 어찌 이리도 수더분한지, 보채지도 않고, 칭얼대지도 않았다. 밥만 잘 주면 만사 오케이라는 식이었다.

어떻게 이런 아이가 우리에게 왔는지 믿기지 않았다. 한편으론 마꼬가 여유 있고 건강한 건 결국 공동 무료 카지노 게임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부부가 합심해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좋은 환경은 없을 테니까. 아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도,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모두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꼬를또재워놓고무료 카지노 게임신이나서각자작업을하러갔다. 작업에몰두하였더니만밥때가가까워진것도몰랐다. 나는밥하기도귀찮아서메밀면을삶았다. 게으름이꽃피울땐토로로소바가제격이다. 간장과밥, 계란노른자만있으면되는간장밥처럼토로로소바도레시피가간단하다. 메밀면에쯔유를뿌리고, 그위에참마를갈아서얹는다. 계란노른자와쪽파, 고추냉이를올리면끝이다. 기호에따라낫또를곁들여서먹어도맛있다.

아내의산후조리기간동안마를많이먹었다. 마에있는끈끈한점액질의뮤신이란성분이자양강장에좋고위장을보호하여소화촉진을돕는걸로알고있었기때문이다. 마를구워먹으면영양소가파괴돼갈아서먹는게제일좋은데, 끈적끈적하고미끌거리는생마를그냥먹기는힘들었다. 그런데토로로소바를만들어먹으면생마도먹기한결편무료 카지노 게임. 자칫비릴수있는마와계란을 쪽파와고추냉이의알싸함, 토마토의신맛, 쯔유의감칠맛이잡아줘서전체적인맛의조화가훌륭무료 카지노 게임. 미끌거리는식감이두렵다가도한번입을대면눈깜짝할새에한그릇을비우고말았다.

마꼬의기저귀를갈다가말고문득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행복해지기위해애쓰면애쓸수록불행해지는반면, 나름의불편함을껴안고넉넉히살면그럭저럭살아지는것같다고. 예전같으면끈적하고미끌거리는참마를먹을생각도안했을텐데, 이젠그맛을즐기게됐다. 이유는잘모르겠지만게으름을자양분삼아마음한구석이한뼘정도자란듯무료 카지노 게임. 어른이된기분이었다. 토로로소바를먹고나면꼭그런기분이들었다.





*저처럼하면곤란해져요!
-저같은경우는집에쯔유가없는관계로만들었는데, 그리어렵지않았어요. 양조간장과물을1:2 비율로섞고, 다시마와표고버섯, 가쓰오부시, 맛술과설탕을넣었어요. 채소로는파와양파를넣는데불에구워서사용하면감칠맛이살아난다고해서가스레인지에파와양파를굽다가집게가시꺼멓게탔어요. 토치나석쇠가없다면생략하는게낫겠어요. 너무 슬픈 일이에요.

물론채소를구우면더맛있긴해요(파프리카를제일맛있게먹는방법이구워먹는거더라고요). 하지만고기를직화하면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란발암물질이생기는것처럼채소역시직화를해서먹는건건강에좋은방법은아니라고해요. 모든음식은태우면성분이변해서발암성이높아진다고하니산후조리 식단에선 저처럼욕심내지마시길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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