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내가 계단으로 내려가기 전에는 엘리베이터가 20층에서 내려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송희가 그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왜 다시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는지 아무래도 그 부분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실수로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게 아닐까?”
“그건 아니지. 네가 현관문 밖으로 나왔을 때 네가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면서? 직접 누르지 않았다면 10층으로 내려올 수 없어.”
“아빠가 계단으로 내려가기 전에 버튼을 누른 건 아니고?”
“아니, 난 누르지 않았어.”
마치 송희를 태우려는 듯 10층에서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런 건 불가능하다. 위층에 있는 사람이 무슨 수로 아래층에 있는 사람을 들여다본단 말인가. 그것도 송희가 현관문을 나올 타이밍까지 계산해서.
생각이 많아진 탓인지 나도 참,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있나 보다.
“신경 쓰지 말자.”
“뭐야!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혼자 엄청 심각하더니. 어쨌든 정말 이상했다니까. 그 사람, 결국 꼭대기 층에서도 내리지 않았거든.”
순간 내 마음속에 정적이 흘렀다.
“내리지 않았다고?”
“응. 결국에는 내가 1층에 도착할 때까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사람이랑 계속 같이 있었어.”
“20층에서 10층으로 내려와 다시 20층으로. 그런 뒤에 이번에는 1층으로? 뭐야, 그 녀석…….”
“더 웃긴 건, 그 사람은 결국 안 내렸다는 거야.”
“안 내렸다고?”
“완전 카지노 게임 추천인 줄 알았다니까.”
차가운 바람이 뒤에서 나를 감싸 안는 느낌이었다. 등 뒤에서부터 목을 타고 올라와 귀가 있는 곳까지 닭살이 돋았다. 정말 카지노 게임 추천인 줄 알았다니까, 라는 송희의 말은 정말 뼈가 시리도록 나를 얼어붙게 했다.
“잠깐만 들어갈게.”
나는 들고 있던 상자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은 뒤 송희의 방으로 들어갔다. 허락을 구하기도 전에 내가 그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그녀를 침대에 앉히고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물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인 줄 알았다는 말, 그게 무슨 뜻이야? 조금만 더 자세하게 말해 볼래?”
“뭐야, 갑자기? 너무 진지하면 무섭잖아.”
“아니, 그게……. 우리 딸의 카지노 게임 추천 취향도 궁금하고. 그냥 이것저것 겸사겸사.”
“카지노 게임 추천 좋아할 나이는 이미 지났거든? 그리고 요즘에 누가 곰카지노 게임 추천을 좋아해?”
“고, 곰카지노 게임 추천이라고?”
“처음에 내가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그 사람이 꼭대기 층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사람이 아니라 그냥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몰라. 그 외에는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거든.”
카지노 게임 추천. 우리 아파트에 카지노 게임 추천!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고 착각할 정도라면 그냥 평범한 곰카지노 게임 추천일 가능성도 있잖아? 침착하자. 탈카지노 게임 추천 알바를 끝마치고 온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이 아파트에는 대학생도 많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아니다! 정장을 입고 있었으니까 그냥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고 착각할 일은 없겠구나. 게다가 구두까지 신고 있었으니. 아무튼 기분이 묘하게 찝찝했어.”
곰카지노 게임 추천 탈에 이어 구두와 정장까지…….
“송희야, 넌 나오지 말고 여기에 가만히 있어. 알았지? 이번에는 절대 따라 나오지 마.”
나는 다시 한번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보았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경비실에도 전화해 보았다. 하지만 곰카지노 게임 추천은 물론이고 그 시간대의 CCTV 기록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일단 아파트 내에 수상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경비실을 통해 경찰에 신고해 보았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자리에 누워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며, 몇 번이고 그렇게 되뇌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빠, 오늘은 내가 도시락 싸 들고 갈 테니까 먼저 먹지 말고 기다려. 알았지?”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주말인데 그냥 쉬지 그래?”
“아범아, 병원 밥이 시원치 않은지 요즘에 영 기운이 없어 보이는구나.”
“요 녀석이.”
너무 귀여워서 송희를 확 끌어당기려고 했더니 내 팔 아래로 쏙 빠져나가 버렸다. 아빠에게 관심이 없을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마웠다. 하지만 표현이 서툴러서 그런지 차마 고맙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든지. 적어도 병원 밥보다는 맛있어야 해.”
“당연하지.”
“아, 그리고! 달걀말이에 양파 넣기만 해 봐. 내가 아주 그냥 용돈을 팍팍 줄여 버릴 거니까”
“그런 게 어딨냐고!”
*
곧 있으면 오전 진료가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마지막 환자는 오늘도 역시 강하늘 아니, ‘약하늘’이다.
“나을 만하면 다치고. 또 나을 만하면 다치고. 덕분에 병원 수입이 아주 짭짤합니다요.”
“원래 아이는 다치면서 성장하는 거랬어요.”
“내가 보기에는 그냥 축구에 소질 없는 거 같은데.”
“쌤이 뭘 몰라서 그러시는데 제가 우리 학교 축구부 주장이에요.”
이 녀석이 축구부 주장이라고?
“집에 돈 많냐?”
“아, 쌤!”
강하늘 뒤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 딸 송희의 모습이 살짝 비쳤다. 모처럼 쉬는 날에 굳이 아빠 밥 챙겨주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런 내 시선이 강하늘을 비껴가는 것을 그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나와 같은 방향을 쳐다보았다.
“오!”
그가 탄성을 내뱉었다.
“오? 너 이 자식!”
나는 검지와 엄지로 그의 멱살을 앙증맞게 잡았다. 그러자 강하늘이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쌔, 쌤, 갑자기 왜 그러세요?”
“어디 저 아이한테 감히. 어디 눈길 한번 줘 봐라, 그랬다가는 그날이 바로 네 제삿날이니까.”
“눈길은 무슨 눈길이에요. 그리고…….”
“그리고 뭐?”
그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콧등을 긁으며 말했다.
“이건 엄연히 제 카지노 게임 추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