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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츠므츠 Apr 21. 2025

아이 러브 유

“우희진……?”


그녀의 이름을 살며시 불러 보았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계속 무언가를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내가 그녀 옆에 다가가 팔을 잡았을 때 그제야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녀 뒤로 무언가가 내 눈에 비쳤다.


“뭐야, 저건?”


검은색 구두, 검은색 정장 그리고 연갈색…… 의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 탈? 저 사람은 왜 저기에서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 탈을 쓰고 있는 거지? 나도 그녀의 옆에 서서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또다시 온 세상이 번쩍이며 하늘이 깨질 듯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 소리는, 이번에는 꼭 웃음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저 앞에 서 있는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비를 맞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왼쪽 구두 위로 내가 조금 전에 놓친 우산이 보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우산 손잡이가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발목에 걸려 있었다.


우리 셋은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듯 움직이지 않았다. 나와 희진이는 가만히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잘 모르겠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희진이를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구세요?”


내가 그렇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누가 봐도 탈을 쓴 사람처럼 보였는데 속살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서 그런지 어쩌면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가?”

“왠지 무섭다.”


그녀는 두 손으로 내 팔을 꼭 감싸 안았다. 나는 그녀의 따뜻하고도 보드라운 촉감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여기에서 기다려. 내가 우산 가지고 올게.”

“가지 마.”

“왜?”


그녀가 몸을 떨었다. 비를 맞아 추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저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 때문에 그런 걸까.


“괜찮아.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내가 그녀를 달래고 나서 우산을 가져오기 위해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런데 갑자기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몸을 숙이더니 흰색 장갑을 낀 손으로 본인의 발에 걸려 있는 우산을 주워 들었다.


무표정한 시선은 여전히 고정한 채로 말이다.


“뭐야, 움직이잖아?”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왼손을 들어 우산을 나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제자리에 서 있을 뿐,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고 어떠한 소리도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 더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런 건 상관이 없는데 무표정한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표정 때문인지 괜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고, 고마워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기분이 영 찜찜했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우산 기둥을 잡았다. 그러나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우산 손잡이를 꽉 잡은 채 놓아주질 않았다.


뭐야, 어쩌자는 거야? 어찌나 힘이 세던지 우산 기둥을 잡아당겼다가 오히려 내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런 상태에서,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얼굴이 슬슬 돌아가더니 희진이가 있는 방향에서 멈추었다.


“고마워요.”


희진이도 고맙다는 인사말을 했다. 마치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제야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손에서 우산이 빠져나왔다.


“I love you.”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자신의 왼쪽 가슴을 손으로 탁! 하고 쳤는데 갑자기 그런 기계음이 들렸다.


‘내가 방금 잘못 들었나? 하지만 여기는 우리 세 명밖에 없는데…….’


우산을 들고 희진이에게 가는 중에 고개를 돌려 다시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그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다시 한번 자신의 왼쪽 가슴을 치면서 ‘I love you’라는 기계음을 냈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고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나는 잊고 있었다.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다시 손을 들어 본인의 가슴을 또 치고 또 쳤다.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뭐 하는 거지?”

“그루야, 이상해…….”


그때였다.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무표정한 얼굴을 우리에게 고정한 채 몸만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둣발이 바닥을 칠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들렸고 그때마다 흙탕물이 사방으로 날뛰었다.


꼭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동작은 시간이 흐를수록 절정을 향해 가듯 점점 더 빨라졌다.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그 춤은 아니, 춤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고대 사람들이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비는 계속해서 많이 내리고 있었고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구둣발이 마지막으로 바닥을 내리찍었을 때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렸다. 그러고 나서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마지막 인사를 하듯 자신의 왼쪽 가슴을 치더니 역시나 ‘I love you’라는 기계음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았다.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은 마치 식은땀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식은땀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희, 희진아…… 갈까?”

“……응.”


몇 걸음을 걷다가 뒤로 홱 돌아보았다.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우리를 쳐다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조금 더 걷다가 느낌이 이상해 다시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것은 여전히 그대로 서 있었다.


‘잠깐만, 거리도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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