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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y 05. 2025

신춘문예, 열 편의 카지노 가입 쿠폰 쓰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글쓰기를 다시 돌아보게 된 시간


글쓰기를 사랑해서 매일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런 것치고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 딱히 관심이 없다.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재미 들려서 그런지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나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욕심 나는 행사였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신춘문예 공모를 한 블로그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10월 연말쯤, 마침 브런치북 카지노 가입 쿠폰도 끝난 참이었다. 그래서 홧김에 신춘문예에 낼 만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그냥 개의치 않고 되는대로 써보기로 했다.


기존에 있던 소설 한 편과,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로 쓴 단편소설, 그리고 수필까지 해서 10편 정도 썼다. 누가 보면 한 달 남짓한 시간에 많은 글을 썼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시간이 나면 모조리 글쓰기에 할애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내가 그동안 글을 대충 써왔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된 것이었다.


나름 브런치에 진심이어서 브런치에 올리는 글 한 편 한 편에 애정이 있는 편이다. 문득 떠오른 키워드를 틈날 때마다 저장하고, 노트북을 켜서 글감을 훑어보다가 술술 써질 법한 게 있으면 최소 1,500자 이상은 뭐라도 써낸다. 되도록이면 그날 시작한 글은 그날 안에 퇴고가지 해서 마무리 지었다. 이건 좋은 버릇 같기도 하고 나쁜 버릇 같기도 하다.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미루지 않고 그때 다 써버리니 기껏 써놓고 방치하게 될 일이 없다는 점이고,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빨리 쓰는 만큼 퀄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급한 성격도 한몫했다. 급하게 쓰는 감이 없잖아 있어도 나름 내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해왔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에 제출할 글을 쓰면서 그게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나를 애먹인 요소는 다름 아닌 분량이었다. 나는 글 한 편을 쓸 때마다 짧게 쓰지 못하는 편이라 1,000자 이상은 꼭 넘기곤 했는데, 그럼에도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제시한 분량을 맞추는 건 전혀 다른 글쓰기를 하는 것처럼 버거웠다. 마치 1.5배 중력이 적용된 작업실에서 글을 쓰는 느낌이랄까. 쓰다 보면 생각보다 짧아지기도, 길어지기도 하는 게 글쓰기였다. 평소에는 너무 짧지만 않으면 별 문제가 없었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에 제출하는 글은 '쓰다 보면 뭐 어떻게 되겠지'가 통하지 않았다. 너무 빡빡하게 맞출 필요는 없지만, 넘치거나 부족하면 감점 사유가 될 수 있었기에 적당히 빡빡하게 분량을 맞춰야 했다.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만 써질 때까지 토해내듯 마구 쓰는 스타일이다 보니, 기껏 글을 다 써놓고 지우거나, 이미 쓸 만한 건 다 써버렸는데 분량이 한참 모자라 허탈할 때가 많았다.


절대적인 분량으로 따지면 소설이 수필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니 소설이 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보통 A4 1~3장 안에 쇼부를 봐야 하는 글쓰기가 의외로 좀 더 어려웠다. 평소 에세이를 써왔기에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다. 컨셉이나 다른 요소보다도 분량 맞추는 것에 그리 허덕이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만한 보람은 있었다. 분량이 넘쳐서 줄이는 과정에서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할 수 있었다. 분명 처음 다 썼을 땐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었는데, 분량을 줄이느라 눈에 불을 켜고 글을 여러 번 읽다 보면 99.98% 확률로 줄여도 괜찮은, 아니 오히려 줄여야 더 나은 부분이 있었다. 분량을 늘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 이젠 충분히 쓴 것 같은데 뭘 더 채워넣어야 하지?'라는 막막함이 앞서지만, 꾹 참고 붙잡고 늘어지다 보면 채울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례가 여기저기 많이 부족했다. 혼자 속으로 되뇌는 생각을 텍스트로 추출하는 작업을 좋아하다 보니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았고, 사례로 보충하지 않으면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 법한 부분이 글마다 항상 있었다. 만약 카지노 가입 쿠폰에 제출하느라 분량을 줄이고 늘이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이다.


브런치에 올릴 요량으로 쓰는 글도 나름 신경 쓴다고 썼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 글을 쓰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자유를 구속당하는 걸 무엇보다도 싫어한다. '프레임', '틀', '제한' 같은 단어들은 보기만 해도 '격파'하고 싶은 심정이 절로 든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세상에 남길 무수한 기록들을 위해서라도, 그 기록들을 보며 이런저런 다양한 영향을 받을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제한'은 필수라는 걸 카지노 가입 쿠폰을 준비하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조율하자.

고집 부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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