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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Jan 16. 2025

총체적 난국의 한가운데서 1

모든 일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201x 년 9월 x일 처음 발령 난 부서에 출근카지노 게임 사이트. 순환근무 2달간 출근했던 본사를 뒤로한 채 집에서 버스로 1시간이 걸리는, 외진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현장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앞으로 출근할 곳이었다. 모르는 게 생길 때나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SOS를 요청했던 동기들과 떨어져 혼자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막막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왜 이 부서로 발령 났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부서는 유배지로 불리는 곳이었다. 공공연하게 그런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이나 돌아가는 분위기로 보아 그러카지노 게임 사이트. 산업단지 개발사업을 위해 토지보상 업무는 하는 곳이었는데 보상 업무는 현장 조사와 보상금에 불만을 가진 강성 민원 응대, 강제 수용이라는 업무 특성상 많은 직원들이 꺼리는 업무 중 하나였다. 보통 일을 잘하는 직원은 기존 업무에서 잘 빠지지 않을뿐더러, 대부분의 연차에 관계없이 여직원들은 보상 업무를 하길 꺼려카지노 게임 사이트. 들리는 말로는 몇 년 전, 한 신입 여직원을 보상 업무에 배치했는데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퇴사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한다. 그 이후로 신입 여직원은 배치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업무에 성별 구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공공연하게 들려오는 이러한 소문들은 나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상 업무를 해 본 적이 있는 소수 직원이나 부서장들이 데려가고 싶지 않아 하는 소위 월급루팡 직원이 보상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중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선배들도 있긴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지만 당시 내가 발령 난 부서는 전자에 가까웠다. 나는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가 그동안 뭘 잘못했나?', '처음부터 가고 싶은 부서가 있다고 강하게 어필했어야 했나', '나는 왜 여기 발령 난 거지'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동료들이나 선배들도 의아해하긴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뚫은 취업 문인데, 직장생활의 스타트가 순탄치 않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었다. 월급 받는 직장인은 위에서 하라는 대로, 회사가 내린 결정에 따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희망회로를 힘차게 돌리기 시작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디에 가든 자기 하기 나름이다, 무슨 일을 하건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힘든 일을 먼저 겪는다면 나중에 다른 일을 할 때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와 같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기 위해 애썼다.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출근해선 처음으로 부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걱정과 달리 부서장님은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햇병아리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시며 우리 회사에 잘 들어왔다, 앞으로 열심히 해보라며 격려해 주셨다. 팀장님과 또 다른 차장님께서도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이셨지만 따뜻함이 묻어나는 말을 건네셨다. 그래 여기도 생각보다 괜찮은 곳일지 몰라.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복병을 만나게 되었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출근 전 주 금요일 오후, 짐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옮기기 위해 막 차에서 짐을 내리던 때였다.차에서 모니터와 본체를 내리고 있는데 건물에서 한 직원이 나와 이쪽으로 다가왔다. 함께 일할 선배라는 것을 알아차린 나는 군기가 바짝 든 신입사원의 자세로 인사를 했다.


그런데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아 예'라는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당황스러웠다. 선배라고 하더라도 인사를 하면 받은 척이라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던가.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아니 방금 처음 만났는데 잘못하고 말 것도 없었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경직되어 있었다. 내 PC와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는 동안에도 그는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았고 줄곧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늘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 같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가 내 바로 위 사수라니. 왠지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는 나보다 1년 먼저 입사한 선배였다. 1년 전, 지금의 나처럼 그도 이곳에 처음 온 것이다. 처음엔 그도 딱딱하게 굳어있는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무엇이 그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입사한 지 막 1년이 지났다고 하기엔 그는 3-4년 차는 된 대리 같았다.


출근한 지 일주일쯤 지나니 신입직원인 내 눈에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상황이 대략적으로 파악되었다. 부서장님 포함 직원은 총 7명. 호탕하지만 업무보다는 개인의 영달에 더 큰 목적을 두신 듯한 팀장님, 업무에 대한 강한 책임감으로 십여 년을 회사를 위해 보냈으나 '또' 보상 업무를 하게 됐다며 거의 매일같이 술을 드시는 것으로 보이는 차장님, 업무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된 만년 과장님 1, 윗사람에겐 아부를 아랫사람에겐 업무 떠밀기를 밥 먹듯이 하는 과장님 2, 그리고 이제 막 들어온 여자 신입사원이 나였다. 그렇다. 사실상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은 1년 먼저 입사한 그 선배뿐이었다.


그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항상 딱딱하게 굳어있는 표정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없을 때는 본사에 외근을 갔고 점심시간에는 아무 말없이 밥만 먹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들어와서는 또 모니터를 째려봤다. 아, 가끔 테라스에 나가 담배를 피기도 했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야근을 하는 것 같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선배만 찾았다. 지금 하는 일은 언제까지 마무리되는지, 다음 주부터 해야 하는 일은 어떻게 할 건지 계속 물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것으로도 숨이 막혔다.


나는 그제야 조금 이해되었다. 왜 그 선배가 항상 굳은 채로 일만 하는지. 왜 내 인사를 받는 대신 시종일관 단답으로 일관했는지. 지금 그의 입장에서는 업무를 나눠서 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 아니라. 그런데 어쩌랴. 나도 이곳에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며 내가 당장 뭔가를 도와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출근한 지 일주일쯤 된 시점이었다.자리에 앉아 토지보상법이라고 적힌 법령집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부서장실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점점 언성은 높아졌다. 평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적막하기 그지없는데 이 소란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사수와 아부를 생활화하는 과장님 2의 목소리였다. 사수는 과장님에게 거의 소리치고 있었다. 대략 자길 바보로 아냐는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핏 들으면 누가 선배이고 후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과장님도 무어라 항변하는 듯했지만 사수의 목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다.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나는 무서워졌다. 당시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는 나밖에 없었지만 잠깐 화장실로 피신했다. 문 틈 너머로 말소리가 계속 들렸고 나는 숨 죽인 채 숨어 있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숨어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사수가 문을 벌컥 열고 나와 2층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내려가는 듯했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화장실을 나와 자리에 앉았다. 바로 옆에서 사건 현장을 목격한 사람 마냥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공공기관이라는 보수적인 조직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다. 짧은 시간 본 게 다지만 항상 일에 파묻혀 있는 사수를 떠올리자 한편으로는 그동안 얼마나 쌓인 게 많았으면 저렇게 정면으로 들이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본사 출장을 가는 길에 사수가 한 말이 문득 떠올랐다. P과장님은 자신이 하지 않은 일도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포장해서 팀장에게 보고한다고.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다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는 속에 담아둔 것들을 처치하지 못해 곪아있었던 것이다.


그다음 날, 사수는 출근하지 않았다. 팀장님이 연락을 했지만 전화도 받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말단 직원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깽판 아닌 깽판을 치고 무단결근이라니.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일하면서 힘들었던 것, 쌓인 것도 많았겠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감정을 표출하고 피해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쯤은 햇병아리인 나도 알고 있었다. 오후 시간이 되어서야 차장님이 사수와 연락이 닿았다는 이야길 들었다. 차장님은 사수에게 술 한 잔 하자고 제안했고 그날 밤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나는 사수가 퇴사하지 않길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그가 정말로 퇴사해 버리면 그가 하던 일은 모두 내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카지노 게임 사이트. 현시점에서 다른 대안 인력은 떠오르지 않았다. 항상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며 나와는 말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르는 업무를 물어봤을 때는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참고할 만한 업무편람, 법령집, 자료를 전달해 주었다. 나 또한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했기에 그의 무심한 친절이 고마웠다. 어쩌면 같은 말단 직원으로서 동질감과 연민 같은 것들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내 기도가 통했는지 사수는 이틀 더 휴가를 다녀온 뒤 다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출근했다. 내심 반가운 마음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들어오는 그를 향해 눈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후배인 나를 보기가 멋쩍은 듯 말했다.


"00 씨, 무책임하게 사라져서 미안해요."

내가 속으로 한 얘길 들은 것처럼 그는 미안하다고 했다. 돌아왔으니 다시 열심히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 나는 업무적으로 내 몫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몇몇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직원들을 보면서 나중에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혼자서 모든 짐을 지고 가려다 끝내 둑이 터져버린 사수를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그 무엇도 예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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