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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Jan 30. 2025

한 배를 탄 자들

직장의 동료 愛

입사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그토록 바라던 부서 이동 발령이 났다.신입사원 때부터 희망 부서였던 기획조정실. 인사 발령 공문을 보고도 나는 믿을 수 없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확인카지노 쿠폰. 부서명 옆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먼저는 기뻤다.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음에. 이내 남은 부서 사람들에게 미안카지노 쿠폰. 상황이야 어쨌건 인사 발령이 난 이상 떠나는 자와 남은 자가 생기고 어딘가 미묘한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직원이 빈자리를 채움으로써 이는 빠르게 적응되지만 그전까진 어쩔 수 없이 그런 분위기 속에 인수인계와 작별 인사를 주고받는다.


대개 아무리 짧아도 2년은 한 직무를 수행해야 순환 보직의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보통은 3년, 길면 4년 이상 한 직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첫 발령 이후로 1년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현장 조사부터 강제집행에 이르기까지 보상 업무의 한 사이클을 모두 돌아보지 못한 채 보직 이동을 카지노 쿠폰. 이런 경우 보직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소한 사업지구의 보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인사 발령이 난다는 말을 선배들로부터 들어왔다. 이번 인사발령은 예외적인 케이스라는 것이다.


사실 발령 전, 회사에서 최초로 도입된 '희망 직무 지원 제도'를 썼다. 몇 주전부터 쓸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하다 결국 썼다. 그게 유효하게 작용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전 직원 중 이 제도를 쓴 사람이 10%에 불과카지노 쿠폰고 한다. 인사팀에서는 그중 80%의 직원을 원하는 직무에 배치카지노 쿠폰. 직원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고 첫 도입인 만큼 많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준 것으로 보였다. 꽤 운이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나는 20xx 년 2월 1일 자로 새로운 부서로 출근카지노 쿠폰.입사한 지 1년 6개월 만에 본사로 복귀했다. 새롭게 입사한 기분이 들어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익숙한 얼굴의 동료들과 여러 선배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9시부터 6시까지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이고 가족보다 더 자주 얼굴을 보는 사람들이 회사 동료다. 이왕 함께 일하는 거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간 거의 얼굴을 비추지 못한 나에게 감사하게도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나는 기획조정실 전략팀에서 일하게 되었다. 기관의 중장기 전략과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팀이었다. 경영평가와 CEO 성과평가 등 외부평가와 조직 성과 평가와 같은 내부평가를 담당카지노 쿠폰. 조직의 수뇌부였다. 부서 발령이 났을 때만 해도 전략팀이 아닌 고객만족팀에 갈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여러 내외부적인 이유들로 부서장님과 두 팀장님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었다. 부담도 있었지만 나는 내심 좋았다. 더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의욕적인 팀원들의 모습에서 같이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획조정실은 사장 직속 부서인 데다 전 부서의 의견을 잘 수합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곳이다. 현장 부서와 지원 부서의 분위기와 업무 특성은 매우 다르다. 현장은 민원 응대와 다양한 업무에 빠르게 적응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면 지원 부서는 기획서와 보고서 작성 역량, 내부 직원과의 소통, 의전과 같은 형식과 격식을 어느 정도 갖추는 것도 중요카지노 쿠폰.


모든 처음 하는 일에는 쉽지 않은 고난이 있음을 앞선 경험으로 배웠듯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직장인의 숙명이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기에 빠르게 새로운 부서와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전략팀에서 맡은 업무는 다행히도 나와 잘 맞았다. 사규와 업무 매뉴얼, 제안 제도 운영 업무를 맡았다. 기관의 사규 제·개정 업무를 수행하며 모든 업무 수행은 사규와 법령에 따르는 것임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각 부서마다 하는 일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조금씩 업무 간 유기적인 연결을 알게 되면서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는 눈도 길러졌다.






새로운 팀에서 일하며 가장 힘들기도, 보람되기도 했던 일은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경영평가는 공공기관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여 기관의 공공성 및 경영효율성 향상, 대국민 서비스 제고를 위해 매년 공공기관 경영실적보고서를 기초로 전년도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평가결과는 성과급 등에 반영되고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기관의 성과이기에 조직의 중대한 업무 중 하나이다.


당시 우리 팀원은 저연차의 젊은 직원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5명의 팀원 중 경영평가 보고서 작성 경험이 있는 직원은 과장님 1명, 대리님 1명이 전부였다. 기존에 평가 업무를 오래 담당하셨던 차장님이 다른 부서로 이동했고 팀 구성원이 대거 바뀐 것이다. 우리 팀의 장점은 의욕적인 젊은 피라는 것이었고 단점은 경험과 연륜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큰 틀에서 방향을 잡아주고 이끌어줄 사람이 한 명쯤 필요카지노 쿠폰. 물론 팀장님이 계셨지만 팀장님 또한 경영평가를 주 업무로 담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회사에서도 알게 모르게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팀은 경영평가 보고서 제출일 D-45부터 평가 보고서 작성 계획을 세웠다. 어깨가 무거웠다. 숙련된 경험은 없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 2년 연속으로 보고서 작성 경험이 있는 과장님을 필두로 일정별 업무 계획을 짜고 각자가 쓸 파트를 나누었다. 최근 2개년도 경영평가 보고서를 돌려 읽었고 조언이 필요할 때는 팀장님께 여쭤보거나 업무 경험이 많은 차장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카지노 쿠폰.


2주가량 초안을 잡고 쓸 수 있는 파트부터 작성을 시작카지노 쿠폰. 담당 업무를 수행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에 D-30부터는 하루 이틀 야근을 하는 날이 늘어갔다. 오후 6시에 업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보고서 작성에 돌입카지노 쿠폰. 하루종일 일하고 나서 또 모니터에 한글을 띄워놓고 두꺼운 경영평가 보고서와 다른 부서의 보고서 작성 자료를 보며 한동안 씨름을 카지노 쿠폰. 보고서 작성을 하면서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럴 때는 경영평가 담당 대리님과 다른 팀원들과 수시로 회의를 카지노 쿠폰. 아예 위층 교육장을 우리 팀의 회의 공간으로 사용카지노 쿠폰. 사무실에서 일이 잘 안 될 때는 위층으로 올라가 일카지노 쿠폰.


보고서 제출일 3주 전부터는 주말 출근이 이어졌다. 언제, 몇 시에 출근하자고 이야길 하진 않았는데 오후 1시쯤이 되면 모든 팀원이 와 있었다. 당연하게도 주말에 출근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당시에 우리 팀원은 저마다 열심히였다.


물론 일을 하다 서로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었다.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길 반복할 땐 자괴감이 들었다.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어쨌든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고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다. 혼자가 아니라 내 옆 자리의 동료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됐던 순간이었다.


우린 한 배를 탄 선원들이었다.






D-1. 우리 팀은 새벽 2시가 넘어 퇴근카지노 쿠폰.내일이 보고서 제출일인데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파트가 있었다. 경영평가 담당 대리님은 울음을 터뜨렸다. 모든 게 자기 때문인 것만 같은 생각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그간의 고생이 물밀듯 밀려온 듯했다. 우선 보고서를 무사히 제출하는 것이 먼저였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각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해 남은 에너지를 쥐어짜 냈다.


나는 오후 10시가 넘어가면서부터 자꾸만 몽롱해지는 정신을 붙들기 위해 애써야 카지노 쿠폰. 나는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팀원들을 남겨두고 혼자 퇴근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버티고 버텨 새벽까지 하얗게 불태웠다. 택시를 타고 총알처럼 집으로 가 3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다시 출근카지노 쿠폰.


역시나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각성된 상태였고 집중력과 판단력은 흐려졌다. 제출 당일에도 빠진 파트 확인, 오탈자 체크 등 검수 작업이 남아있었다. 최종본을 인쇄소로 넘기고 파일만 따로 평가원 홈페이지에 업로드해야 했으나 몸과 머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니 단순 작업밖에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내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팀원들은 티 나지 않게 내가 해야 할 몫을 나누어하기에 이르렀다. 가장 중요한 날을 망쳐버린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팀원들에게도 너무 미안카지노 쿠폰.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그날 밤 11시 50분경에 모든 경영평가 보고서 파일을 업로드카지노 쿠폰. 제출 마감 시각은 밤 12시였다. 조금만 늦었으면 일부 파일을 업로드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카지노 쿠폰. 우리는 너무 고생카지노 쿠폰고 서로를 다독이며 퇴근카지노 쿠폰. 아주 긴 하루였다.


그 후, 현장 평가와 후속 조치를 거쳐 그 해 경영평가는 '나' 등급을 받았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고 전국 15개 기관 중 4위를 달성카지노 쿠폰.


다행이었다.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한 마음으로 임했기에, 그리고 직원들의 협조와 응원이 있었기에 달성한 값진 성과였다. 이때의 경험은 내 직장생활의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이자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다.






한편, 나의 첫 직장생활에서 팀장님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팀장님은 새롭게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예산 내에서 시행해 볼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해 주셨다. 기획 업무를 처음 하게 된 신입사원과도 별반 다를 바 없는 나에게 팀장님은 종종 잘 쓴 보고서나 기획서 같은 자료를 건네주셨다. '한 번 읽어봐. 처음엔 잘된 것들을 보면서 모방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괜찮아'라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이 팀으로 오게 된 시점, 팀장님은 회사 최초로 여자 팀장 타이틀을 다신 분이었다. 내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회사에서 여자 팀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소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가진 공기업이었고 당시 60년대생 팀장님들의 퇴직 시기가 많이 남아있었던 터라 팀장 TO가 몇 없기도 카지노 쿠폰. 팀장님은 우리 회사에서 여성 팀장 1호가 될 것으로 꼽혔다. 그만큼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고 성과를 내거나 옳은 방향으로 일을 하기 위해 부서장님에게도 쓴소리를 하는 분이었다.


물론 회사라는 조직에는 그러한 모습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세력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팀장님의 그런 모습이 멋있었고 은연중에 '팀장님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본사로 오게 되면서 팀장님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기회를 갖게 된 데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팀장님을 보면서 열심히 해야지 다짐했고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았다.나도 모르게 사무실에서 한 번쯤 팀장님의 자리를 흘깃 보게 되었다. 팀장님은 내 롤모델이었다. 이런 내 의지와 노력을 아셨는지 팀장님은 유독 나에게 조언과 애정을 많이 주셨다. 덕분에 모든 업무의 기본이 되는 기획서와 보고서 작성 방법, 이사회 등 회사의 중요한 행사를 진행할 때의 의전, 시의회 자료 작성 등 많은 일들을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을까. 한정된 시간 내 업무가 몰릴 때는 기한 내 업무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사소한 실수가 생기기도 카지노 쿠폰. 시간 배분에 미스가 생기거나 처음 하는 일에 시행착오가 더해졌다. 팀원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만큼 가감 없는 피드백이 날아왔다. 가끔은 질책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더 잘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셨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는 따로 불러 따뜻한 말씀도 해주셨다. 명절이 되면 팀원 전체에게 선물과 편지를 주시기도 카지노 쿠폰. 그만큼 팀원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이 많은 분이었다. 그 외에도 나는 팀장님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었고 책 읽는 것을 좋아카지노 쿠폰. 팀장님의 에코백 속에는 항상 종이책이 1권씩 들어있었다.


팀에서 우리 둘을 지켜보는 한 과장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카지노 쿠폰.


"00 씨랑 팀장님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를 연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카지노 쿠폰.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이지만 팀에서 힘든 상황을 맞을 때마다 아마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직장생활을 하며 좋은 선배를 만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물며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직장 내에서 힘이 되어주는 선배를 만났다는 데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기에 팀장님의 모든 점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힘들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돌아서면 그 기억들이 금세 옅어질 만큼 우리의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많이 흘러 첫 회사에 몸담고 있지 않은 지금까지도 팀장님과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 1년에 1~2번은 만나 식사를 하고 안부를 나눈다. 언제나 팀장님은 나에게 응원의 말을 해주셨고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았으며 내가 무슨 선택을 하고 경험을 하든 지지를 보내주셨다. 나 또한 회사에서 좋은 리더로 역할을 다하고 있을 팀장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아마 우리는 앞으로도 종종 밥을 먹고 차를 마실 것이다. 자주가 아니더라도 1년에 한 번, 두 번이라 하더라도 좋다. 그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고 응원과 지지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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