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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Jan 23. 2025

총체적 난국의 한가운데서 2

직장인은 그저 버티는 거라더니

나의 업무는 토지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다. 그리고 공익을 위한 일을 하는 공공기관에서는 법령과 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공익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이라는 미명 하에 '토지보상법'에 따라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협의 또는 수용에 의하여 취득하거나 사용함에 따른 손실 보상을 한다. 쉽게 말해 토지 소유주의 땅을 국가에서 강제로 수용하고 그에 따른 토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지급하는 것이다. 시간이 좀 흐른 후에야 업무의 개념이 머리에 잡혔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잘 몰랐다. 그저 그날그날 주어지는 일을 겨우 해낼 뿐이었다.


입사 한 달 즈음 됐을 때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보상을 하기 위한 보상협의를 시작했다. 사업시행자인 공공기관에서 수용대상 토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기 위해 토지 소유자 및 관계인과 협의를 하는 절차이다. 사업시행자는 토지와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역을 소유자에게 통지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역을 확인한 소유자가 협의 보상을 청구하면 그에 따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지급한다. 나는 600여 명의 토지 소유주의 토지와 물건에 매겨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지급하는 일을 했다.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토지와 감정평가, 등기, 등기부등본, 근저당권 등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다.공부만 하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해서 그때 나는 등기부등본도 볼 줄 모르는 상태였다. 학교에서 집에서 하라는 것만 하고 살아온 (이때까지만 해도) 모범생의 전형이었던 나로서는 등기부등본이며 채권, 근저당권 같은 실생활에 필요한 부동산 지식을 몰랐고 미리 공부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주간회의 시간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눈치껏 지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애썼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가늠하기 바빴다. 그리고는 주말에 업무편람과 토지온라인 카지노 게임법령집을 집에 들고 가 틈틈이 읽었다. 생전 처음으로 등기부등본이란 걸 발급받아 보았다. 나름대로 내 몫을 하고 싶어 부단히 노력했지만 부동산 관련 용어와 법 조항들은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그나마 할 줄 아는 거라곤 공부밖에 없었던 헛똑똑이였던 것이다. 이때 스스로에게 느낀 자괴감은 생각보다 컸다. 열심히 공부해서 겨우 취업문을 뚫고 나서 내가 마주해야 했던 건 총체적 난국의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내 모습이었다.


나는 왜 이것도 모르지. 지금까지 뭘 공부한 거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생각과 함께 내 몫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끝없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사무실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업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뒤섞여 좀처럼 마음의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그렇게 꾸역꾸역 겨우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었다.






산업단지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토지 소유자가 땅을 팔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강제 수용이 원칙이다.누군가는 평생을 그 땅에서 농사지어 살아왔을 테고 나중에 후손들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기도 했을 테다. 그러다 보니 사업 추진에 대한 반발이 심한 편이고, 감정평가를 거쳐 책정된 토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한 불만도 크다.


특히나 해당 사업지구의 토지 소유주들이 모여 결성한 대책위원회는 그 민원의 강도가 세기로 유명했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확성기로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집회 도중 머리카락을 삭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그들의 불만은 가히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규모 집회를 열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사 앞에는 커다란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어떤 날은 근무 시간에 직원들이 순환하며 본사 출입문 앞에 보초를 서기도 했다.


평온한 사무실의 오전 10시, 대책위원회의 간부로 보이는 사람 3명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휘적휘적 빠른 걸음으로 부서장실로 들어갔다. 내 자리 뒤로 지나가는 짧은 찰나에 왠지 모를 비장함과 삼엄함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부서장실 문이 닫혔다. 무슨 이야길 하러 온 건지 궁금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업무를 계속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또 큰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 않더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들이 마구 내 귀를 강타했다.


순간 너무 놀랐다. 저건 무슨 말이지..? 싶은 욕이 몇 초간 더 이어졌고 갈 곳을 잃은 눈동자를 하고 있던 나를 보던 과장님 2가 부서장실 앞을 서성거렸다. 직접적으로 욕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순간 귀를 씻고 싶었다.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왜 자꾸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는가.


시간이 지나자 큰 소리는 잠잠해졌고 문제의 민원인 3명과 부서장님, 팀장님이 나왔다. 문이 열리고 그들이 지나갈 때 나는 그중 한 명의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 집회 때 삭발을 한 사람이었다. 나는 괜히 눈이 마주칠까 눈을 내리깔고 그들의 움직임에 별 관심이 없는 척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두려움에 떨면서 나에게 말 걸지 말라고 주문을 외웠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대략 좌초지종을 들어보니 모두가 예상했던 바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액이 너무 작다는 불만을 품고 사무실로 찾아와 난동을 피운 것이다. 다른 토지 소유주들의 의견을 모아 그들이 총대를 메고 행동에 옮긴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다 싶었다. 자신의 생활 터전을 강제 수용당해야 하는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하지만 정말로 터무니없이 작게 책정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액이라는 데에는 동의가 되지 않았다. 감정평가를 할 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최대한 시세를 현실화하여 온라인 카지노 게임 평가액을 책정한다는 것을 감정평가사님으로부터 얼핏 들은 적이 있다. 무작정 사무실로 찾아와 이 소란을 피우다니. 부서장님과 팀장님은 당황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된 데 안도했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상하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하루하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날들이었다.





이후 온라인 카지노 게임 협의 기간은 두 달 정도 지속되었다.첫 주에는 계약을 하러 온 토지 소유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토지 소유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와선지 둘째 주부터 토지 소유자들이 보상 청구 계약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몰려왔다. 계약에 필요한 서류는 10여 가지나 되었고 누락된 서류가 없는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액이 감정평가액과 일치한 지, 인감증명서의 인감과 실제 인감도장이 같은지 등 수십 가지를 확인하며

정신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그 와중에 서류를 잘못 받거나 어떤 서류에 인감도장을 찍는 것을 깜빡하기라도 한 날에는 다시 민원인에게 전화해 재방문을 요청드렸다.


서류 누락은 그래도 봐줄 만했다. 만회할 기회가 있으니까. 가장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보상 금액이 잘못되는 지급되는 불상사가 일어나면 안 됐다. 토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적게는 수 억, 많게는 수십억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나는 세상에 그렇게 땅을 가진 사람이 많은지 처음 알았다.


그들이 받아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액을 보다가 내 월급을 떠올리면 한없이 작아졌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서류와 숫자들과 씨름을 하다 보니 돈이 숫자로 보였다. 아무리 큰 금액이어도 그 돈은 형체가 없었다. 그냥 숫자일 뿐이었다. 이렇게 큰 숫자를 정확하게 주인에게 지급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이 나의 가장 큰 일이었다.


전산 시스템으로 감정평가금액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 주고 회계팀에서도 금액과 예금주, 계좌번호를 재차 확인하기 때문에 진짜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회사의 전산 시스템은 예전부터 문제가 많다는 말을 들어왔기에 100% 믿을 수 없었고 모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액 청구서의 담당자엔 내 이름이 쓰였다. 결재라인을 거치지만 혹여나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 소재는 내게 향할 것이었다. 수많은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쓴 내 이름을 떠올리니 문득 무서웠다. 저 중에 잘못 지급된 건 없겠지? 만약 그런 게 하나라도 생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매일 한가득 쌓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 청구서를 들고 팀장님, 부서장님 결재를 받았다. 한 날, 부서장님이 마지막 서류에 결재를 하시곤 웃으며 말했다. 부서장님은 나와 팀장님에 대한 신뢰가 아주 높아서인지 서류를 다 보시지 않고 결재란에 이름을 썼다.


"잘못 나가는 거 있음 큰일 난다. 너 월급으로 못 메꿔. 알지?"


무지막지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액을 볼 때마다 숫자 하나라도 틀릴 세라 눈을 부릅뜨고 확인을 거듭했기에 그렇다고 답했지만 이렇게도 들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잘못 지출되면 담당자가 책임져야 해.'


순간적으로 다양한 감정이 스쳤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응당 최종 결재자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서류를 들춰보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입사한 지 3개월 차에 접어든 신입사원에게 책임 전가로 들리는 말을 내뱉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무엇보다 외로웠다. 만에 하나 실수로 잘못 지급된다면 온전히 나 혼자 일을 수습해야 할 것만 같았다. 이런 고독하고 씁쓸한 기분을 매일 느끼고 참고 또 같은 나날을 반복하는 게 직장인의 삶인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서류는 모두 결재가 나야 본사 지출팀에 서류를 전달하고 그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급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후 2시가 가까이 되면 마음이 급해졌다. 지출 서류 전달 마감 시간이 오후 2시 30분이었기 때문에 늦어지면 회계팀 직원에게도 민폐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다른 지출 건들도 지출이 늦어지면 안 되었다. 서류가 많을 때 나는 점심을 거르고 일하다 본사에 갔다 오는 길에 차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했다. 양치질을 5시에 하는 날도 많았다.


매일 촉각을 다투는 혼자만의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었다. 잠깐 뒤를 돌아보면 느긋한 자세로 모니터를 쳐다보거나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 선배들이 보였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내 몸과 머리는 쉼 없이 돌리느라 에너지가 점점 떨어져 가는데 저들은 기력을 보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 업무로 신경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하루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되어 보이는 한 어르신이 내 앞에 놓인 민원인 의자에 앉았다. 그는 왜인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구겨진 보상금 지급 내역서를 나에게 건네며 무어라 말을 하는데 혀가 꼬부라진 소리를 냈다. 눈은 반쯤 풀려 있었다. 술을 마시고 온 것이었다. 또렷이 들리진 않았지만 집중해서 들어보니 왜 자기 보상금이 이렇게 적냐는 것이었다. 남의 땅을 강제로 뺏어가면서 이렇게 적은 돈을 줘도 되냐는 말이 이어졌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나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섰다. 혹시나 그가 갑자기 난동을 피우면 어쩌지 싶었다. 그의 보상금 지급 내역서를 받아 들고 설명을 하려는 찰나, 상황을 파악한 팀장님이 민원대 앞으로 나왔다. 자기와 이야길 하자며 옆에 놓인 테이블로 그 어르신을 데려갔다.


휴 다행이다. 나는 숨을 돌리고 자리에 앉았다.


팀장님은 종종 그렇게 나의 구세주가 되어 주었다. 그때만큼은 팀장님에게 고마웠다. 수년 전, 다른 보상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팀장님은 칼을 들고 찾아온 민원인을 어르고 달래 제지하기도 하고 끝까지 자신의 땅을 수용당할 수 없다며 버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제집행 절차까지 수행한 경험이 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세월의 여러 보상 현장에서 전설 같은 이야기를 남기신 분이었다. 사업지구의 모든 땅의 소유권을 회사 지분으로 넘어오기까지 그 길고 지난한 과정을 알기에 그는 더 이상 보상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쩌면 그의 지친 모습과 약간은 관망하는 태도가 한편으로는 이해되기도 했다.






이제 막 입사한 어린 여직원에게 회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나이가 어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만만하게 여기거나 무시온라인 카지노 게임 듯한 어투를 쓰는 사람을 심심찮게 만났다. 책상 위에 떡하니 이름을 붙여놓았음에도 나는 '아가씨'로 불렸다. 내 옆에 앉은 사수에게는 '총각'이라고 부르는 경우를 들어보지 못했는데 나는 왜 '아가씨'로 불려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민원인에게 왜 그렇게 부르냐고 따질 수도, 언짢은 티를 낼 수도 없었다. 민원인에게 어떻게 불리든 나는 회사에 고용된 직원으로서 임무를 다해야 했고 어떤 민원인을 대하든 친절하게 응대해야 했다.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며 내 자아가 두 개가 된 것만 같았다.


가끔은 한두 번 보고 더 이상 볼 일이 없는 민원인을 상대하는 게 나을 때도 있었다. 같이 일온라인 카지노 게임 직원들로부터 갓 입사한 신입직원이라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투의 은근한 무시를 하기도 했다. 길고 은은한 분노가 내 안에 스며들었다. 마치 자기들은 올챙이 적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누군가의 서툰 처음을 희화화려는 자들의 의도가 빤히 들여다 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나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들은 빠르게 흘렀다. 어떻게든 하루하루 출퇴근을 반복했다. 어떤 날은 출근길에 갑자기 사고가 났으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날도 있었고 사무실에서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은 날도 있었다. 금요일 퇴근 후, 혼자서 맥주를 마시며 다음 주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 사이에 두 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협의, 두 번의 수용재결이 있었다.

그렇게 1년 6개월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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