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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날세상 Jan 18. 2024

19화 그런데 흰카지노 게임야, 제수씨가 아프단다.

새벽녘에잠이 깨버린 흰카지노 게임는 아직 어둠이 차지하고 있는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저녁형 인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어둠 속에서 맨손체조를 해보기도 하고, 몸을 이리저리 굽혀가며 근육을 늘려보기도 했다. 밖에 나가 달리기나 한판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아들이 새벽 운동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것이 생각나서 나가지 않기로 했다.


참 무료했다. 책이나 읽을까 하고 소파에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한참을 깨어 있다가 동이 틀 무렵에 살짝 쟈는 잠은 그 맛이 어디에 적어두어야 할 정도로 맛이 있다.


아내는 곱게 카지노 게임를 빗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거실에서 자라고 있는 화초들의 이파리를 세심하게 닦고 있었다. 우아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목에서 어깨를 타고 흐르는 선이 부드럽게 보였다.

"여보, 당신 정성으로 올해도 꽃이 피겠네."

흰카지노 게임는 아내를 가만히 껴안았다. 그러나 아내는 손에 잡히지 않고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 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흰카지노 게임는 아내의 소매를 붙잡았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

"어차피 결론을 낸 건데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아내는 차분했다.

"그래. 돌이키기에는······. 미워하지는 말자."

"그래야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과부집에는 깨가 서 말이고, 홀아비집에는 이가서 말이라고 했던가. 흰카지노 게임는 혼자 사는 모습이 추해보이기는 싫었다. 늘 쓸고 닦았다. 아내의 말대로 입성을 깨끗이 하려고 노력했다. 반찬을 사다가끼니마다 밥을 꼭꼭 챙겨 먹었다. 건강을 챙기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감금되어 있는 것 같은 마음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산에 올랐다. 밤을 새워 산등성이를 타고 넘었다. 흰카지노 게임는. 갈수록 우울해졌다.


신문사 일이라는 게 애초부터 가정을 살뜰히 챙기기에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밖으로 나도는 일이 많았다.

흰카지노 게임는밖에서 일이 힘들고, 아내는 안에서 살림이 힘들었다. 그것들은 마음의 심층부에 썩은 퇴비처럼 가라앉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도 흰카지노 게임는 열심히 일을 했고, 아내는 알뜰하게 가정을 꾸려갔다.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아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할 무렵이 되었을 때, 아내는 늦은 밤에 흰카지노 게임를 붙들어 앉혔다.

"우리 갈라져서 살아 봐."

"갈라져서 살다니? 이게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흰카지노 게임는 무슨 말도 안 되든 소리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은 몰라. 어떻게 내 마음이 뭉개지고 찢어지고 있는지 모른다고"

흰카지노 게임는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둘이서 가정을 이루었는데, 나 혼자 지켜야 했어. 당신은 늘 술과 살았고, 집은 뒷전이었지. 그래, 남자가 밖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정에 충실하지 못할 수 있지."

"그걸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

흰카지노 게임는 아내가 왜 이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은 어쩔 수 없이 그런 게 아니라, 밖으로 나돌면서 혼자서 즐기고 있었거든. 당신은 지위가 높아졌지만, 그만큼 나는 아팠고, 아이들은 아빠에게서 멀어졌지. 당신은 술이 아내였고, 일이 자식들이었지"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거 아냐? 나도 다 가정을 생각해서 내 몸 던져 일했거든."

흰카지노 게임는 아내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내의 억지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시부모님께서 마음 상하지 않게 해 드리려고 내 속을 다 빼놓고 살았어, 나는. 시동생들 뒤치다꺼리하면서 나 많이 울었어. 내 자식들 부둥켜안고 당신 없는 방에서 소리 죽여가며 울었다고. 당신은 몰라. 정말 모른다고."

아내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울 엄마 속을 들여다봤어? 마흔일곱에 아빠 돌아가시고 혼자 남아 자식들 넷을 길러낸 울 엄마, 병원에서 울다가 돌아가셨어. 그때 당신 해외 출장 갔었지. 내 동생 결혼하던 날은 당신 미국에 있었어. 다른 사람 보낼 수 없다며 바득바득 우기고 갔었다고."

흰카지노 게임는 신문사 일이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내가 이해해 주기를 바랐으나, 아내는 더 무거운 말을 쏟아내었다.


흰카지노 게임는.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변명 같았고, 마음이 돌아서버린 아내를 붙잡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흰카지노 게임는. 자신이 버림을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미웠다.

"내가 나가 살게. 당분간 떨어져서 살면서 생각해 보자고."

아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내가 나갈게. 당신이 아이들과 여기서 살아."


그러나 아내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다. 눈의 거리가 마음의 거리라고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고말았다.

흰카지노 게임는 혼자서 겨울을 두 번 보내고 아내와 혼인생활을 끝냈다. 금이 간 그릇은 돌이킬 수가 없는 것이었다. 흰카지노 게임는 깨어져 날카로운 칼날이 되는 것은 막고 싶었다.



"야, 흰카지노 게임야, 내가 며칠 전에 민정이 만났거든. 이가 아파서 갔는데 신경치료하고 덧씌워야 한다고 하더라고."

꽁지카지노 게임는 술잔을 내밀며 흰카지노 게임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서 잘 치료했냐?"

"잘 치료했지. 니 사위가 돈도 안 받더라고."

"뭐야. 이 녀석 돈을 왕창 받지 않고선. 다음에 갈 때 돈 많이 받으라고 내가 전화해야겠다. "

"그런데 말이야. 카지노 게임"

꽁지카지노 게임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찰랑카지노 게임와 술집여자도 의자를 당겨 앉았다.

"민정이가 제수씨 이야기를 하더라고. 제수씨가 아프다고."

"아프면 아픈 거지 뭐. 이제 와서 내가 뭘. 그런 소리 말고 술이나 마시자. 술집여자야 한 잔 따라봐라."

흰카지노 게임는 대화의 방향을 돌리려고 했다.

"치매가 시작되었다는데 네가 제수씨 곁에서 같이 있어주면 좋지 않을까?"

"그게 누구 생각이야? 민정이가 그러던?"

"아냐, 민정이가 아니고, 내가 생각한 거지."

꽁지카지노 게임는 찰랑카지노 게임와 술집여자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면 좋겠다. 마나님이 좋아할 거 같아.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힘이 날 거 같아. 암, 좋은 일이지. 안 그러냐? 흰카지노 게임야."

술집여자는 지나가는 말로 건성건성 입을 열었다. 흰카지노 게임의 성격상 진중하게 말하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좋지. 힘들 때 누가 옆에 있으면 좋지. 어떠냐? 흰카지노 게임야. 이 형 같으면 제수씨에게 가서 같이 있어 주겠다."

찰랑카지노 게임도 술집여자처럼 설렁설렁 지나가는 말처럼 대꾸했다.

"야, 다 지나간 일이다. 그런 말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자."

흰카지노 게임는 말은 그렇게 했으나 복잡한 심사를 보였다.

"야, 과거가 살아있을 때 제수씨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흰카지노 게임 너도 속이 개운하게 될 것이고 말이야."

꽁지카지노 게임는 결정적 한방을 날려버렸다.


"야들아. 이거 아들이 보내준 돈으로 사다가 만들어놓은 갈비찜이다. 우리 한 잔 하면서 자식들 흉이나 보자."

술집여자는 어떻게든 흰카지노 게임의 생각을 돌려보려는 수작을 벌였다.

"좋아, 비혼주의라고 떠드는 아들놈의 입을 꼬매버려야겠다."

찰랑카지노 게임가 낄낄거리자

"나도 혼자 살고 있는 아들놈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놓아야겠다."

꽁지카지노 게임도 손을 걷어붙였다.

"야, 카지노 게임 한 잔 받아라."

술집여자가 술잔을 내미는데, 흰카지노 게임는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저 녀석 제수씨에게 전화하러 간 거지?"

"그럴 거야."


그렇게. 차가운 겨울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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