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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ist K Apr 07. 2025

Dear P.

이곳에서의 짧은 인연

안녕,

우린 함께 이곳 언어를 배우다 만났는데 그게 아주 오래전처럼 느껴져. 너는 태국에서 왔고 여기서 더치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지.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같은 학원을 다녔기에 오다가다 만나며 친해지게 되었지.

과거형. 조금 슬프다. 모르겠어. 카지노 가입 쿠폰 언제나 이곳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너와는 깊게 친해질 수 없을 거라 느꼈던 것 같아. 어떤 점은 동의하기도 했지만 말이야.

이 나라에 살면서 좋은 점을 보기보다 나쁜 점을 계속 언급하는 네겐 계속 그런 부정적인 일들이 생길 테고 그런 너를 카지노 가입 쿠폰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니까.

그런데 어느 날 네가 날 너의 집으로 초대했지. 우린 같은 동네였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 사는 곳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고 네가 사는 곳은 신축한 아파트였어.

카지노 가입 쿠폰 내가 널 우리 집에 초대할 수 있을까. 그런 조금 부끄러운 생각을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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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몇 번 더 나를 네 집에 초대했고, 네가 긴 내 머리를 예쁘게 잘라주기도 하고, 우린 많이 웃고 또 어떤 날은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다 울기도 했지.

나는 당시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같이 지내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는 등, 많은 일들을 겪고 있었는데, 당시에 너를 만나면 무거운 얘기들을 마구 쏟아냈던 것 같아.

그런데 넌 나에게 자주 '부럽다'라고 얘기했지. 나는 생각보다 빨리 언어 시험에 통과했었고, 당시엔 일 때문에 독일도 왔다 갔다 했고, 네덜란드에서도 마침내 일을 구했고 등등 남자 친구와의 관계는 힘들었지만 그 밖의 일들은 다 그럭저럭 잘 되어가고 있었던 거야. 당시의 내겐 외국에서 완전한 독립으로 가는 길이 다 무겁고 버겁게 느껴졌지만 말이야.

너는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말을 자주 했던 것 같아. 그리고 아이를 많이 원했던 것도.

그런 네게 나는 주제넘은 충고도 했었네. 나도 처음엔 남자 친구한테 많이 의지했지만 그건 서로를 지치게 하는 일이니까 아이를 낳더라도 네가 더 독립적이 되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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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같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생긴 일이 기억나니?

나는 당시에 돈이 충전된 버스카드와 한국에서 네덜란드에 오는 친구나 가족들을 위해 갖고 있는 아직 충전 안된 버스카드를 갖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헷갈려서 0원이 있는 카드를 찍고 버스에 타게 된 거야. 나는 버스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았는데 원래 이럴 경우 기계에서 '삑'소리가 나거든. 그날은 정신이 없었는지 그 소리도 못 들었지. 버스 기사가(나이가 많지 않은 것 같아 '님'생략) 내게 큰 소리를 지르기 전까지 난 무슨 일인지 몰랐어. 기사에게 가까이 가서 물으니 계속 내게 소리를 지르는 거야. 그냥 가면 어떡하냐고. 그래서 내가 다시 충전된 카드로 해결을 하고 '내가 착각했어. 미안해. 그런데 왜 나에게 소리를 지르니'라고 물었지(영어니까 반말버전:충분히 상황을 설명했음). 그랬더니 이 분이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거야. 내가 처음부터 똑바로 했어야 한다면서. 그래서 내가 다시 침착하게 '사람이 어쩌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나.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거야' 했더니 씩씩대면서 더 소리를 지르고. 난 어이가 없어서 '넌 나에게 이렇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난 버스 회사에 불만 편지를 쓰겠어'라고 소리를 질렀어. 그 말에 아주 폭발을 하더라고. '네가 감히..' 이런 느낌으로.

그때 네가 내 손을 꾹 잡고 '그.. 그만해.'라고 했지. 카지노 가입 쿠폰 버스에서 내릴 때 그 기사가 나에게 공격적으로 묻더라. '너 여기 산지 얼마나 됐어?'라고. (카지노 가입 쿠폰 여기 오래 살았으면 그런 실수도 하면 안된다는 건가?) 난 '그건 네 알바 아니지 It's none of your business.'라고 소리치며 가운데 손가락을 한 번 보여주고 내렸어.


너는 내게 말했지. '내 행동에 너무 놀랐다고. 평소에 잘 웃고 친절하던 네가 그렇게 싸울 줄 몰랐다고.' 그래서 나는 내가 누군가의 화풀이 대상이 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어. 그랬더니 넌 이곳에서 이런 일들을 자주 겪어서 그러려니.. 한다는 말을 해서 나를 더 화나게 했어. 매번 내가 아시안 여성이라서?라는 피해의식을 갖고 살 필요도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나를 내려다보고 막 대하는 사람들에게 나 혼자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을까. 그냥 무시하고 지날 수도 있지만 한 번쯤 나처럼 반항하는 사람도 만나야 저들도 좀 조심하지 않을까. 내게 이 일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운 좋게도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난 것 아니라서. 다만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관찰한 바로는 기사와 큰소리가 날 때 보면 늘 외국인, 주로 갈색피부를 가진 사람들과의 갈등이라는 거야. 나는 백인 더치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일은 거의 본 적이 없어.

여하튼 이 일 이후로 너와 난 좀 어색해진 것 같기도 하고. 우린 동네 도서관에서 수업을 들으며 더치를 배웠는데 매번 손을 번쩍 들고 질문과 답을 하는 나와 다르게 넌 늘 수줍어했고 그러다 우리 사이가 소원해지게 되었지.


그런데 코로나 시절 카지노 가입 쿠폰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문득 너와 함께 수업하면서 느꼈던 기분을 다시 느낀 거야.

영국 선생님과 1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그중에 시리아에서 온 여학생이 나에게 괜한 시기심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선생님은 유난히 카지노 가입 쿠폰 말할 때 환하게 웃어주셨는데 그건 카지노 가입 쿠폰 잘 웃기 때문이거든.

그런데 그 여학생은 계속 화난 표정으로 수업 내내 공격적으로 말하고 자신이 더 잘해야 한다는 어떤 강박이 있는 것 같았어. 계속 내 답변을 지적하려고 하더라고.

카지노 가입 쿠폰 나의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인데 누군가 나 때문에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그건 그 아이의 문제라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 일을 겪으면서 네가 떠올랐다는 것이 이 편지를 쓰게 만들었어. 우린 같이 언어 공부를 했었고, 난 늘 적극적으로 공부하기를 원해서 나도 모르게 널 위축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화가 카지노 가입 쿠폰 상황에서는 화를 내고, 배움의 시간에는 적극적으로 배우기 위해 애쓰고. 그랬던 나의 모습들 만으로 우리가 멀어진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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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네가 나에게 시기나 질투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카지노 가입 쿠폰 나대는 것이 싫었다면,그건 온전히 너의 문제니까.

나도 그 감정을 잘 알지. 한국에 있을 때, 카지노 가입 쿠폰 나 자신에게 많이 집중하면서 사는 쪽이긴 했지만 그래도 질투를 느낀 적이 종종 있었어. 하지만 그건 온전히 나의 감정일 뿐이지 내가 질투하는 대상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어.

그러니 그 대상으로 인해 카지노 가입 쿠폰 괴롭다면 그건 나의 문제이니까 카지노 가입 쿠폰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카지노 가입 쿠폰 언제나 '의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 의도는 누군가를 기죽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용기를 끌어올려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인데 이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내가 잘난 척한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 그럼 그건 누구의 잘못된 판단일까?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나를 싫어하거나 누르고 싶어 하기 이전에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성장하면 되는데.

우리가 멀어진 건 이 지점에서 네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도서관에서 둘이 따로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면서 네 표정이 어두워졌고, 네가 점점 나와 멀어졌던 기억도 났어.


온라인 수업에서 그 여학생의 화가 나있는 표정을 보면서, 슬펐어. 어쩌면 한국에서 흔히 일어카지노 가입 쿠폰 질투와 시기의 상황들은 모두 다 이렇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곳 사람들이 질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온전히 자기(성장)중심으로 살기 때문에 남에게는 그렇게 특별한 관심이 없어.

너는 너. 카지노 가입 쿠폰 나. 누군가 내게 상당한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공격할 태세로 살 필요가 없는 거야. 그리고 내가 깨달은 건 공격할 태세로 삶을 살다 보면 싸울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는 것이지. 그래. 모든 일은 나의 문제. 상대의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감정에 예민한 사람은 상대가 무례한 것에 예민하고 또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데도 예민해서 신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카지노 가입 쿠폰 요즘 내가 예민한 에너지를 써야 할 때만 쓰고 싶어서 평소엔 되도록 무디게 지내려고 노력 중이야.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의 한계가 느껴져. 그래서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난 그 공격적인 여학생에게 무뎌지기로 했지. 그 아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며.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꽤 크다는것을 이제 알거든. 그런데 그거 알아? 그 아이 덕분에 내가 공부를 무지 열심히 하게 된 거야. 뭔가 그 여학생 때문에 열정이 다시 타올라서 '흥, 좋았어. 내가 보여주겠어!'라는 에너지가 생기더라. 카지노 가입 쿠폰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봐. 학창 시절엔 그 누구에게도 경쟁심을 느낀 적이 없던 나였는데 말이지.

너는 여전히 이곳에 있을까. 아니면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하던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카지노 가입 쿠폰 여전히 너와 보냈던 시간들을 따뜻함으로 간직하고 있고, 어디서나 네가 씩씩하게 잘 지내길 바라.

아프지 말고 행복하렴.


전 세계 여성들의 '나댐'을 응원하는 여행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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