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 보이
안녕,
멀리 덴마크에 있는 오르간연주자!
그래도 같은 유럽하늘에 있으니 너와 난 내 고향 한국보다는 가깝게 있네.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모르는 (어린) 너를 마치 그 영화처럼 만났었지. 솔직히 말하면, 외모가 그렇게 어려 보이진 않았지만 말이야. 나는 덴마크 특정 도시로 가는 밤기차에 타고 있었어. 기차가 연착되어, 내가 탈 기차가 그 기차가 아니었고, 생각보다 많이 늦은 시간에 도착하게 되어 조금 지쳐있던 시간이었어.
그 기차의 건너 맞은편에 네가 앉아있었고 어느 순간 넌 나에게 덴마크어로 말을 걸었지. 나는 쏘리?라고 했고 넌 다시 나에게 중국어로 말을 했어. 나를 중국인으로 판단했다는 기분 나쁨(아시안=중국사람)보다는 네 유창한 중국어에 나는 좀 놀랐던 거 같아. 그래서 ‘난 중국인은 아닌데 넌 어떻게 그렇게 중국어를 잘하니?‘로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지. 넌 나에게 네 동생이 지금 대만에서 공부하고 있고, 동생과 중국어로 비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진지하게 공부하게 되었다고 했어. 나는 전시 프로젝트로 일주일간 덴마크의 한도시에 머물 예정이었는데 네가 데이트 신청을 했지. 첫인상에 너의 반짝반짝 호기심 어린 눈이 귀엽고 좋았어. 네가 뮤지션이라는 것도 흥미로웠고.
넌 카지노 게임 일하고 있는 교회에서 내게 직접 너의 오르간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 했지만. 난 당시의 스케줄과 체력과 등등의 이유로 결국 연주는 듣지 못했고. 대신 카지노 게임 내가 있는 곳으로 늘 달려와주어서 좋은 데이트를 했지.
네덜란드로 향하는 기차에서 나는 다시 너를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 짧은 해프닝. 그러나 참 로맨틱한 만남이었다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기분이 좋았어. 나도 이제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구나..라는 안심. 그리고 카지노 게임 비로소 더 자유로워졌구나라는 쿨-한 기분.
너의 특별한 영어 억양과 너무 직접적이고 솔직한 태도와 말들이 나를 많이 웃게 했어.
돌아와서 각자의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시작한 페이스 콜이 다시 너를 좋아지게 만들었지. 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립다.. 그런 얘기들이 오갔고 결국 넌 차를 사서 이곳에 날 보러 오기도 했어.
넌 오는 동안 다른 여행자를 옆자리에 태워서 오고 그걸로 돈을 좀 벌었고, 여기서 사고 싶었던 조명이 있었다면서 한나절을 조명 가게에서 보내기도 했고. 온전히 나를 보러 온 건가 싶다가도 이토록 현실적인 카지노 게임 11시간 운전해서 여기까지 온 게 여전히 기특해.
카지노 게임는 또다시 짧지만 로맨틱한 시간들을 보냈고 다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갔는데. 카지노 게임가 오직 통화로만 나누는 얘기들이 많아질수록 나는 너와 더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는 중국어 공부를 하는 동안 내 전화를 받지 않지. 2년 뒤 중국에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고. 누군가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을 하기 싫어서 그 누구에게도 애착을 갖지 못한다고도 했지.
'죽기 전에 내가 모든 것을 다 주는, 그런 사랑을 해보는 건 참 좋은 거야.'라고 이모처럼.. 말하면 넌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라는 말로 나를 아프게 했지. 너도 나처럼 나에게 서운한 게 많을 거야. 나도 지금은 내 일이 첫 번째고 너한테 보내는 메세지보다 인스타에 매일 올리는 스토리가 더 많으니까. 무엇보다 카지노 게임 여기에 큰맘 먹고 왔을 때 '다른 나라로 옮겨와 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내가 했던 대답이 널 슬프게 했는지도 모르지.
나도 힘든 사랑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실은 지금도 내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어서. 많은 핑계를 대고 너와 가벼운 관계를 원하는 건지도 몰라. 여기선 심각하게 남자 친구 여자 친구하지 않는 관계를 그저 ‘seeing each other’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서로 볼 수도 없잖아. 한국에 잠깐 들어가기 전에 너를 보러 가고 싶은데. 스케줄도 여유가 없고, 여행비도 그렇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모르겠어. 이런 핑계를 찾고 있는 내 마음. 카지노 게임 나한테 100프로 집중하겠다는 것도 두렵고 그렇다고 가벼운 관계로 무시되는 것도 싫어. 이렇게 쓰고 보니 참. 이기적이네.
내 친구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라고 하더라. 맞아. 그 말이. 혼란스러운 이 마음도 결국은 어디론가 흘러갈 거야. 카지노 게임은 각자의 자리에서 또 한 번 인생 경험을 겪어내는 수밖에. 주로 과거로 흘러간 시간을 향해 편지를 써왔는데 오늘은 복잡한 맘에 그냥 여기 쓰고 싶었어. (1년 6개월 전 쓴 편지)
네 말처럼 기차 여행은 이제 우리에게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되었고, 나이가 많이 들어도 영영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거야. 그래서 고마울 거야. 카지노 게임 내가 느끼는 이 서운하고 복잡한 감정들은 잘 생각나지 않게 되겠지. 그래서 내가 알아주려고. 내가 나의 이 감정들도 기억해 주려고 이 편지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이후 우리는 잘 정리했어. 잘 정리된 후 다시 이어서 편지를 쓴다. 카지노 게임 한 결정적인 말로 나는 이별은 결심했지. '카지노 게임 나를 더 많이 좋아하게 되면 넌 반드시 상처받게 될 거야.'라는 말.
그럼 나는 그 감정을 계산해 가면서 널 만나야 하니.라고 물었던 것 같아. 나는 내 감정을 확실히 몰랐는데 네 말로 알게 된 것 같기도 해.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카지노 게임, 여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
그래서 잘 보내줬다고 생각해.
가끔 스치듯 이렇게 네 생각을 하긴 하지만. 넌 엉뚱하지만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특별한 인연이었으니까. 이러한 인연이 일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우연이 필요했을까. 그래서 이 인생에서 카지노 게임가 온전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지.
지난 크리스마스엔 영화 비포시리즈를 다시 봤어. 그들의 풋풋한 사랑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녹록지 않은 현실이 되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그 특별한 인연을 지켜내기 위해 그들이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을.
어릴 땐 마냥 낭만적인 것 같은 우연과 마주침들이 카지노 게임 보니 조금은 슬프더라고.
특히 나이 들어감에 따라 그 '포기' : 사랑을 위해 다 놓아버리는 것. 그게 점점 더 힘들어져서 슬프더라고.
카지노 게임 사랑의 끝을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인 걸까.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이토록 매일매일 삶을 잘 살고 싶어 하는 걸까.
네가 30대에, 지금의 안정적인 직업을 두고 중국으로 떠난다는 결심을 나는 진심으로 응원해. 나도 그랬으니까. 나도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그렇지만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나의 선택으로 지금을 살고 있거든.
카지노 게임의 인연은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지도 몰라. 다른 문화를 동경하는 카지노 게임가 서로의 모험을 향해 가는 동안 잠시 에너지를 나눈 것일지도.
잘 지내렴. 사는 동안 너를 다 잃어버려도 좋을 사랑을 하렴.
사는 동안 카지노 게임처럼 세계를 향해 열린 마음은 잃지 말고.
가끔 밤기차에서 나를 떠올려 줘.
좋은 추억이 고마운.
너의 엑스(Ex)가 아닌 비포(Before)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