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낼 수 있다면
우리 사이에는 10살 딸아이와 함께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첫째는 내가, 둘째는 그가 데려온 아이들로 3인 2묘의 가정이다. 인간 육아를 하면서 엄마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듯, 고양이 육묘를 하면서도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 아이를 키우며 배웠던 10년이라는 노하우 덕분인지 고양이 돌봄의 불편함은 하등 어려움이 없었다. 아이에게 들였던 수고스러움의 1/10도 들이지 않으면서도 사랑스러움은 동급 아니 어쩔 땐 배가 될 때도 있었으니(잼민이가 되어가는 10살...), 어찌 고맙지 않으랴.
고양이의 우선순위는 첫째가 집, 둘째가 놀이, 그리고 마지막이 동거인이라고 했던가. 동거인, 산책, 마지막이 집인 개와는 참 대조적이다. 그러한 마인드가 우리와 퍽 잘 맞았다. 당연히 개인적이고 적당히 이기적인, 따로 또 같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우리 부부에 걸맞은 가족 구성이었다. 넘버 1 우선순위만 잘 챙겨주어도, 녀석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른하게 누워 금세 만족한 몸의 곡선을 만들어 낸다.
고양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하는 일이라고 그저 가만히 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집에서 일하는 나의 고충과 밖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그의 고단함을 상쇄했다. 대부분의 것에는 크게 관심 없다는심드렁한 태도는 욕망의 전차에서 내릴 수 없는 우리 현대인에게 초연한 조언을 건넨다. 그리 살아봐야 낮잠만큼 좋은 게 없다는 냥냥거림을 들을 때면 종일 집안에서 책상 앞에서 종종거린 내 마음의 긴장도한 꺼풀 벗겨져 내렸다.
전혀 눈치 보지 않는뻔뻔한 태도는 나도 그냥 저렇게 살아볼까 싶어지게 하는 일평생 일개미로 살아온 자아에 반기를 들게 한다. 우아한 걸음걸이를 옮겨 창가가 잘 보이는 소파 위로 자리를 잡고 가만히 밖을 오래 내다본다. 아무 말도 없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게 하는 고양이의 옆얼굴은 도리어 나를 오래 생각하게 했다. 여기까지만 하면 고양이를 그저 신비롭게만 여겼겠지만,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은 이중성이다.
세상사 초연한 태도와그러지 못한 츄르에 대한 욕망, 도도한 몸짓과 그러지 못한 허당짓, 외롭지 않다는 눈빛과 그러지 못한 궁둥이.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 표정과 그러지 못한 골골송. 정확히 고양이 몸 어딘가에서 나오는지 지금도 확언할 수 없다는 그 미지의 골골송. 기분이 좋을 때면, 만족스러울 때면, 상대에 대한 애정의 마음을 숨길 수 없을 때 나오는 극강의 울림.
언제부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부부는 서로에 대해 표현하지 않는 게 일상이 되었다. 미움도 애정도. 모두 숨기고 감춰 저 밑 어딘가에 넣어두고는 저 혼자만 꺼내어 보고 다시 밀어 넣어둔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표현은 어렵다. 같이 사니까 더 어렵다. 그래도 미움은 가시 같은 거라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툭하고 걸려 언젠가 어떤 모난 방식으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애정은둥글고 간지러운 어떤 것이라 있는지도 모른체 잘 꺼내어지지 않는다.
고마워, 감동했어, 멋지다, 좋아해... 한 집에 살면서 매일보는 얼굴들. 가장 가깝지만 그래서 더욱 멀어져 버린 말들.그러다 고양이의 이중성을 보며 힌트를 얻었다. 무심한 태도와 그러지 못한 다정한 말. 얼굴에 표정은 없지만 반듯하고 정직하게 말해본다. "고마워요" 애정의 가장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서 "감동했어요"까지 천천히 연습을 한다. 꽤 오래 나 혼자만의 골골송을 했었다. 여느 사랑스러운 부인들처럼 애교 섞인 말은 하지 못해도 비꼬는 말로 들리지 않도록 감사를 담아 말을 건넸다. 내 마음이 들리도록 골골골. 작지만 크게.
그리고 그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들리기 시작했다. 고맙다는 말 대신 "오, 땡큐 땡큐"하고 쿨하게. 나 다녀올게 대신 "나, 간다"하고 시크하게. 고맙다는 말도, 간다는 말도 없던 그였기에 나는 그의 작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너무나 커다랗게 들린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골, 아침 챙겨줘서 고마워. 온라인 카지노 게임골,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
그리고 그리고 어쩌면 아직도 좋아해라고. 우리는 작지만 크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