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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란 Feb 05. 2025

40대 부부의 카지노 게임력

10년 동안 지속하는 카지노 게임가 있나요






나의 쓰기의 시작은 임신이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던 중 덜컥 아이가 생겨버렸다. 경력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순간에 임산부가 되었고, 면접을 앞둔 회사도 불참했다. 그렇게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흘러가는 인생사에 몸은 한가해졌지만 마음은 바빠졌다. 몸이 바빠져야 마음이 한가해질 테니 뭐라도 배우러 다녔다. 직장을 다니던 것처럼 평일 몇시간은 강의를 들으러 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거쳐야 겨우 하루를 넘길 수 있었다. 그래야 카지노 게임 임신한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



신청한 강의는'블로그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

실제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회사대표가 직접블로그 활용법을 가르쳤다. 블로그보다는 온라인 마케팅에 꽂혀 신청한 강의로, (강의 끝에 수여된다는) 수료증을 이력서 한 줄에 적어 넣을 요량이었다. 블로그는 뭐 관심도 없었다.



"일단 블로그를 만드세요. 그리고 매일 한편의 글을 포스팅하세요. 주제는 어떠한 것이든 상관없어요"그렇게 이웃을 늘리기 위한 귀염 뽀작한 말투와 과한 친근함의 정보성 소개글이 내 첫 글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마케팅을 배우러 왔다지만 더는이런 오징어가 되는 글을쓸 수 없어 쥐어짜듯 겨우 생각해 낸 주제가임신 과정 기록이다. 강의를 듣는 학우들 중 유일한 임산부로 1일 1 포스팅의 숙제에 골몰하던 모든 이들은 나의 콘텐츠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지금이야 글쓰기 주제가 하늘에 별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땐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막막해했다. 글 앞에서의 처음은누구나그렇다.



개월 동안의 강의를 모두 수료하고 더는 숙제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럼에도 이따금식 한 달에 한두 번 블로그에 짧은 일기와 북 리뷰를 적었다. 신기한 건 그래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은 생각이 나서 무언가를 끄적였다.쓰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끄적였다.



19년부터는 자연스럽게 '쓰기' 시작했다. 주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일상에 대한 일기 같은 이야기, 단편적인 생각, 기록, 결산 같은 내용들을 돌려가며 매일 뭔가를 쓰고 지냈다. 일종의 놀이이자 카지노 게임였다.재미로 하니까 질릴 틈도 없었다. 혼자 쓰는 글에 만족하며 지내다 (아니 만족하지 않았을지도)21년 여름에 [매일 글쓰기]라는 온라인 모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현재까지도 이 모임을 지속한다.



혼자서도 2년동안 매일 일기 같은 글을 써왔으니 평일에 매일편의 글을 쓰고 공유하는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조금 자신도 있었다. 카지노 게임 이 카지노 게임력이 몇년인데.혼자 쓰던 글은 언제나 완벽했으니까. 일필휘지. 호쾌하게 써 내려가는 내 글을 카지노 게임 읽고 카지노 게임 즐거워 만족했다. 잘 썼네. 이만하면 뭐. 카지노 게임 들어간 사진만 관심 있게 보는 것처럼, 내 글은 카지노 게임 가장 재밌었다. 괜찮은 카지노 게임였다.



점차 내 글만 보던 시선이 좋은 책과 글벗들의 글로 옮겨지기 시작한다. 좋은 글을발견할때면 세상 보물을 보듯 감탄했고감탄과 함께 저 밑에서부터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일었다. 얼굴이 붉어졌다.세상에는 이토록 엄청난 사람들이 즐비하구나. 작가를 해보고 싶다는 작은 꿈이 더 남루해졌다.



또 몇 년이 흘렀다. 나는 매일 쓰지만 절대 열심히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대충 쓰는 거야'라는 비루한말에 내 진지함을 숨겼다.'그냥 새벽글방을 해보려고'라는 심드렁한 말에 내 열정을 가렸다. 열심히 하다 안되면 창피하니까, 노력하면 기대하게 되고 그게 안 되면 카지노 게임 실망하니까.그렇게 나는 대충과 그냥이라는 비겁한 말속에진심을감췄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은 숨겨지지 않으니까, 결국에 나는 들켜버리고 말았다. 카지노 게임 이 카지노 게임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소중해 한다는 것을. 뭐하나 끝까지 지속하기 어려워 했던 카지노 게임10년이 넘도록 누가 시키지도 않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건, 수동적인 내 인생에서 찾아보기 힘든 적극성이다. 그래, 진지해질 용기를 갖자. 그렇게 나는 나의 글쓰기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막 결혼을 하고 철인 3종이라는 카지노 게임에 푹 빠져 매일 운동하던 남편을 오래 미워했다. 특히 아이가 생기고도 자신의 카지노 게임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세계 안에서 사는 꼴이 미웠다. 나의 세계는 달라졌는데, 왜 그는 이토록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그리고 지독히도 이기적으로그 일에 자신을 푹 담글 수 있는지. 도대체 그게 뭐라고. 열렬히 싸우고 화내고 울고 우울해하고 무시하고 그랬다.



여전히 그 시절의 그를 모두 이해하는 건 아니다. 어떠한 일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아래로 묻혀 가라앉길 바라게 된다. 다만, 나도 그때 좋아한다고 했던 이 카지노 게임를 좀더 정직하게 바라보았더라면. 그랬다면 나의 세계도 그렇게 좁고 답답하지만은 않았을텐데. 조금 그러나 후회는 없이 아쉬울 뿐이다.



글을 써요.

그 앞에서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도 쉬이 말하기 부끄러웠던 카지노 게임 몰래 좋아했던 나의 카지노 게임. 나는 이제 당당히 그에게 말한다. 당신이 철인이라면 나는 작가라고. 그가 웃는다. '책 내고 대박나서 우리 부자되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이번 대회 나가면 1등하는 거야?' 라고 대회 때마다 말했던 나의 대사.그렇게 무관심의 관심으로 우리는 각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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