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을 하면서 산 것들
어쩌다 보니 북클럽과 관련된 연재도 하게 되고, 북클럽 멤버들과 매거진도 쓰게 되었다.
이번 매거진 주제는 참으로 흥미로운 주제이다. 북클럽을 하면서 과연 나는 어떤 소비를 하게 되었는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어떤 항목에 지출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건 왜인지 모르게 짜릿함을 가져다주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나는 어떤 걸 제일 많이 샀을까?
망설임 없이 떠오른 건 바로 토마토와 카지노 게임다. 채소와 속옷의 연관성을 따지자면 0%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 뭐 나름이 이유가 있으니 한번 써보도록 하겠다.
1. 토마토
현생 북클럽 맵버의 삶을 다루는 나의 연재에서 <운동과 북클럽의 상관관계라는 글에도 썼듯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삶에 열정을 부여하게 된다. 자연스레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웰빙을 꿈꾼다. 운동을 하다 보면 식단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법. 하지만 난 평소에 단일 품목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식재료도 그때그때 사다 먹는 편인데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하자고 결심을 하면서 마녀수프의 존재를 알아버렸다.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마법의 수프라면 마다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을까.
그리하여 원칙을 깨고 토마토를 큰 박스채로 주문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먹는 속도가 빨라 쟁여 두고 먹어도 나쁘지 않았다. 방울토마토, 대저토마토, 대추 토마토 등등 지금 우리 집 부엌에는 각종 토마토들이 자리 잡고 있다.
2. 카지노 게임
나는 카지노 게임 부자다.
단일품목을 여러 개 쟁여 두지 않는다는 원칙은 이미 토마토에서 깨졌고, 그 다음은 입어도 입은 것 같지 않다는 팬티 얘기다. 나는 평소 공동구매는 잘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들 전집을 제외하고 SNS에서 물건을 공동구매해 본 적이 드문데,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그 원칙 또한 깨졌다.
마침 입고 있던 카지노 게임가 나달나달 해져 마트에 가서 살까 하던 참이었는데 북클럽 단톡방에 떡하니 살림고수 한분이 카지노 게임소개를 해주었다. 솔깃했다. 안 입은 듯 편하다는 카지노 게임가 진짜일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내돈내산으로 입어보니 편하다는 말에 처음으로 귀가 팔랑거렸다. 참고로, 나는 귓구멍이 작아(실제로도 진짜 귓구멍 콧구멍이 작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 나보고 뇌에 산소가 잘 전달이 안되어서 공부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하셨다. )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편이다. 귀가 팔랑댄 적도 없는 인간이 카지노 게임공구링크를 보고 심장이 벌렁대다니.
그리하여 속옷 공구를 처음하고 택배가 오기만을 아기다리고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내가 주문을 잘못했나 보다. 비닐포장으로 된 배달이 한 10개쯤 왔는데 다 카지노 게임였고, 나는 수십 장의 카지노 게임를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토마토 2kg 한 박스에 들어있는 토마토보다도 더 많은 팬티보유자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북클럽을 하면서 우리 집에는 생각보다 많은 토마토와 카지노 게임가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그런 이상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