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가을이었어. 국어 수업을 하다가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야. 탐험인가 용기인가, 뭐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하시든 중이었던 거 같아.
“너희들, 《15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류기》는 다들 읽었지?”
나는 못 들어본 책이었어. 제목도 처음 들어봤거든. 그런데 친구들 몇은 읽은 모양이더라. 섬이 어떻고, 타조가 어떻고 막 아는체하는 애들이 있는 거야. 이거 뭐지, 싶더라. 나는 난생 처음 듣는 책인데, 얘들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는 거지?
“세상에! 아직도 《15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류기》를 안 읽은 애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당장 읽어야 해!”
그러시는 거야. 집에 가서 그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당장 도서관에 가자고 하는 거야. 같이 가서 온갖 종류의 《15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류기》를 다 꺼냈어. 만화로 된 것도 있고, 그림책도 있고, 아주 얇은 책도 있고, 200쪽쯤 되는 책도 있었어. 그중에서 엄마가 권해 주는 책이 뭐였는지 알아? 세상에, 670쪽짜리잖아!
“이게 뭐야?”
“읽고 싶다며?”
“책을 읽고 싶댔지, 벽돌을 읽겠다고 하진 않았거든.”
“고학년이 되어서 요약본을 볼 순 없지. 저학년 때라면 몰라도. 자, 내가 보기엔 이게 최선이야.”
“이럴 거면 엄마 혼자 빌리러 오지, 나는 왜 데리고 온 거야?”
“어떤 책들 중에서 고른 건지, 보여는 줘야지.”
그러는 엄마가 얼마나 얄밉던지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해서 비룡소클래식 시리즈 중 한 권인 670쪽짜리 책을 갖고 오긴 했는데, 엄두가 안 나더라니까. 그림이라도 많으면 좋을 텐데, 이건 뭐,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문드문 있는 거야. 그래도 어떡해. 선생님이 꼭 읽어야 한다고 하시니, 일단 시작은 해 보기로 했어. 그런데 어땠는 줄 알아? 이게 희한한 게, 막 술술 읽히는 거야. 막 재밌는 거야. 하루에 100쪽씩 읽어 버린 거야. 일주일도 안 돼서 클리어했지 뭐. 나도 놀랐다니까. 이게 도대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된 일이지?
생각해 봤어. 그림책도 아닌 이렇게 두꺼운 책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읽어 낸 거지? 아무래도 우리 학교에서 1학년 때부터 학기마다 했던 ‘독서 마라톤’ 덕분이었던 것 같아. 우리 학교에서는 봄, 가을 두 번 ‘독서 마라톤’이라는 걸 하거든. 한 달 동안 날마다 읽은 책 쪽수를 기록하는 건데, 시작 전에 먼저 목표를 세워. 가장 낮은 ‘거북이’는 한 달 동안 620쪽만 읽으면 돼. 가장 높은 건 ‘월계관’ 코스인데 한 달 동안 2,480쪽을 읽어야 해. 그 중간에 ‘치타’‘긴수염고래’ 코스가 있지. 1학년 때는 당연히 ‘거북이’ 코스만큼만 완주했어. 해마다 조금씩 목표를 높였고, 4학년 때는 드디어 ‘긴수염고래’까지 성공했어. 이렇게 꾸준히 조금씩 늘려 온 것이 몸에 익었었나 봐.
1학년 때는 친구들이랑 서로 얼마나 더 읽었나 경쟁하면서 비교하는 재미로 책을 읽었어.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4학년 때는 친구들이 얼마나 읽었는지는 별로 신경을 안 썼더라. 그냥 책이 재미있어서 한 권씩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 그러니 일주일 만에 그 두꺼운 책을 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버릴 수 있었어.
그리고 또 중요한 거. 《15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류기》는 1888년에 발표된 책이야. 21세기인 지금보다 200년도 더 전에 발표된 책이니 어떻겠어?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도, 사회도, 지금이랑은 무척 달라서 그런 배경을 다 이해하려고 들면 진도가 안 나가. 모르는 게 있어도 일단은 그냥 막 읽어 나갔어. 섬을 탈출하나 못 하나 이런 게 궁금하니까 나머지 얘기들은 그냥 다 이해 못 해도 상관없다 싶었지.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읽을 때는 이런 것도 괜찮다고 하더라고. 모르는 건 일단 패스, 읽고 나서도 궁금한 것들은 나중에 찾아보면 돼! 읽다가 모르는 말이 나오거나 낯선 지명이 등장하거나 해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읽어 나갔던 거, 그런 게 《15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류기》를 끝까지 읽게 해 준 힘이었어.
책을 읽는 동안 열다섯 명이 어떻게 될까 마음 졸이면서 봤어. 특히 대장인 브리앙과 도니펀이 갈등할 때 더 그랬지. 자기들이 자는 동안 바다 한가운데까지 흘러왔다는 걸 알게 된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힘을 합해 항해를 하고, 드디어 섬에 도착해. 그런데 일단 섬에 도착하고 나니 서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달라서 싸움이 일어나지. 먹을 것이 모자랄 땐 모자라서 문제고 넘쳐날 땐 또 넘쳐나서 문제인 것 같아. 이럴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그 공동체의 성격을 결정하는 거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아니지만 게리 폴슨이 쓴 책 《손도끼》랑 벤 마이클슨이 쓴 《스피릿 베어》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두 권 다 엄마가 잠자리에서 읽어 준 책인데, 《손도끼》 책은 정말 재밌어. 경비행기가 추락해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남자아이 이야기야. 완전 쫄깃쪼깃한 스릴 넘치는 책이지. 《스피릿 베어》는 죄를 짓고 섬에 유배되어 혼자 살아가는 벌을 받게 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야생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동안 치유되는 과정을 담고 있어. 엄마는 남자아이들 속에 있는 야만성이나 동물성 뭐 그런 걸 경계하라는 뜻으로 골라 읽어 준 것 같은데, 와,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어떨까 싶어서 책이 끝날 때까지 엄청 긴장했지 뭐야. 이런 책들이 내 안에 어떤 씨앗을 남겼는지, 지금은 몰라. 나중에, 아주 나중이 되면 알게 되겠지 뭐. 아, 엄마가 나중에 《파리 대왕》도 꼭 읽어 보래. 이것도 읽어 달라니까, 조금만 더 있다가 직접 읽는 게 좋겠다고 그러는 거야. 읽어 주기 힘들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엄마?
《파리 대왕》은 왜 나중에 읽으라는 거냐고 물어봤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읽는 나이가 따로 있는 거냐고.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더라. 읽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때가 바로 시작해도 된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 읽기 까다롭다고, 몇백 쪽이 넘는 책이라고, 혹은 어린이에게 이해가 어려운 책이라고 중학생 되어서 읽어야 한다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말이야. 어린이도 어린이 나름대로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으니까. 맞는 말인 거 같아. 어려운 낱말 때문에 조금 읽기 힘들다 싶은 대목도 분명히 있지만 어려운 건 어려운 대로 그냥 읽어낼 수 있어. 좀 더 커서 다시 읽으면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을 거야. 그때 새롭게 만난다면 ‘우리 낯이 익네. 반가워!’ 하고 다시 시작할 거야. 《파리 대왕》은 너무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이야기만 몰아서 읽으면 남성성에 대해 치우친 시각을 가질 수도 있어서 다른 것들 좀 보다가 다시 돌아오자 싶어서 그런 거래. 진짜, 읽어 주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 엄마?
쥘 베른이 누구냐면, 그 유명한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쓴 작가야. 이 작가는 어디든 떠나는 걸 좋아했던 모양이야. 《15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류기》는 뉴질랜드에 있는 기숙학교 학생 열네 명이 여름방학 때 배를 타고 여행을 가기로 했던 것이 뜻하지 않은 표류로 이어지면서 생기는 일들을 담고 있어. 배의 선원들이 타기도 전에 열네 명 아이들이 배에 먼저 타서는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배가 제멋대로 바다를 헤매는 중이었지. 선원 일을 배우던 모코라는 아이까지, 모두 열다섯 명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무인도에 도착해서 맞게 되는 온갖 모험을 하게 돼. 아이들끼리 서로 다투고, 갈등하는 모습은 조마조마하지만 긴장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게 엄청 재미있는 책이야.
“이 책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나이가 어린데도 살아남았으니 대단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는 표류 한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나오는 먹을 것들이 하나같이 다 맛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살인자 대장 월스턴이었다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과 싸우지 않고 잡혀서라도 이 섬을 탈출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브리앙 대신 가슴에 칼을 맞는 도니펀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또 새로 배운 사실은 우유가 나오는 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유와 아주 똑같은 성분이 나오는 나무인데, 우유보다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제가 이것을 나중에 꼭 먹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