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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Apr 04. 2025

혼자서 카지노 게임 맺을 수 없으니
책의 도움을 받자

나가며

생태학자 최재천 선생님이 강연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 이 세상 식물 중에 개미가 옮겨 주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못하는 식물이 수백 종이 넘는대.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애기똥풀이라는 풀이랬어. 애기똥풀 알아? 봄날 여기저기 풀숲에 잔뜩 돋아다는데, 노랗고 오종종한 꽃을 피우는 식물이야. 줄기를 똑 꺾어 보면 노란 물이 나와. 옛날 사람들 눈에는 그게 애기 똥 같았나 봐. 내 눈엔 머스터드 소스 같은데. 그 애기똥풀 카지노 게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까만 씨앗 옆에 하얀 뭔가가 붙어 있대. 그게 뭐냐면 개미 먹이. 말이 돼? 식물이 개미 주려고 씨앗 옆에 간식 주머니를 매달고 있다는 게? 근데 그게 사실이래. 애기똥풀은 개미들이 자기 카지노 게임 널리널리 퍼트려 주기를 바라고 씨앗 옆에 그걸 매달아 둔 거야. 이름도 ‘개미씨밥’이래. 아, 정식 이름은 아닌가? 최재천 선생님은 암튼 그걸 ‘개미씨밥’이라고 부른대. 개미들은 애기똥풀 씨앗 옆에 매달아 둔 씨밥을 가져다가 먹는데, 씨방은 안 건드리고 끊어 먹으니 봄만 되면 여기저기 애기똥풀 천지가 되는 거야. 되게 똑똑하지?


나는 아무래도 엄마가 ‘나무씨밥’을 책 옆에 매달아 둔 거 같아. 나한테는 그게 여행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기도 하고, 달달구리 간식이기도 하고, 게임 시간 보너스 1시간이기도 하고, 게임 아이템 살 수 있는 상품권이기도 하고, 뭐 여러 가지 모양을 갖고 있기는 하지. 책을 읽으면 주어지는 여러 가지 보상 때문에 책을 읽다가 고전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읽다 보니 재미있어서 보상 없이도 이것저것 책을 읽게 된 가련한 이나무 어린이!


돌아보니 카지노 게임랑 참 여러 곳에서 책을 같이 읽었어. 주말이나 휴일에 찾아갔던 헤이리 카페들, 초록색 잔디밭이 시원한 카페 몬타나 캠핑 의자, 예매 지옥을 뚫고 겨우 잡은 킨텍스 캠핑장 캠핑카 안에서, 궁궐 가는 3호선 지하철 안에서, 대구 외갓집 오가던 KTX 안에서, 김포와 제주와 일산의 온갖 북카페들에서 책을 읽었지. 어딜 가든, 읽든 읽지 않든 가방에는 책을 한 권씩 꼭 챙겨 넣었어. 때로는 책 자체보다 책을 읽은 공간이 더 선명하게 떠오를 때도 있지. 카지노 게임는 책과 함께한 시간은 밀도가 높아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뭐 좋은 뜻일 거야, 하하.


엄마랑 같이 고전을 읽기 시작하면서 어지간한 건 내가 다 따라했는데, 딱 한 가지 못 한 게 있어. 바로 필사야. 베껴 적는 건 정말 재미없더라고. 글씨 쓰려면 손이 아프잖아. 엄마처럼 나중에 컴퓨터로 쓰겠다고 했더니, 지금 힘들면 나중에 해도 좋지만 컴퓨터로 쓰는 것과 손으로 쓰는 건 다르다면서 꼭 써 보라고 해. 네네, 알았다고요. 근데 말이야, 엄마가 따라 쓰라고 해서 좀 들여다본 《명심보감》에 이런 구절이 나오더라. 4장 “효도를 하라”에 공자님 말씀이 있는데 이런 게 적혀 있는 거야.


“아버님께서 부르시면 곧바로 대답카지노 게임 머뭇거려선 안 된다.

음식이 입 안에 있으면 뱉고 달려가라.”*


이상하지 않아? 밥 먹고 있는 애한테 씹던 걸 뱉고 서둘러 달려오라는 아버지라면 문제 아니야? 귀한 음식을 왜 뱉고 달려오래? 아, 알아, 나도. 옛날에는 아버지가 하는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하고, 하던 일을 중단한 채 서둘러 달려가는 것이 효였다는 시절이었으니까 이렇게 썼다는 걸 말이야. 요즘 기준으로는 달라져야지. 고전을 읽는다는 건 그런 거 같아. 옛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 같아. 변한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변하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이고, 변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는 거울 같아.


그러니까 좀 지루해도 최대한 열심히 읽어 보자는 이야기야.

어때? 같이 하지 않을래?


*《명심보감》, 홍익,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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