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별곡
일곱살 모른이와 첫수업을 한 날, 내가 가장 먼저 물은 것은 "이름이 뭐니?" 였다. 그 질문에 모른이는 까맣고 동그란 눈을 말갛게 뜨고 나를 빤히 보기만 했다. 처음에는 수줍음이 아주 많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고만 생각했다. 상담 기록 카드에 적힌 이름과 나이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이름을 불러주며 다시 한번 말을 붙여보았다. "OO는 영어 이름 있어?" 뭐라고 입술을 달싹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소리를 내지 않고 나를 살피듯 보고만 있었다. 마침 어린이날 연휴가 끝난 후 직후여서 "우리 모른이는 어린이날 선물로 뭐 받았니?" 라고 물었다. 이번에도 나를 말가니 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럼..어디 재미있는 곳에 놀러갔다 왔을까?" 여전히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앞에서 나는 점점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서 아무 선물도 못 받았거든. 모른이는 아직 어린이니까 엄마가 선물을 주셨을 것 같은데... 선생님이 맞춰볼까? 음....인형? 게임? 신발? 자전거?"
진짜로 맞춰보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기 보단,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대화에 참여시키기 위해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척 하며 어린이날 선물 목록에 있을 법한 단어를 천천히 하나씩 말했다. 이상한 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말을 안 할 뿐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지도 가로젓지도 않는다는 거였다. 보통 수줍음이 많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도 몸짓으로 최소한의 의사 표현을 하기 마련인데, 모른이가 보이는 유일한 몸짓은 나를 빤히 보는 시선 와중에 가끔 깜박이는 눈꺼풀의 움직임 뿐, 마치 인형이 앞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선생님 정말 궁금하네. 우리 모른이는 무슨 선물을 받았을까?"
"....몰라."
개미만한 목소리로 모른이가 처음 말한 단어는 '몰라' 였다.
"응? 뭘 받았는지 모르겠어? 까먹었어?"
다시 빤히 보는 시선. 그저께가 어린이날이었는데, 이틀전에 받아서 가지고 놀았을 선물이 기억이 안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음.. 그럼 어디 재미있는데 놀러갔다 왔어?"
"... 몰라."
이번에도 속삭이듯 모기만한 소리로 천천히 대답이 돌아왔다. 더이상 대답을 구하는 것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괴롭히는 일이겠다 싶어 그래 알았어. 기억이 안나는구나 하며 책을 폈다.
"우리 모른이 이거 읽을 수 있어?"
이번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이 시작된 후 보인 가장 빠른 반응이었다.
"한번 읽어볼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모른이는 방금 전의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같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한 목소리로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우와, 정말 잘 읽는구나. 모른아, 선생님 만나기 전에 영어 배운 적 있지?"
"응"
"영어 재미있어?"
"아니"
이름을 물어도 묵묵부답, 어린이날 받은 선물에 대한 질문에는 천천히 '몰라' 라고만 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영어 학습에 관한 나의 질문에는 바로바로 반응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짚이는 바가 있어 다시 물었다.
"우리 모른이 영어 유치원 다니니?"
"응. 00유치원."
아... 그래서였구나. 비로소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7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할 모국어 표현력과 유창성, 그 시기에 학습되어 있어야 할 기본적인 존댓말에 대한 인지의 완벽한 부재의 원인이 거기 있었다. 한참 모국어 발달이 폭발적인 시기에 영어만 제한적으로 써야하는 환경(소위 말하는 영유)에 놓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마치 온 몸에 족쇄가 채워지듯 하루종일 혀에 무거운 쇠사슬을 채우고 생활해야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린 시절을 놓치면 이미 혀가 굳어져 원어민 수준의 영어 발음을 할 수 없음을 걱정하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만, 문제는 그래서 굳어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혀가 아니라, 굳은 채 기어이 회복 불가로 망가지고 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사고력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아니 모든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사고의 흐름과 과정을 언어로 풀어낸다.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로이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점점 입을 닫아버리고, 유일하게 출력이 허락된 언어(영어)로 말할 수 있는 빈약한 표현만을 반복한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5세에서 7세 연령대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사고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영어 표현이라고 해봐야 뻔하다. '날씨가 어때요? 기분이 어때요? 이건 무슨 색이예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등 생활 영어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뻔하고 빈약하고 제한된 언어로, 역시 비슷비슷하게 더듬거리는 또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과 서툰 의사 소통을 하며 한나절을 채우고 온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집에서라도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부모와 대화를 하고 동화책을 많이 읽는 등 충분하고 풍부한 모국어 훈련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비싼 돈을 내고 영유(영어 유치원)에 보낸 학부모들은 그 '돈값'을 보상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아웃풋'을 내기 위해 집에서도 또 영어를 읽게 하고, 쓰게 하고, 보게 하기 때문이다. 영유의 아웃풋을 최고로 가성비있게 뽑아내기 위해서는 방과후 집에서 이어지는 엄마의 관심과 노력이 필수라는 것이 <성공한 영유 졸업생 선배맘들의 자랑스럽고도 공공연한 조언인 것이다.
빈약한 표현은 조악한 사고력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퇴화된 사고력은 언어 뿐 아니라, 학습 태도, 나아가 감정 조절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감정을 그때그때 표현하지 못하고 내내 꾹꾹 눌러놓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무디어지거나,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예민하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모른이의 감정없는 인형같은 모습은 단순히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기질적으로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내향형이라고 보기에는 분명히 기괴한 면이 있었다.
레벨 테스트를 보기 위해 어머니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데리고 왔을때, 모른이의 레벨은 평균적인 7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비해 조금 높은 편이었다. 이미 모든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비록 목소리가 아주 작긴 했지만 간단한 문장 정도는 매끄럽게 읽을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엄마였다. 모른이의 엄마는 레벨 테스트를 하는 내내 모른이가 대답하지 못할 때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며 안 그래도 기어들어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서 한마디라도 더 끄집어 내려고 애를 썼다."너 이거 알잖아. 배웠잖아. 왜 대답을 못해." 엄마가 옆구리를 찌를 때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목소리는 점점 더 기어들어갔다. 레벨 테스트가 끝나고 반편성 상담을 할 때, 모른이의 엄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낯설어 당황해서 그런 것 같다며, 결과로 나온 레벨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교재와 반을 편성해 달라고 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새로운 환경에 낯설어 하는 것 같으니 적응하는 동안만이라도 조금 쉬운 듯 만만한 교재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원장님과 담임으로 배정받은 나의 조언은 조급한 엄마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다 아는 건데 오늘 긴장해서 그런 거예요. 이 교재는 우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너무 쉬울 것 같네요."
그렇게 레벨테스트를 마치고 몇칠 후, 수업 시간에 단둘이 처음 만난 모른이를 좀 더 자세히 보게 된 나는... 슬펐다. 어떤 질문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니. 아예 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보이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영어책을 읽어보란 소리에 지체없이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하곤 사람이 아닌 AI 로봇과 마주앉아 있는 섬뜻한 기분마저 드는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다. 마음같아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엄마에게 영어 학원에 보내실게 아니라, 심리 상담을 받게 해주시는게 어떻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돈을 받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가르치는 영어 강사의 입장에서 그건 주제넘은 참견일 수 있기에 조심스러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밥벌이의 지겨움'을 논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그놈의 빌어먹을 현실적인 문제로 나는 또 비겁해지고 마는 것이다. 일곱살 모른이가 구사하는 우리말이 '몰라'밖에 없다는 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Can you play baseball? 영어 문장을 막힘없이 읽는 것을 칭찬하여 '역시 영유 보내길 잘했어' 모른이 엄마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 줄 영어 학원들이 도처에 널렸으니, 비겁한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엄마에게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도 무섭지만 실은, 이 작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에게 가해지는 '못할 짓'에 나까지 동참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하늘이 더 무섭다. 나의 목구멍 포도청은 언제쯤에야 문을 닫을 수 있을지. 그래도 벌받을까봐 무서워진 나는 수업을 마치며 다시 입을 닫아버린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고작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모른아, 엄마한테 자기전에 책 읽어달라고 해. 영어책말고 우리말 책. 알았지?"
다소 민감한 이야기여서, 혹시나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리와 영상 노출 등을 통해 학습이 아닌 언어로서 영어에 충분히 노출이 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경우, 특히 기질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를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성향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면 영어 유치원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즐거워하며 두가지 언어를 동시에 습득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단, 이 경우에도 모국어가 제1언어로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이다. 그러나, 영어권 국가가 아닌 우리 현실에서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 모국어처럼 그 자체로 사고의 틀을 확장시키거나 내 안의 컨텐츠를 생성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다.아무리 레시피를 읽을 줄 안다해도 요리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특히 모른이처럼 내향적이고 예민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경우 자신이 하는 말이 틀렸을까봐 더욱 불안하고,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자신있게 영어로 발표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주목받는 영어 유치원 생활이 그야말로 매일매일 초긴장 상태의 연속인 것이다.
"어머니, 우리 학원 끊어도 좋으니 학원 갯수 좀 제발 줄여주세요."
"초등은 문법 안가르칩니다. 문법 수업은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
"영어학원 올 시간에 집에서 우리말 책 더 읽어주세요."
이렇게 자신있게 말하고, 그래도 남아있는 서너명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만 있어도 괜찮을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싶다. 이러면 적자를 면하지 못하겠지만 까짓거 즐겁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텐데....
오늘따라,감히 지겨울 겨를도 주제도 안되는 나의 밥벌이가 참 서글프다.